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건설 '이제 멕시코 시장을 무대로'

[아시아경제 오진희 기자] 멕시코가 한국 건설의 '엘도라도'가 될 것인가. 500억달러 규모에 달하는 프로젝트가 대기중인 멕시코로 눈길이 쏠리고 있다.대형 건설사들은 물론 중견 건설사들도 멕시코 진출을 노리고 있다. 지난 7월 이명박 대통령이 현지로 날아가 준FTA 지위를 획득, 징검다리를 놓은 데 이어 현지 발주처들도 한국 건설업체의 성실성과 기술력을 높이 사며 한층 분위기가 무르익어가고 있다.6일 건설업계에 따르면 중동과 아프리카 등으로 쏠려있던 관심을 중남미로 돌리며 수주기반 다변화를 모색하고 있다. 리비아에 이어 이란에 대한 제재로 이미 수주한 프로젝트가 무산되는가 하면 시공중인 현장에서 기성금을 받기도 쉽지 않은 상황으로 발전하며 대안마련에 나서고 있는 것이다. 건설업체들은 저마다 현지 지사설립을 추진하거나 연락사무소를 개설하는 등 현지 정보를 입수하기 위한 노력을 배가하고 있다.멕시코는 지난 1992년 12월 SK건설이 3244만달러 규모의 MTBE 및 TAME 공장 건설공사 수주로 멕시코 건설시장에 발을 디뎠다. 이후 지금까지 20여년이 가까운 시간동안 우리 업체들이 거둔 성적은 36억달러 규모로 미미했다. 더구나 1년 전부터는 멕시코 정부가 FTA 체결국가의 업체들에게만 석유공사 등 일부 정부발주 프로젝트 입찰을 허용, 한국의 업체들이 입찰시 운신의 폭이 크게 제한돼 왔다. 하지만 지난 7월 초 이명박 대통령이 멕시코시티를 방문해 칼데론 멕시코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통해 준FTA 지위를 획득하면서 건설 수주에도 상당한 영향이 미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 체결국인 멕시코는 유럽 대부분의 국가와 미국, 캐나다, 중남미 국가 등 43개국과 협정을 맺고 있다. 싱가포르와 같이 로컬업체 외에도 외국 업체에도 입찰참여를 개방하고 있다.◇정유시설,발전소,도로 등 500억달러 규모 쏟아져
"이제는 중동의 GCC(걸프협력회의)국가만이 아닌 중남미 국가로 눈길을 돌려야 할 때다. 지난해 11월 부터 멕시코 정부 발주처 관계자들이 뉴욕, 마드리드를 거쳐 최근 상하이와 이번 한국을 찾아 인프라 프로젝트 로드쇼를 벌이고 있는데 국내 업체들의 큰 호응에 멕시코 정부 발주처 관계자들도 상당히 인상적으로 느끼고 있다"4일부터 서울 삼성동 코엑스 그랜드볼룸 103호에서 열린 '멕시코 인프라 프로젝트 설명회'에서 만난 엄기웅 코트라 멕시코시티 무역관 과장의 이야기다. 설명회에서는 국내 건설업체들과 멕시코 정부 발주처들 간 1:1 상담이 이뤄지고 있다.이번 설명회에서는 멕시코 에너지부, 통신교통부, 국영 석유공사, 연방 전력청, 수자원 공사 등에서 고위급 인사들이 참여해 향후 발주예정 공사들을 소개했다. 이에 현대건설과 포스코건설, 효성 등 건설업체들이 대거 참여하며 성황을 이뤘다.앞으로 정유시설, 발전소, 도로 등 500억달러 규모에 달하는 건설 프로젝트들이 쏟아진다는 것을 염두에 두고 높은 관심을 보이고 있는 것이다. 엄 과장은 "최근 멕시코에서 대규모 인프라 프로젝트들이 쏟아지고 있고 우리 기업과 멕시코 정부와의 연결을 강화시킬 일환으로 개최된 이번 설명회를 통해 머지않아 10억~20억달러 규모의 수주를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코트라에 따르면 2011년 내 발주예정인 멕시코의 주요 인프라 건설공사로는 90억달러 규모의 뚤라 지역 정유소 건설사업, 살라망카 정유소 현대화 공사(26억달러), 까데레이따 탈황시설 공사(16억달러)가 있다. 모두 석유공사 발주 물량이다. 또 연방통신교통부의 베라크루즈 항만 공사(10억달러), 연방전력공사의 중부 복합화력발전소 건립공사(10억달러), 수자원 공사가 발주하는 담수화 및 하수처리장 시설공사(10억달러) 등이 나온다. 인구 1억1000만명, 면적은 남한의 20배에 달하는 멕시코는 주로 '마낄라도라'라고 불리는 보세임가공 산업이 발전돼 있다. 하지만 공장을 돌리기 위한 가스, 수도, 전기, 도로 등 인프라가 부족한 편이다.◇국내 건설업계 진출 '관심'이번 설명회는 지난 4월 설립된 협회 멕시코 지부가 코트라와 함께 멕시코건설은행(BANOBRAS)과 무역투자진흥공사(PROMEXICO)를 접촉해 준비한 행사였다.지난 4일부터 열린 이 행사에는 멕시코 건설시장과 입찰이 예정된 프로젝트에 대해 알아보고자 무려 250여명의 국내 건설업체 관계자들이 참석했다. 1:1 상담회에도 국내 57개팀이 멕시코 정부 발주처 관계자들과 이야기를 나눴다. 특히 현대건설 등은 뚤라 지역에 건립할 대규모 정유소 건설사업에 관심을 보이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상담회를 찾은 효성중공업의 해외사업부 관계자는 "연방 전력청(CFE)에서 소개한 발전소 공사 발주와 함께 공공건설은행을 통한 금융지원에 대해 이야기를 나눌 수 있었던 자리"라고 말했다. 한진중공업 그룹 계열 토목설계사인 한국종합기술의 정광호 해외사업부 상무는 "수자원공사 국장과 만나 상하수처리장, 정수장, 저수지 및 댐 건설관련한 프로젝트 동향을 들었다"면서 "대부분 건설·운영 후 양도(BOT) 방식이라 당장 수주에 뛰어들긴 어려움이 있지만, 해외시장 개척을 위해 장기적인 관점으로 관심을 가지고 있다"고 언급했다.도로교통관리시스템(ITS)기기를 판매하는 중소기업인 엔라이트테크 관계자는 "지사가 미국 오스틴에 있는데 멕시코 시장도 눈여겨 보고 있다"면서 "통상교통부 차관을 만나러 왔는데 전기소모량이 일반기기보다 20분의 1에 불과한 에너지 절약 ITS기기를 소개할 목적으로 이곳을 찾았다"고 행사를 찾은 이유를 설명했다.

지난 5일 열린 멕시코인프라프로젝트 1:1 상담회에 우리업체들이 57개 팀을 이뤄 멕시코 정부 발주처 관계자들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는 모습.

오진희 기자 valere@<ⓒ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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