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이경호 기자] 최경환 지식경제부 장관은 지난해 9월 21일 취임 이후 줄곧 R&D지원체계의 개편의 필요성을 강조해왔다. 최 장관은 취임사에서부터 "지금 밖에서는 R&D에 대한 인식이 매우 좋지 않다"고 전하고 "깨진 독처럼 아무리 부어도 성과가 보이지 않는다"고 했다. "R&D 자금은 우리 경제의 미래를 위한 소중한 종자돈이다. 먼저 갖는 사람이 임자인 눈먼 돈이 되어서는 결코 안 된다"면서 확실한 성과가 기대되는 사업에 R&D 자금이 투입될 수 있도록 R&D 지원체제를 확실하게 바꿔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에 따라 R&D 지원총괄기관인 한국산업기술평가관리원(KEIT) 주도로 R&D시스템 혁신방안에 대한 연구용역이 시작됐고 민관이 참여하는 혁신위원회도 가동됐다. 지경부 R&D체계 전반에 대한 분석을 진행한 컨설팅업체 베인앤컴퍼니도 중간보고를 통해 ▲온정주의적인 평가 관행에 따라 대부분 성공 판정을 받지만 이렇다 할 대형 성공 사례는 없다 ▲정부 R&D가 수주 경쟁력이 낮고 한번 선정되면 종료시까지 계속 지원됐다 ▲기업의 신성장동력을 창출하는 데 기여하고 글로벌 산업 패러다임에 효과적으로 대응하는 방향으로 근본적으로 혁신돼야 한다 등의 문제점을 지적했다. 베인앤컴퍼닌는 이를 위해 ▲철저한 수요 지향 ▲선택과 집중 ▲개방형 혁신 강화 체계를 구축할 것을 주문했다.
지식경제 R&D 혁신안 비전
▲곶감 빼먹듯.. 연구비 횡령 부정 끊이질 않아 정부 R&D 예산은 올해 13조7000억원이며 이 중 지식경제부 R&D 예산은 30%인 4조4000억원에 이른다. 이 같은 막대한 지원에도 불구하고 R&D 자금은 최 장관이 R&D자금을 눈먼돈이라고 말할 정도로 횡령,전용하는 사례가 끊이질 않고 있다. 횡령주체도 일반 기업체 대표에서 교수,연구원, 대기업 임원까지 확대되고 있고 수법도 치밀하고 대담해지고 있다. 전기제품 제조업체의 한 대표는 2004년 12월부터 2007년 6월까지 산업기술개발사업 관련 정부 출연금 82억5000만원 가운데26억8000여 만원을 회사운영비 등으로 빼돌렸다. 휴대용 엑스레이 기술을 다니던 회사에서 빼낸 연구원과 자문해주던 대학교수는 중소기업청 등이 주관하는 연구과제로 선정되자 2007년 7월부터 1년여간 연구비 1억원을 가로챘다가 경찰에 적발됐다. 포스텍은 자체 감사에서, 교직원이 교정부 각종 연구과제를 수행하는 과정에서 인건비, 물품구입비를 과다계상해 2년에 걸쳐 1억원을 횡령한 사실을 적발하기도 했다. 연구비 7억원을 빼돌려 도박자금으로 썼다가 걸린 전직 교수, 80여차례에 걸쳐 연구비 34억원을 꿀꺽한 벤처기업대표, 국책과제 연구비 79여억원을 횡령한 두산그룹 전직 임원 등도 최근에 줄줄이 법망에 걸렸다. 한나라당 김성회 의원이 산기평 자료를 분석한 결과, 1997년 이후 연구자의 국책연구비 유용 건수는 150건, 액수는 193억5400만원에 이른다. 유용한 것으로 드러난 돈 중 환수한 것은 전체 대상금액 188억원 가운데 31%인 61억원에 불과했다. ▲민간 주도 R&D 전략기획단이 투자방향 모든 권한 결정지경부가 마련한 혁신 방안의 주요 내용은 R&D 추진체계, 프로그램, 지원 프로세스, 지원 인프라 등 R&D 전반에 걸친 혁신안을 담고 있다. 우선 민간 주도로 정부는 의사결정권 없이 참여만 하는 지식경제 R&D 전략기획단의 신설이 눈에 띈다. 전략기획단은 상설로 운영하며, 지경부 장관과 기업 CEO 출신이 공동단장을 맡아 지경부 R&D 투자방향, 사업구조조정 등을 결정한다. 정부측은 투자결정 의결권을 행사하지 않을 방침이다. 기획단은 민간기업 출신의 투자관리자(MD : Managing Director)를 두어 과제 선정, 평가, 조정, 사업화 등을 책임 관리하고, 기술개발 전과정을 상시 모니터링하게 된다. 