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위원장' 성낙인 교수의 흥분

[아시아경제 김효진 기자] 9일 오전 11시께 서울 서초구 서울고검 15층 대회의실에선 '검사 스폰서' 조사 결과를 발표한 진상규명위원회(위원장 성낙인 서울대 법대 교수)와 기자들 사이 일문일답이 진행중이었다. 카메라를 모두 내보내고 비공개로 진행된 문답에서 성 위원장이 일순간 흥분한 모습을 보였다. 준엄해보이기까지 했다."제 말을 들어보세요. 끊지 말고. 위원장이 말하는 데 끝까지 들어보셔야지"꼬리에 꼬리를 무는 의혹에 답답했던 어느 기자의 '성접대 여종업원 진술' 관련 질문에 대답하던 찰나. 대답 도중 해당 기자가 질문 취지를 이해시키려 재차 질문을 던진 데 따른 일성이었다.궁금증만 부풀린 규명위 수장으로서 성 위원장의 태도는 납득하기 어려웠다. '제자뻘'인 기자의 질문이 너무 가혹했다 쳐도 어렵기는 마찬가지였다. 기자회견장은 '대(對)국민 보고의 장'이지 강의실이 아니었다. 50일 동안 진행된 규명위 조사는 엉성했다. 전현직 검사 101명을 조사해놓고 고작 10명에 대해서만 징계를 권고했다. 형사상 책임을 추궁한 사례는 한 건에 불과했다. 건설업자 정모씨가 검사들에게 베풀었다는 접대 관련 의혹도 상당부분 '대가성 없음'으로 결론냈고, 자신에 대한 검찰 수사 등에 관해 검사들에게 청탁했다는 의혹도 접대가 있었던 때와의 시차를 이유로 대부분 문제삼지 않았다. 호기롭게 출범한 규명위는 결국 이렇게 활동을 접었다. 의혹 폭로 장본인 정씨와 검사들 간 대질신문조차 한 번 못해본 채로 조사가 끝났다. 기자회견장은 어찌보면 국민과 규명위가 '대질'하는 자리였다. 조사 결과의 '질'로 보나 자리의 성격으로 보나 성 위원장이 흥분할 건 아니었다.김효진 기자 hjn2529@<ⓒ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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