문화재 파괴한다고 ‘준설’중지 외친 4대강 특위, 알고보니 충남도 공사
[아시아경제 이영철 기자] 충남도가 ‘준설’공사로 문화재 훼손이 걱정된다며 4대강 금강구간 공사중단을 정부에 요청했지만 이 ‘준설’공사가 정부 추진이 아닌 2010세계대백제전을 위한 공사란 게 드러나 빈축을 사고 있다. 충남도 4대강 재검토 특위는 9일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 잠정목록에 오른 공주·부여 역사유적지구에 대한 조사와 보존방안에 대한 충분한 사전조사 없이 (4대강 사업이) 이뤄져 백제 고유의 문화유산들이 크게 훼손될 것”이라며 “문화재 정밀조사를 마칠 때까지 공사를 멈추라”고 주장했다.
◇국토부, “왕흥사지 주변은 충남도 공사”=하지만 이같은 충남도 입장에 국토해양부는 곧바로 회신을 통해 “왕흥사지 주변에서 이뤄지고 있는 공사는 충남도의 대백제전행사와 관련한 수상공연장 설치를 위한 준설공사”라고 충남도 입장을 반박했다.
충남도 4대강 특위가 공사 중지를 요청한 2010세계대백제전 수상 공연장 조감도.
충남도가 사실 확인 결과 수상공연장 계획구역이 왕흥사지 사적지정구 역내 들어있어 국가문화재위원회의 심의를 통해 지난해 충남역사문화원이 지표조사를 벌였다. 올 초엔 백제문화재연구원에서 표본시굴조사를 했다. 그 뒤 3월25일 지표 및 발굴조사결과 사업실시에 특별한 문제점이 없다며 문화재청에서 충남도 및 대전지방국토관리청에 통보, 수상공연장공사가 시작됐다.수상공연장은 공주, 부여 2곳에 설치되며 ‘2010세계대백제전’ 최대 하이라이트이자 국내 최초의 수상미디어아트쇼로 꼽는 수상뮤지컬이 열릴 예정이다. 충남도가 4대강 살리기사업의 하나로 정부로부터 60억원씩 120억원을 받아 공사를 하고 있으며 지금까지 50%가 이뤄졌고 이달 말까지 마무리할 예정이다.
◇시민단체, “도민과 약속을 저버리는 충남도” =결국 충남도 4대강 특위는 이처럼 문화재 발굴조사가 이뤄졌음에도 전혀 파악하지 못한 채 정부를 상대로 공사 중단을 요구했다가 반박당하는 꼴이 됐다. 허재영 공동위원장은 기자들과 만나 “충남도 공사란 것을 특위 차원에선 몰랐다. 특위와 대백제전조직위 사이에 커뮤니케이션을 못했다”면서 “딜레마다. 내일 환경단체와 대화를 갖고 내부논의를 벌여 대책을 세우겠다”고 사실을 확인했다. 이와 관련, 금강살리기포럼은 “충남도가 어정쩡한 입장으로 수상무대설치를 용인한다는 건 4대강(금강)사업을 제대로 재검토해 꼭 필요한 사업과 불요불급한 사업을 가려내겠다고 선언한 도민과의 약속을 명백히 저버리는 것”이라며 “충남도는 고마나루와 왕흥사지유적에 악영향을 미치는 수상무대설치공사를 멈추라”고 주장했다. 이번 사태는 안희정 충남도지사가 민선 5기 취임 후 목소리를 높여 강조했던 ‘대화와 소통’이 충남도 안에선 전혀 이뤄지지 않고 있음을 보여줘 비난을 면키 어려워 보인다. 이영철 기자 panpanyz@<ⓒ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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