사업화와 미래 먹을거리를 위한 R&D과제로는 10대 미래산업, 100대 융합원천기술 등에 대규모 자금이 투입된다. 정부는 10대 미래산업 선도기술개발(Future Flagship Program)을 선정해 향후 7년간 3조원을 투자해 우리나라의 미래 먹을거리 신산업으로 육성한다는 계획이다. 최고의 역량을 보유한 산학연관 합동의 드림팀을 구성해 대형 사업으로 추진하며, 기술개발 단계별 경쟁도입과, 전략기획단 등 민간주도의 책임관리를 통해 성공률을 높이기로 했다. 벤치마킹 모델이된 미국 국방연구소(DARPA)는 대형과제인 컴퓨팅시스템(HPCS) 개발시 기획부터 단계적으로 경쟁(5개→3개→2개 기업)시키는 방식을 채택하고 있다.미래산업 선도기술 개발을 뒷받침하는 100대 전략제품의 융합, 원천기술을 선정해 녹색성장, 신성장동력, 융합 분야 등의 핵심 원천기술의 확보를 집중 지원할 계획이다. 중소, 중견기업이 글로벌 전문기업으로 성장할 있도록 20대 핵심 부품소재 개발을 지원하고, 우수한 기업부설 연구소가 세계적인 연구소로 성장할 수 있도록 지원을 강화해 나갈 계획이다. 아울러 92개 사업('09년 기준)으로 분산된 지식경제 R&D 사업구조를 3개 분야 35개 사업 수준으로 통합, 단순화하고 재원조정이 가능한 유연한 사업구조로 재설계하기로 했다.
연구장비관리전담기관 운영안
▲연구우수자에 국가유공자 대우...연구장비 전담기관 창의자본회사 설립 지경부는 R&D프로세스에 대해서는 사업화와 신상필벌을 중심에 두고 뜯어고쳤다. 기획단계에서, 정부는 기업의 효과적 R&D 전략 수립을 위해 산업별 핵심기술의 발전방향을 제시하고 R&D 기획비를 총 R&D 사업비의 0.8%에서 2%로 확대 추진키로 했다. 기획방식도 산업화 시나리오 수립, 경쟁 기획, 상시 기획, 사업별로 차별화된 맞춤형 기획 등 다양화한다. 또한 공모 경쟁을 통해 여러 팀이 과제 기획을 수행하는 경쟁 기획, 선정단계, 수행단계, 종료단계 등 과제진행 단계별로 상시 기획 등도 추진한다. 과제 선정은 평가위원을 대상으로 한 이력관리제를 도입하고 부적격 평가위원에 대해서는 퇴출하고 시장전문가의 참여의 폭을 넓히기로 했다. 최상위 5% 과제 수행자에 대해서는 후속과제 우선 지원의 혜택과 과제 조기 성공시 예산절감액의 일부를 인센티브로 제공하도록 했다.국가기술자 명예전당을 신설해 연간 1명의 국가기술자를 선정하기로 했다. 창의적 과제에 도전했다가 실패할 경우에는 과제 정리비용과 기간을 주는 성실실패(Honorable Failure) 용인 제도도 도입한다. 우수 성과물에 대한 R&BD(Research & Business, Development) 지원을 대폭 확대하고, 대기업, 연구소 등이 참여하는 대형 R&BD 사업도 추진키로 했다. 또한 6월중 창의자본(주)라는 회사를 설립해 출연연 대학의 지식재산권 확보와 기술이전을 담당하고 이회사의 자본금 규모는 2015년까지 민관 합동 5000억원 규모로 늘리기로 했다. 연구장비 관리의 효율성과 투명성을 획기적으로 높이기 위한 조치로 연구장비 관리 전문회사도 설립된다. 지금까지는 개별 구매 및 개별 관리를 했는데 동일 모델 장비에 대해 구매기관에 따라 2배 수준의 구매가격차이가 나는 사례가 발생하는 등 중복, 과잉투자 문제점이 제기됐다. 유지보수 인력도 부족해 고장시 10개중 6개 이상은 해체 및 폐기하게 된다. 새로 설립되는 전담기관은 출연연 대학의 연구장비를 일괄구매해 중복구매를 방지하고 가격도 낮춘다는 계획이다. 장비 통합관리로 타기관 사용 등 활용도도 높이고 수명도 길어질 전망이다. 연구자로서는 장비 관리, 유지보수에 대한 부담없이 연구에만 몰두 할 수 있게 됐다.
이경호 기자 gungho@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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