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 비즈니스맨들과 한국 시장에 대해 논의할 때 가장 자주 듣는 두 단어가 있다. 첫번째는 '역동적(Dynamic)'이고 두번째는 '독특한(Unique)'이다. 한국의 자동차 산업과 수입차 시장은 한국의 '역동적'이고 '독특한' 특성이 가장 잘 드러나는 산업 중 하나다.주지하다시피 한국의 자동차 산업은 전 세계에서 유례를 찾을 수 없을 정도로 빠른 성장을 이뤄왔다. 1980~90년대 자동차 산업의 글로벌 기업 중 한국 자동차들을 주목하는 곳은 단 한 군데도 없었다. 하지만 현 상황은 어떤가? '상전벽해'라는 표현이 부족할 정도로 눈부신 성장을 이뤘다. 한국은 세계 5대 자동차 대국이 됐고, 한국의 대표 자동차 브랜드는 전 세계 자동차 기업들이 예의 주시하는 회사로 성장했다.한국의 자동차 산업이 '역동성'을 상징한다면 한국의 수입차 시장, 더 나아가 한국의 자동차 시장은 '독특함'을 대변한다. 국산 브랜드의 시장 점유율이 95%에 이르는 나라는 전 세계에서 한국을 제외하면 찾기가 쉽지 않다. 한국의 수입차 시장이 고가의 대형차가 주도하는 역피라미드형 구도로 정착된 것은 수입차 개방 초기 한정된 고객을 대상으로 국산차가 커버하지 못했던 영역을 중심으로 시장을 개척해 온 수입차 업체들의 전략 때문이다. 이후 수입차 시장이 성장하면서 항아리형 시장으로 변모하고 있으며, 이제는 소형차 시장이 가장 빠른 성장세를 보이면서 피라미드 구조로 나아가고 있다. 수입차 시장이 성숙되면서 점차 제자리를 찾아가는 것이다. 즉 '독특한' 시장이 점차 보편적인 시장의 특성을 갖춰나가고 있는 중이다.자동차 예에서 보듯이 우리의 역동성은 한국의 대표적인 장점이고, 눈부신 경제성장의 원동력이다. 독특한 시장 특성 역시 글로벌 기업 입장에서는 뚜렷한 목표 시장을 설정할 수 있고, 해당 시장에서 기회가 컸기 때문에 나쁠 것이 없었다. 하지만 글로벌화가 심화되는 현 시점에서 '역동성'과 '독특함'을 반드시 장점으로만 봐야 하는지는 곱씹어볼 필요가 있다. 실제로 역동적인 특성은 자칫 예측이 불가능한 시장으로 간주되고, 독특한 특성은 '이해하기 어려운 비즈니스 관습'으로 오해되는 경우도 발생하기 때문이다. 한국적 상황을 고려한 독특한 제도나 정책이 보이지 않는 규제로 받아들여지는 경우가 한 예라고 할 수 있겠다. 해외 브랜드들이 첨단 기술이 적용된 최신 모델들을 국내 규정 때문에 출시하지 못하는 경우가 가끔 있는데, 이는 의도와는 다르게 국내 브랜드 입장에서는 내수 시장 방어에 유리한 요소로 작용하는 결과를 낳는다. 이미 한국의 대표 기업들은 해외 시장에서 국내보다 훨씬 더 많은 매출이 발생하고 있다. 자동차 산업 역시 국내에서 판매되는 물량보다 수출 또는 해외에서 생산되는 물량이 훨씬 많다. 결국 국내차 업체의 성공은 국내 시장에서 얼마나 많은 물량을 판매하느냐에 달린 문제가 아니라 해외 시장에서 얼마나 점유율을 높일 수 있느냐가 관건이 된다. 최근 수입차 판매가 급증하면서 수입차 시장 점유율이 7%를 넘어설 수 있을 것이라는 예측이 나오고 있다. 자연스럽게 국산차 업체의 내수 점유율 하락을 우려하는 소리가 커지고 있다. 그러나 독일이나 미국 같은 자동차 강국에 비하면 국내 자동차 시장 내 수입차 점유율은 아직 미미한 수준이다. 독일의 경우 수입차 시장의 비중이 40%이며, 미국은 70%에 이른다. 필자는 이런 수입차의 저변 확대 현상을 위기로 보기보다는 기회로 봐야 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안방에서 거센 도전에 직면할수록 국산차 업체들의 경쟁력은 높아지고, 이는 해외시장 진출과 개척에 있어서 소중한 자양분이 될 것이다.박동훈 폭스바겐코리아 사장 <ⓒ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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