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품 잉크 강조하는 한국HP의 '모순'

앞에선 정품 뒤에선 무한잉크 업체와 '맞손'

모델들이 한국HP의 정품 소모품을 홍보하고 있다.

[아시아경제 서소정 기자]한국HP가 잉크사업에 대해 이중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어 구설수에 오르내리고 있다. 한국HP(대표 스티븐 길)는 14일 서울 남산 반얀트리호텔에서 기자간담회를 갖고, 정품 HP 대용량 잉크젯과 레이저젯 카트리지 제품으로 출력시 페이지 한 장당 최대 35%의 에너지를 절감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한국HP는 이날 퀄러티로직 자료를 인용, 리필 카트리지가 HP 제품에 비해 토너 접착성 관련 문제가 7배나 많고, 낮은 품질 등으로 신뢰도에 문제가 있다고 밝혔다. 조사 결과 리필 브랜드의 토너 카트리지 중 60% 이상이 배달 시 초기 불량제품이거나 낮은 품질에 문제가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또한 독일 티유브이 슈드페이스비의 연구 결과에 따르면 정품 HP잉크가 리필 잉크에 비해 출력 생산성이 2배나 높으며, 리필 잉크 카트리지의 출력오류는 무려 42%에 달하는 것으로 분석됐다. 한마디로 정품 잉크 카트리지가 리필 카트리지에 비해 훨씬 우수하다는 얘기다. 하지만 한국HP의 이같은 태도에 대다수 소비자들은 의아하다며 고개를 갸우뚱하고 있다. 한국HP가 기자간담회와 같은 공식적인 자리에서는 정품의 우수성을 강조하며 리필 제조업체의 신뢰성에 의문을 제기하고 있지만, 실제로는 상당수 무한잉크 업체와 손잡고 시장지키기에 급급한 이중적 태도를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현재 옥션, 지마켓 등 각종 인터넷몰에는 HP k5300, k5400 등의 제품용으로 '매직키트89'라는 제품이 판매되고 있다. 매직키트89는 지난 2008년 한국HP가 급증하는 무한잉크 시장에 맞서 한국에만 출시한 제품으로, 프린터헤드ㆍ 검정잉크ㆍ 컬러잉크 등으로 구성된 패키지 상품이다. 매직키트89는 한국HP가 무한잉크 시장의 확대를 막기 위해 자구책으로 내놓은 제품으로, 다른 정품에 비해 훨씬 가격이 싸다. 이 제품이 소비자에게 꾸준히 팔리는 것은 프린터헤드를 교체하고, 펌웨어만 업그레이드 하면 잉크에 드는 비용을 획기적으로 절감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한국HP측도 "프린터 헤드를 교체하는 등 고객이 약간의 수고만 들이면 고가의 HP 잉크제품과 품질 차이는 없다"고 말할 정도다. 무한잉크 업체들에 따르면 현재 매직키트89 제품의 판매는 인터넷을 통해 지속적으로 이뤄지고 있으며, 수요도 꾸준한 것으로 밝혀졌다.한국IDC의 자료에 따르면 매직키트를 적용할 수 있는 모델인 한국HP 오피스젯 프로 K5300의 지난해 판매량은 총 7만2267대로 국내 전체 프린터, 복합기 시장 판매 순위에서 4위에 오를 정도로 인기다. 프린터 판매가 높다보니, 소모품인 잉크에 대한 수요도 많을 수밖에 없다. 결국 한국HP는 겉으로는 정품잉크의 우수성을 강조하는데 팔을 걷어붙이는 것처럼 보이지만, 속으로는 무한잉크 업체들과 손잡고 관련시장에 살짝 발을 걸쳐놓고 있다는 얘기다. 정품 사용을 강조하는 태도와 모순된다는 지적이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또한 타 정품 잉크와 매직키트 제품의 품질이 동일하다는 한국HP측의 주장이 사실이라면, 매직키트 외 제품의 가격이 상당 부분 부풀려졌다고도 볼 수 있다. 이에 대해 한국HP 관계자는 "매직키트는 k5300, k5400 등의 제품에 쓸 수 는데, 해당 프린터는 단종된 모델"이라며 "정품 사용에 대한 캠페인은 앞으로도 지속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한편 무한잉크란 재생잉크의 일종으로 기존 재생 제품이 소량의 잉크를 카트리지에 직접 주입하는 방식이라면, 무한잉크는 대량 잉크통을 카트리지에 직접 연결하는 방식으로 운용되며 시중에 나오는 비싼 정품 제품보다 가격이 훨씬 저렴하다.서소정 기자 ssj@<ⓒ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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