李 대통령 가계부채 우려 왜

[아시아경제 이경호 기자] 이명박 대통령이 25일 비상경제대책회의를 주재한 자리에서 가계부채 속도에 대해 면밀히 모니터링할 것을 주문하면서 그 발언 배경에 대해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이 대통령은 이날 가계부채문제로 인한 불안심리가 나타나지 않도록 정부가 국민에게 자세히 설명하고 관리노력을 기울여 달라고 당부했다. 가계부채 문제에 대해서는 이성태 한국은행 총재도 거듭 우려를 밝힌 바 있어 정책당국이 가계부채 증가속도를 완화해야 한다는 인식을 같이하고 있다. 한은에 따르면 작년 말 가계부채는 733조7000억원으로 전년도 말보다 45조4000억원(6.6%) 증가했다. 이를 전체 가구수(1691만7000가구)로 나누면 가구당 빚은 4337만원이다. 전년말의 4128만원보다 5.1% 늘어난 규모. 이에 비해 지난해 전국가구의 평균소득은 4131만원으로 전년의 4071만만원보다 1.5% 증가하는데 그쳤다. 부채증가율이 소득증가율을 3배 이상 상회하고 있다. 무디스도 가계부채가 경기회복에 발목을 잡을 수 있다고 보고 있다.이에 대해 정부는 전체 가계 부채의 3분의 2가 주택부문이고 담보가 설정돼 있기 때문에 크게 우려할 필요가 없다는 입장을 갖고 있다. 주택 가격이 떨어져도 은행부문은 건전성을 유지해 가계부채 문제가 경기 회복세를 지연시키지는 않을 것이라는 판단이다.하지만 시장에서는 주택가격에 대해서는 심상치 않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주택가격이 떨어져 은행은 건전해지더라도 이전에 거품이 낀 미실현 이익에 대한 기대감으로 씀씀이를 늘린 가계, 개인들로서는 소비를 줄일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산업은행 경제연구소가 우리나라의 주택 가격과 근로자가구 연소득을 토대로 국내 주택가격의 적정성을 조사한 결과, 미국과 일본의 가구소득 대비 주택 가격은 2008년에 각각 3.55배와 3.7배인 반면 우리나라는 6.26배였다. 근로자가구가 한 푼도 쓰지 않고 6년 이상을 저축해야 집장만을 할 수 있다는 것으로 그만큼 거품이 많다는 것을 의미한다. 산은은 또 주택구입능력지수가 악화되고 가계부채 비율도 증가하고 있어 주택금융 리스크가 커지고 있다고 봤다. 주택가격의 하락압력이 있지만 명목가격이 급락한다면 부동산 비중이 높은 우리나라는 큰 충격이 있을 수 있다는 우려다. 정유훈 현대경제연구원의 선임연구원은 "민간부문의 고용회복이 지체되고 있어 가계소득의 빠른 회복이 어렵다"며 "소비 회복세가 둔화될 가능성이 존재한다"면서 "부동산 가격의 상승세가 둔화되고 있어 자산 효과에 따른 민간소비의 증가가 어려울 것이다"고 예상했다.이같은 상황에서 금리가 인상될 경우 가계부채는 급속히 증가할 것으로 우려된다. 지난 2월말 현재 가계의 은행대출잔액은 총 407조3000억원으로 이중 주택담보대출은 265조5000억원, 마이너스 대출 등은 140조7000억원이다. 하반기중 금리가 0.5%포인트가 올라갈 경우 가계의 대출이자는 2조365억원, 1%포인트 상승시에는 4조원으로 늘어난다. 전경련이 19세 이상 성인남녀 800명을 상대로 조사한 결과, 국민들은 우리경제에서 가장 취약하다고 느끼는 부문으로 가계부문(24.8%), 노동시장(22.8%), 중소기업(20.4%)을 꼽았고, 내수부진(9.4%), 외환시장(5.2%), 금융부문(4.0%) 등의 순으로 나타났다. 경기회복에 따른 기준금리 인상 시기에 대해서는 올해가 바람직하다는 의견은 25.5%에 불과한 반면 올해보다는 내년 이후에 하는 것이 좋겠다는 의견이 47.8%로 두 배에 달했다. 전경련 관계자는 "금리 인상을 뒤로 미루어야 한다는 응답이 많은 것은 가계부채가 많은 상황에서 금리가 오르면 가계의 이자부담이 크게 늘어날 것을 우려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전문가들은 "부채증가 속도를 완화시키고 시중에 풀린 자금을 회수하기 위해 금리를 인상할 경우 시장에 미치는 충격이 커 금리 인상보다는 금융권을 통해 불필요한 대출을 자제토록 하는 카드를 내세울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김경수 한은 금융경제연구원장도 국회경제정책포럼에 기고에서 "출구정책 수행과정에서 가계부채의 급작스런 축소조정이 일어나지 않도록 경계해야 한다"며 "고용, 소득, 물가 등 안정적 거시경제운영을 통해 부동산시장의 안정에 비우호적인 여건이 조성되지 않도록 노력하고 고정금리 대출비중을 높이고 가계대출 장기화 등 가계금융 선진화를 유도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경호 기자 gungho@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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