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하루 흐름에 일희일비할 필요 없어
[아시아경제 김지은 기자] 글로벌 주식시장의 성격이 바뀌고 있다. 2008년 대세 하락기와 2009년 대세 상승기, 그리고 한치 앞을 내다볼 수 없는 2010년을 통과하고 있다. 최근 주식시장을 보면 현 시점에서는 '대세'라는 말이 전혀 어울리지 않는다. 바닥을 찍고 올라서나 싶으면 유럽발 악재가 뜬금없이 튀어나오고, 브레이크가 고장난 것 처럼 뚝뚝 떨어지나 싶으면 어느새 저가매수세가 강하게 유입되면서 지수를 다시 끌어올린다. 오르락 내리락 장세, 변동성 장세가 도래한 것이다.변동성 장세는 투자심리가 그만큼 약한 상황이라는 얘기도 된다. 대세 상승기에서는 가볍게 무시할 수 있을만한 악재에도 민감하게 반응하고, 대세 하락기에서는 그저 공포에 떨고 있을만한 지수대에서도 혹시나 하는 기대감이 살아나면서 매수세가 유입된다. 이는 변동성 장세에서 승리하기 위해서는 시장보다 강한 투자심리를 유지하는 것이 관건이라는 점을 시사하기도 한다. 지난 주말 미 증시가 1% 이상 빠졌다. 국제 신용평가사 피치가 스페인 국가신용등급을 강등한 것이 악재가 됐다. 유럽 4위 경제대국의 신용등급이 떨어졌으니 투자자들 가슴이 콩알만해지는 것도 이해가 될 만 하다. 하지만 앞서 언급했듯이 지금이 변동성 장세임을 기억한다면 단순히 넘실대는 파도의 일부일 뿐, 그리 두려움에 떨 필요는 없어보인다. 스페인 신용등급 하향조정 이슈는 이미 시장에서도 어느 정도 예상했던 바다. 특히 국제신용평가사들의 신용등급 조정은 모든 사태가 끝난 이후 가장 마지막에 행해지는 조치임을 알고 있다면 이번 악재에 대해서도 그리 두려워할 필요는 없어 보인다. 피치 역시 스페인의 신용등급을 단 한단계 하향조정한데다, 전망 역시 '안정적'으로 유지하며 그리 우려할 상황이 아님을 보여주고 있다. 다만 낙폭이 컸던 이유는 31일(현지시각) 미 증시가 메모리얼데이를 맞이해 휴장함에 따라 일단 주식을 팔고 가자는 인식이 더욱 강했다는 쪽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스페인 신용등급 강등 소식이 국내증시에 상당한 악재가 되는 것이 아니라 단순히 투자심리 측면에만 영향을 미칠 수 있음을 의미하는 부분이다. 국내증시가 일정 수준에서 하방 경직성을 확보하고 있음은 곳곳에서 확인된다. 국내증시가 가파르게 하락했던 원인 중 하나는 외국인의 현물 매도세인데, 외국인은 5월 주식시장에서만 무려 6조4000억원을 팔아치우며 공격적인 태도를 보였지만, 연기금 등을 중심으로 한 저가매수세가 강하게 유입되면서 지지선 구축이 가능한 상황임을 보여줬다. 국내 주식형 펀드(ETF제외)는 1조5000억원이 순유입됐고, 연기금은 9500억원을 순매수하며 최근 5개월 중 최대 순매수세를 기록했다. 여기에 실질 고객 예탁금이 3조7000억원 급증하기도 했다. 이는 외국인의 순매도 규모를 커버할 수 있는 규모이며, 일정 부분에서 지지선 구축이 가능하다는 것을 보여주는 부분이다. 그러나 시장은 그리 호락호락하지만은 않다. 변동성 장세인 만큼 어느 정도 반등한 이후에는 추가 상승에 대한 저항이 상당할 것이며, 반등에 나선다 하더라도 일정 수준에 그칠 가능성이 높다. 이는 선물시장에서 잘 보여주고 있는데 차익거래 환경이 좀처럼 개선되지 않고 있는 것이 대표적이다. 차익거래에서는 지난주에만 무려 1조3000억원 순매도를 기록했고 매도 규모 역시 줄어들지 않는 모습이다. 이는 극단적인 백워데이션이 만들어낸 것인데, 베이시스 개선이 뒷받침되지 못한다면 이같은 흐름은 유지될 수 밖에 없고, 지수가 반등할 때 마다 걸림돌로 작용할 수 있는 부분이다. 유럽리스크가 아직 본격적인 해결국면에 돌입하지 않았고, 강한 상승을 위한 모멘텀도 보이지 않는 상황이다. 당분간 변동성 장세가 이어질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하루 하루 흐름에 일희일비할 필요는 없어보인다.
김지은 기자 jekim@<ⓒ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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