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김민진 기자] 현대그룹이 외환은행과 재무구조개선 약정 체결을 거부하면서 상황이 전면전으로 치닫고 있어 그 해법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외환은행 등 채권은행협의회(채권단)는 8일 오전 외환ㆍ신한ㆍ산업은행, 농협 등 4개 은행이 참여한 서면 협의 형식의 운영위원회를 열고 1차적인 조치로 현대그룹의 신규대출(신규신용공여중단 조치)을 전면 중단키로 결정했다. 외환은행 관계자는 "운영위원회 은행으로부터 동의서 수령했으며 이번 결의내용을 다른 채권은행협의회 은행들 앞으로 오늘 중 공문 발송할 예정"이라고 말했다.반면 현대그룹은 주채권은행인 외환은행 대출을 모두 갚고 주채권은행을 변경하겠다는 뜻을 굽히지 않고 있다. 현대그룹과 외환은행 등 채권단은 추가 협상 등을 통해 해법을 찾지 못하고 평행선을 달리고 있는 셈이다. 채권단은 신규대출 중단 이후에도 현대그룹이 뜻을 굽히지 않을 경우 만기대출연장ㆍ보증서 발급 거부 등의 동원 가능한 모든 수단을 통해 당초 약속된 재무구조개선 약정 체결을 이끌어 낸다는 방침이다. 후속 조치가 이뤄질 경우 현대그룹은 만기대출연장 불가에 따른 자금압박과 신규 투자나 수주, 무역거래 등 사실상 경영상에 타격을 입어 벼랑 끝으로 몰릴 가능성이 있다. ◇재무구조 평가 다시 받겠다 vs 바뀌는 것 없다=현대그룹은 지난 6일 주력 계열사인 현대상선 2ㆍ4분기 실적을 발표하면서 "외환은행과 거래를 끊고 주채권은행을 변경해 재무구조 평가를 다시 받겠다"는 기존 입장을 거듭 전했고 이미 차입금 중 400억원을 갚았다고 밝혔다. 현대상선은 2분기 시장의 예상을 뛰어넘는 실적을 올렸기 때문에 재무구조개선 약정을 맺을 필요가 없다는 입장이다. 현대그룹의 주장을 받아들여 채권단이 올해 상반기 재무약정을 반기 실적기준으로 다시해 자금지원 중단을 해제해주는 방법이 있다. 하지만 채권단이 이 같은 사항이 당초 합의와도 위배되고 근거가 희박해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이어서 실현 가능성이 희박하다. 갈등의 근본 원인으로 지적된 현대건설 인수와 맞물린 현대상선 경영권 보장 문제를 해결할 수 있도록 해줌으로써 해법을 찾을 수도 있다. 재무구조개선 약정을 맺건 신규대출 중단 조치 등 채권단 압박이 가중될 경우 현대그룹은 현대건설 인수전 참여조차 어렵게 되는데 현대건설을 범현대가에서 인수할 경우 이는 현대상선 경영권을 위협하는 요인이 된다. 결국 금융당국이나 현대그룹, 채권단 간의 조율을 통해 현대상선 지분 확보 문제 등을 해결해야 한다는 얘기다. 현실적인 상황을 감안할 때 이 같은 방안 역시 실현 가능성이 높지는 않다. 한편 금융당국의 조정 등에 대해서 금융감독원 관계자는 "감독당국이 이런 사태에 대해 조율하거나 제재를 취할 수 있는 근거나 기능은 없다"며 "기업과 채권단 자율에 맡겨 해결하는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재무구조개선 약정 뭐길래=현대그룹과 채권단 간의 사태가 극으로 치달으면서 우려의 목소리는 물론 기업 재무구조개선 약정의 재점토 필요성도 대두되고 있다. 대기업과 채권은행은 재무구조개선 약정 문제를 놓고 해마다 실랑이를 되풀이하고 있기 때문이다. 재무구조개선 약정은 부실우려가 있다는 판정을 받은 대기업그룹이 경영 정상화를 위해 주거래 은행 등 채권단과 맺는 양해각서다. 재무구조개선 약정을 맺게 되면 비(非)주력 알짜 계열사 매각과 부실계열사 정리, 부채감축 등 강도 높은 구조조정을 해야 하다. 이를 실천하지 못할 경우 채권단의 자금 지원이 끊겨 그룹이 해체될 수도 있다. 은행이 대기업에 재무구조개선 약정을 체결하도록 강제할 수 있는 법적 근거는 금감원의 은행업 감독규정인데 규정에서는 매년 신용공여액이 금융권 전체의 0.1%가 넘는 기업군을 주채무계열로 선정하고 주채권은행이 담당 주채무계열의 재무구조 개선을 유도하도록 명시하고 있다. 기업들이 재무구조개선 약정과 관련해 불만을 갖는 것은 이를 맺을 경우 기업들이 성장을 위해 인수합병(M&A)이나 해외 투자 등 신규 사업을 진출하는데 제약을 받기 때문이다. 경영 자체에 있어서도 은행의 관리나 간섭을 받는 것에 대한 거부감도 작용하고 있다. 금융당국에서는 기업의 재무 건전성을 안정적으로 유지하기 위한 예방적 차원의 조치라고 말한다. 하지만 기업들은 비밀유지가 안돼 신용도가 추락하고 주가도 떨어져 불안요인이 많다고 지적하고 있다.김민진 기자 asiakmj@<ⓒ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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