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한은은 국제화 'Play' 임원인사는 'Delay'

한국은행의 글로벌 경쟁력을 유독 강조하는 사람이 김중수 총재다. 중앙은행의 국제화에 있어서는 역대 한은 총재 중 가장 뚜렷한 색깔을 드러내는 것 같다.  김 총재는 취임 일성에서부터 중앙은행의 국제경쟁력을 강조했다. "우리(한은)의 진정한 경쟁자는 미국ㆍ유럽ㆍ일본ㆍ중국ㆍ영국 등 다른 나라의 중앙은행이고 이들에 뒤지지 않고 자국의 국가발전에 기여하는 것이 책무"라고 역설했다. 그러면서 직원들에게 미래지향적ㆍ글로벌경제지향적으로 사고와 행태를 바꾸자고 주문했다.그래서인지 총재 취임 후 우선순위로 한은 직원의 국제 인사교류를 추진했다. 단순 연수가 아닌 영국의 영란은행이나 일본은행, IMF 등 선진 중앙은행이나 국제금융기구와의 장기적인 인사교류다. G-20 회의 때 만나는 선진 중앙은행 총재에게 국제 인사교류의 취지를 설명하고 동의를 얻어냈다는 후문이고 구체적인 실행단계에 돌입했다는 게 관련자의 전언이다. 그래서 더 강조되는 게 영어다. 김 총재는 해외 유학은 물론 OECD 대표부 대사 등 5년이 넘는 기간 동안 실질적인 외교관 생활을 해온 터라 직원들이 혀를 내두를 정도로 수준 높은 외교 영어를 구사한다. 한은 직원들이 요즘 부쩍 영어 공부에 열을 올리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김 총재 취임 이후 한은 내 결재서류에는 한국식으로 풀어쓰던 금용용어도 많이 사라졌다. 국제 금융인사들과 만나면 어차피 써야할 영어 표현을 시간과 정력을 낭비해가며 번역할 필요가 없다는 얘기다. 이러한 때문인지 역설적으로 한은 국제담당 임원 인사는 늦어지고 있다. 1개월 이상 공석이다. 승진 대상에 오른 국장급 간부들 속은 시커멓게 타겠지만 김 총재의 그 간의 발언을 볼 때 그는 한은 직원의 국제업무 능력이 다소 떨어진다고 평가하고 있다.  김 총재 스스로 가장 중요한 자리로 인식하고 G-20 의장국으로서의 역할과 위상을 강조하는 만큼 더욱 신중해지는 것 같다.김민진 기자 asiakmj@<ⓒ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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