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박건욱 기자]참으로 길고도 긴 고통의 시간을 견뎌낸 이가 있다. 바로 영화배우에서 가수로 2년 만에 컴백한 이시연이 바로 그 주인공. 이시연은 최근 첫 앨범 '난 여자가 됐어'로 제 2의 인생을 개척하기 위해 나섰다.데뷔곡 '난 여자가 됐어'는 아픔을 겪어야만 진정한 여자가 될 수 있다는 의미의 곡으로 트랜스젠더로 변신한 그의 지난날과 새롭게 태어난 지금의 삶을 담아냈다. ◇가수 도전, 목소리에 자신감 없었다"개인적으로 정말 꿈에 그리던 일이었어요. 원래 어렸을 때부터 가수가 꿈이었거든요. 늦게나마 이렇게 할 수 있게 됐다는 것에 대해 너무 감사하죠."이시연은 이번 앨범을 통해 대중들과 더 많이 소통하길 원했다. 남자 이대학이 아닌, 여자 이시연을 이해해 주길 바라는 마음도 담겨있다. 바라는 마음이 큰 만큼 두려움도 컸다."솔직히 가수는 처음이잖아요. 조금 부족하지 않나하는 생각에 아쉬움이 많이 남아요. 남성과 여성 목소리가 섞여있는 듯한 목소리도 자신없는 부분이었어요. 그렇다보니 노래를 하는 데 있어 많은 어려움이 있었고요. 좀 더 당당하게 녹음했더라면 노래의 맛을 더 살리지 않았을까 하는 후회도 들어요."
◇남자로 산 27년, 행동, 표정까지 거짓 영화 '색즉시공'에서 얼굴을 알린 이시연은 영화 촬영이 끝난 지난 2007년 독한 마음으로 수술대에 올랐다. 다른 이유는 없었다. 단지, 인간으로서 최소한의 행복을 찾고 싶은 것이 이유라면 이유."그동안 마치 제가 아닌 다른 사람의 인생을 살고 있었다고 해야 할까요? 행동이나 표정들이 모두 거짓처럼 느껴졌죠. 솔직하게 말하자면 전 행복하지 않았어요."아들의 수술을 반대하던 어머니도 그의 끈질긴 설득 끝에 1년 만에 수술을 허락했다. "물론 어머니가 정신적으로 많이 힘드셨죠. 저 역시 마찬가지였고요. 평범하게 한 남자로 살고 싶었는데 한계점이 오더라고요. 결국 수술을 받아들일 수 밖에 없었죠."그렇게 수술대에 누운 이시연은 자신이 다시 눈을 떴을 때 지금보다 좀 더 행복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수술한 뒤로는 성형의 '성'자만 들어도 소름이 돋아요. 그만큼 고통이 큰 수술이었죠. 그 엄청난 고통을 참을 수 있었던 건 단지 행복해지고 싶다는 생각때문이었어요."지금은 행복하냐는 질문에 이시연은 "지옥같던 예전 시간보다 많이 행복해졌다"며 "과거 생활이 죽음이라는 단어에 가까웠다면 지금은 삶이라는 단어에 가깝다"고 웃어보였다.
◇주위의 편견과 고정관념때문에 힘들지만..성전환 수술을 거쳐 여자로 거듭난 이시연은 영화 '색즉시공2'에서 깜짝 출연하며 팬들을 놀래켰다. 하지만 그 뿐이었다. 대중들은 그를 여배우로 대하기보다는 성적소수자 중 한 명으로 바라봤다. "솔직히 영화 '색즉시공2'에 출연하고 나서 많이 후회했어요. 일이 너무 하고 싶어 출연을 결정했지만 편견과 고정관념때문에 주위 사람들과 섞이지 못하는 제 모습을 봤죠. 행복해지고 싶어 수술을 선택했는데 그 선택이 다시 저를 음지로 몰아가더라고요. 내 삶을 찾을 생각만 하고 비판을 받아들일 준비가 안됐던 것 같아요."아직도 길거리를 지나다보면 면전에 대고 욕을 하는 사람들도 있단다. 처음에는 상처를 많이 받고 힘들었지만 지금은 스스로 그 상처를 치유할 수 있을 만큼 성장했다며 웃어보인다. 인터뷰 끝자락에서 이시연은 여가수로서, 또 성적소수자로서 포부를 당당히 밝혔다."행복하고자 선택했던 길인만큼 인정을 받기 위해 좀 더 노력을 해야 될 것 같아요. 앞으로 성적소수자를 위해 할 일이 아직 많은 것 같아요. 음지로 내몰리고 있는 분들의 꿈을 위해 노력하겠습니다."이제 막 가수로서 제 2의 인생을 시작하려는 이시연의 눈빛은 할 수 있다는 믿음과 희망으로 빛나고 있었다. 박건욱 기자 kun1112@사진 윤태희 기자@<ⓒ아시아경제 & 스투닷컴(stoo.com)이 만드는 온오프라인 연예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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