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2 후폭풍' 기업들, 세종시에서 발 빼나?

기업들 '나 어떻게..투자 시기 놓칠 수 없어' 내부적으로 대안 마련 착수

[아시아경제 이정일 기자] 6ㆍ2 선거 후폭풍이 세종시 입주를 추진해온 기업들을 안갯속으로 내몰고 있다. 여당의 참패로 정부의 운신의 폭이 좁아지면서 기업들의 세종시 투자 전략에도 차질이 불가피해졌기 때문이다. 일단 기업들은 향후 추이를 지켜보겠다는 입장이지만 내부적으론 대안 마련에 분주한 모습이다. 삼성그룹 관계자는 3일 "세종시에 대한 입장은 달라질 것이 없다. 정치권의 향배를 지켜보겠다"고 밝혔다. 오는 9일 시작되는 임시국회에서 세종시 수정안이 통과될 가능성을 염두해둔 발언이지만 상황은 녹록치 않다.  야당 후보들이 충남과 충북, 대전 도지사를 싹쓸이하는 등 이번 선거를 통해 세종시 수정안에 대한 지역 주민들의 심판이 이뤄진 만큼 정부도 이를 막무가내로 밀어붙이기가 어려워졌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에서 삼성그룹측이 "세종시 문제가 해결되지 않으면 대안을 찾겠다고 여러 차례 밝혔다"고 언급한 것은 주목할 만하다. 김순택 삼성전자 신사업추진단장(부회장)도 지난달 18일 정운찬 총리를 만난 자리에서 "세종시 문제가 마냥 지연될 경우 대체 용지 등의 검토가 불가피하다"고 토로했지만 선거 패배로 상황은 더욱 악화됐다. 지난 1월11일 세종시에 차세대 전지와 LED, 첨단 의료 기기 등 2조500억원 규모의 투자를 결정한 삼성은 국회가 늑장을 부리면서 충남 연기군 월산공단 등을 대체 용지로 검토해온 것으로 전해졌다. 특히 LED 생산시설은 글로벌 경쟁력 확보를 위해 시급히 마련돼야 한다는 점에서 삼성이 머잖아 결단을 내릴 것이라는 관측도 조심스럽게 제기되고 있다. 이와 관련해 삼성측은 "생산 전략도 차질 없이 마련해야 하고, 정부와의 약속도 지켜야 하는 등 고민이 많다"면서 "투자 계획 자체가 번복되지는 않겠지만 그 내용은 어느 정도 바뀔 가능성이 있다"며 퇴로를 열어놨다. 세종시에 향후 10년간 1조3270억원을 투자키로 한 한화그룹도 "세종시 추진은 정부가 시작한 일인 만큼 최종 결정도 정부가 내려야 한다"는 원론적인 입장을 피력했다. 그러면서도 "올 연말을 넘기지는 않겠다"고 강조했다. 연말까지 세종시 문제가 해결되지 않으면 대체 부지를 찾아나서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한화가 국방미래기술연구소를 연내 설립키로 이미 내부 일정을 세워놓은 만큼 대안 마련이 생각보다 빨리 진행될 가능성도 점쳐지고 있다. 세종시에 9000억을 투자키로 한 웅진도 그동안 여러 차례 '투자 타이밍'을 강조해온 만큼 전략 수정을 고심하고 있다. 1000억원 투자 계획을 수립한 롯데도 다각도로 대책을 모색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업계 관계자는 "그동안 지지부진했던 세종시 문제가 이번 선거로 더욱 꼬이면서 기업들도 고민이 깊어가고 있다"면서 "한나라당 내에서조차 부정적 여론이 고개를 들면서 세종시 논란이 최대 고비를 맞고 있다"고 밝혔다.이정일 기자 jaylee@<ⓒ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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