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드의 마에스트로] '골프는 곧 나눔' 김성주 김안과병원장

[아시아경제 김현준 골프전문기자] "결국은 골프사랑이지요."2008년 프로골퍼 강경술을 후원하던 김안과병원이 지난해 3월 '팀 김안과병원'이라는 병원이 운영하는 골프단을 창설돼 화제가 됐다. '병원과 골프', 왠지 조합이 어색했다. 김성주 김안과병원 원장(49ㆍ사진)은 그러나 "눈이 좋아야 골프도 잘 치는 것 아니냐"고 한참을 웃다가 "출발점은 골프마케팅이지만 사실 열악한 환경에서 땀 흘리는 유망주들을 돕고 싶었다"는 속내를 털어놨다.'병원과 골프, 그리고 나눔 활동', 이제는 조합이 괜찮아졌다. 김 원장은 실제 지난해 9월에는 시각장애인골프대회를 개최했고, 이 행사는 올해도 계속 이어진다. 김 원장의 사회봉사는 물론 이런 미시적인 게 전부가 아니다. 캄보디아의 의료봉사활동에서 시작된 안과병원 건립 등 엄청난 프로젝트들이 '현재진행형'이다. 김성주원장이 궁금했고, 그래서 찾아갔다.▲ 김성주의 '독종골프'= 김 원장은 골프와의 인연에 대해 "그 때가 내 인생의 황금기였다"면서 입맛부터 다셨다. 그 시절은 공중보건의로 근무하던 90년대 초반이다. 김 원장은 "사업을 하던 부친께서 골프는 꼭 배워두라는 말씀을 하셨다"면서 "당시 근무지가 경기도 안성이었는데 골프와 컴퓨터라는 두 가지 화두를 갖고 내려갔다"고 회상했다."정명현이라는 젊은 레슨프로를 만났는데 (제가) 원래 시키는 거는 엄청 잘하거든요. 7번 아이언으로 빈 스윙만 2주, 또 하프스윙만 2주 정말 지겨운 과정을 꼬박 두 달간 교과서대로 했지요." 김 원장은 "나중에는 코치가 어떻게 그렇게 시키는 대로 다 하느냐고 놀라더라구요"라고 했다. 연습방법 역시 "볼 한번 치고, 한 템포 쉬어서 연습스윙 한번 하라"는 주문까지 그대로 다 지켜졌다.이런 집중력은 필드에 나간 지 6개월 만에 싱글핸디캐퍼의 반열에 들어서는 결과로 완성됐다. 비결을 묻자 "연습은 아무도 못 당하는게지요"라는 대답이 돌아왔다. "매일 연습하고, 틈만 나면 새벽에 나가 18홀 돌고, 주말에는 36홀, 여름에는 54홀도 마다하지 않았다"는 김 원장이 "이쯤되면 누구나 다 '고수'가 되는 거 아닙니까"라며 다시 한 번 입맛을 다셨다.

김성주 김안과병원장이 시각장애인골프대회를 개최하고 시타를 하는 장면.

▲ 김성주의 '아주 우연한 로맨스'= 지난해 처음 김 원장과 인사를 나눴을 때만 해도 김안과병원이 김 원장의 성을 따서 설립된 병원으로 착각했다. 하지만 김안과병원은 무척 오래됐고, 김 원장의 나이와는 도무지 연결이 되지 않았다. 김 원장이 "우연이자 필연"이라며 "설립자는 장인인 김희수 건양대 총장"이라는 설명을 곁들였다.김 원장은 보성고 재학시절 공교롭게도 영등포 김안과병원 앞에서 버스를 갈아탔다. 이미 의사가 되겠다는 꿈을 키우던 때였다. 그리고 얼마 후 80년의 봄. 연세대 의대 재학시절 김 원장은 '딴 짓'을 하느라 낙제를 했고, 1년 후배들과 같이 수업을 들어야 했다. 거기에 아내가 있었다. 김 원장은 "연애할 때 만 해도 장인이 김안과병원장일줄은 꿈에도 몰랐다"고 말했다. 김희수총장(82)이 바로 50년 세브란스의대(현 연세대 의대)를 졸업하고, 56년 미국으로 건너가 공부를 더해 62년 지금의 김안과병원을 개설한 입지전적인 인물이다. 김안과병원은 현재 36명의 안과 전문의가 연간 외래환자 40만명을 소화하는 국내 최대의 안과전문병원이다. 김 총장은 90년에는 고향인 논산에 건양대를 세웠고, 2000년 건양대병원을 개원했다.
▲ 김성주의 "사회봉사는 살점을 뜯어내듯이"= 김 원장이 문득 "예전에 약광고 못봤어요?"라고 물었다."병원과 골프가 자꾸 연관이 없다는데 어쩌면 가장 밀접한 분야"라고 말을 잇더니 눈의 중요성에 대한 강의(?)를 시작했다.타이거 우즈도 라식수술을 받은 이듬해인 2000년 메이저 3연승을 일궈내 2001년 마스터스에서 마침내 '타이거슬램'이라는 대기록을 달성했다는 요지였다."올해는 꼭 시간 내서 시각장애인골프대회에 참가해보라"는 권유도 더했다. 한 줄기 빛도 느낄 수 없는 전맹(B1)과 아주 가까운 물체만 흐릿하게 볼 수 있는 약시(B2) 등으로 나뉘어 골프 기량을 다투는 대회다. 물론 셋업이 끝난 플레이어의 클럽 앞에 볼을 놓아주고, 방향을 알려줘는 서포터와의 호흡이 핵심이다. 김 원장은 "골프를 하고 싶어도 연습공간이나 서포터가 없어 어려움을 겪는 사람들도 있다"면서 "골프를 하다보면 컨디션은 최악이지만 마음을 비우는 날 베스트 스코어가 나오듯이 삶은 언제나 감사하며 베푸는 마음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것이 "사회봉사는 살점을 떼어내듯이 실천해야 더욱 의미가 있다"는 김성주철학의 출발점이다. 김 원장은 캄보디아의 국제봉사활동에 대해서도 "교육기자재 무상지원과 건양대와의 교환학생 프로그램 등을 토대로 안과전문의를 육성하고, 종래에는 캄보디아인 안과전문의가 병원을 운영할 수 있도록 순차적으로 확대하고 있다"면서 "진정한 나눔 활동은 '물고기를 잡아주는 게 아니라 물고기 잡는 법을 알려주는 것"이라고 역설했다.김현준 골프전문기자 golfkim@<ⓒ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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