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지막 ‘금통위’ 이 총재의 성과와 후임총재의 숙제

[아시아경제 이규성 기자]임기 만료를 코앞에 둔 이성태 한국은행 총재가 11일 마지막 금융통화위원회를 주재했다. 이 총재는 금리를 13개월째 동결하는 결정을 내렸다. 이성태 총재는 기획부장과 조사국장, 부총재 및 금융통화위원 등 차근차근 요직을 거치며 총재까지 오른 내부 인사란 점에서 화제를 모았다. 내부 승진에 의해 총재가 선출된 것은 1993년 이후 13년만이었다.  이 총재는 4년임기를 마감하는 이 총재의 대한 평가는 대체로 긍정적이다. 그의 재임기간 중 글로벌 금융위기로 국내 경제가 벼랑끝에 몰리고 집값 급등, 원자재값 상승으로 물가안정이 위협받을 때 적극적인 금리정책으로 빠른 경제회복을 이끌어냈다는 점은 '공'으로 평가받는다.  그러나 다른 한편으로는 글로벌 금융위기여파로 경제 회복을 위해 금리를 낮추라는 정부의 압박을 받았고 심지어 기획재정부 차관이 금융통화위원회 열석발언권을 행사하는 것도 용인해야 했다. 그는 지난 2008년 10월부터 전 세계 흐름에 발맞춰 5.25%였던 기준금리를 매달 내려 2.00%까지 낮췄고 이후 계속 이를 유지해 왔다. 4년의 재임기간은 한마디로 순탄치 않았다. 임기 만료 2주를 앞두고 벌써부터 후임 총재에 대한 하마평이 무성하다. 차기 한은 총재로는 어윤대 국가브랜드위원장, 김중수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대사, 김종창 금융감독원장, 강만수 대통령경제특보 겸 국가경쟁력강화위원장, 박철 리딩투자증권 회장(전 한은 부총재) 등이 거론되고 있다. 한국은행법은 총재 자격에 대해 '전문성'과 함께 '정치적 중립성'을 갖춰야 한다고 명문화돼 있다. 정치적 쏠림 상태에서 통화, 환율정책을 펼쳤다간 국가경제에 치명적 타격을 가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그러나 임명권을 쥔 청와대는 아직 "아무 것도 결정된 것이 없다"며 입을 다물고 있다. 청와대의 한 관계자는 "몇몇 후보군을 대상으로 검증하고 있으며 4월까지는 아직 시간이 남아있다"는 말을 되풀이 할 뿐이다. 이 총재도 전임 박승 총재의 임기 만료 1주일 전에 청와대로부터 내정을 통보받아 현 상황이 낯설지는 않다. 그러나 국민과 시장의 사전 검증이 없다는 점은 피하기 어렵다. 이와 관련, 김규한 상명대학교 경제통상학부 교수는 "한국은행 총재는 일국의 통화정책을 담당하는 만큼 매우 중요한 위치"라면서 "정치권에서 동의가 돼 자기 목소리를 충분히 낼 수 있는 사람을 뽑아야 한다"고 말했다.  아울러 전문성을 갖춰야 하는 것은 물론, 통화정책의 독립성을 지켜낼 수 있는 독자적인 목소리를 내는 힘있는 인물이 필요하다고 그는 덧붙였다. 외국에서도 중앙은행의 총재 가장 중요한 덕목으로 전문성이 꼽힌다. 서울대의 한 교수는 그러나 "한은 총재가 독립성을 지키려면 이에 따른 책임도 져야 한다"면서 "외국 중앙은행 총재와 달리 우리나라는 지금까지 독립성은 갖되 책임은 회피했다"고 꼬집었다. 그는 , "신뢰가 쌓인 인사가 돼야 한다"면서 "그러나 거론되고 있는 후보들은 전문성과 도덕성 등에서 국민의 공감을 얻기 힘든 부분이 있다"고 지적했다. 차기 총재는 전문성과 책임감을 갖고 출구전략의 핵심이라고 할 수 있는 금리인상도 단행해야 하는 어려운 과제를 안고 있는 셈이다. 이규성 김민진기자 bobos@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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