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집약적 구조에서 벗어나 탄소·나노섬유 등 고부가가치에 주력
[아시아경제 이정일 기자] 1970~80년대 국가 경제 성장의 견인차였던 섬유산업이 재도약의 희망을 힘차게 쏴올렸다. 지난 10일부터 사흘간 제주 신라호텔에서 열리고 있는 '섬유패션업계 CEO 포럼'은 '한강의 기적'을 이끌었던 섬유업계의 부활을 선언하는 출정식이나 다름없었다. 해마다 이맘때쯤 열리는 포럼이지만 올해는 그 규모부터 달랐다. 지난해 300여명에 불과했던 참가자는 올해 410여명으로 사상최대를 기록했다. 섬유 부문의 원로인 성기학 영원무역 회장은 "행사장이 북적인다"는 기자의 인사에 "날로 성대해지고 있다"고 화답했다. 산전수전 다 겪으며 수십년째 섬유 업계를 지키고 있는 노장의 얼굴에서는 옛 영광에 대한 그리움과 미래 성장에 대한 기대감이 교차했다.돌이켜보면 50년대 전쟁의 상흔에서 한강의 기적을 일궈낸 주인공은 다름아닌 섬유산업이었다. 60년대에는 외화벌이의 일등공신이었고 '메이든 인 코리아'를 전 세계에 알리는 주역이었다. 70년대에는 수출의 선두주자였다. 우리나라가 1977년 100억 달러 수출을 달성했을 때 섬유 업계의 몫은 무려 31억 달러에 달했다. 1987년 11월11일에는 단일 업종 최초로 수출 100억 달러를 달성하는 기염을 토했다.하지만 90년대 들어 값싼 노동력을 앞세운 중국의 급성장에 섬유업계는 하락세를 겪었다. 기업의 해외이전과 산업 공동화로 존립 자체를 걱정해야 하는 위기상황에 직면했다. 관련 기업들의 위상도 추락했다. 섬유 부문에서 내로라하는 중견 기업의 연 매출이 1000억원 대라니 전자나 자동차에 비하면 구멍가게나 다름이 없다는 것이 업계 관계자들의 하소연이다. 위기의 섬유 업계는 그러나 최근 노동집약적 구조에서 벗어나 탄소섬유, 나노섬유 등 최첨단 기술을 통한 고부가가치 산업으로 변신을 거듭나고 있다. 섬유 생산 기술이 이탈리아, 일본, 독일, 미국에 이어 세계 5위 수준이라는 사실은 여전히 섬유 업계가 우리 경제의 허리임을 증명한다. 노희찬 한국섬유산업연합회 회장이 여러 차례 '재도약'을 언급한 것은 단순한 '립서비스'가 아니었다. 포럼장에서 만난 30, 40대 젊은 리더들도 섬유 업계의 희망을 보여준다. 노 회장의 아들인 노현호 삼일방직 부사장은 "섬유산업이 고부가가치 산업으로 바뀌고 있어 미래가 밝다"면서 "과거의 영광 재현이 충분히 가능하다"고 자신감을 내비쳤다. '경제를 이끈 섬유산업, 미래를 이끌 국가산업.' 이날 포럼장의 한쪽 벽에 내걸린 플랜카드는 그래서 더욱 눈길을 끌었다. 한강의 기적을 이끌었던 섬유 업계가 미래 산업의 주역이 될지 '제2의 중흥'을 기대해본다.이정일 기자 jaylee@<ⓒ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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