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박소연 기자]"전국~노래자랑!"일요일 낮 '딩동댕' 소리와 함께 전국 방방곡곡에 스며드는 국내 최장수 프로그램 KBS1 '전국노래자랑'이 30주년을 맞았다. 오는 28일 1505회를 맞이하는 '전국노래자랑'은 무대에 선 출연자만 3만여명. 1980년 11월9일 첫 방송을 시작으로 1988년 송해가 MC를 맡아 지금까지 이어져 오고 있다.송해는 26일 서울 여의도 KBS 본관에서 열린 '전국노래자랑' 30주년 기념 간담회에 참석해 노래자랑 30년 역사를 더듬어가며 웃고 울리는 에피소드를 풀어냈다.이 올드 MC의 한 마디 한 마디는 그가 왜 그토록 오랜기간 사랑받아 왔는지를 알게 했다.■북한 감시원도 '픽' 하고 웃겨버린 넘치는 끼와 사명감"우리가 평양 모란봉공원에서도 노래자랑을 했잖아요. 개방된 공간에서 노래자랑을 하고 웃어봤다는 것이 얼마나 자랑스러운지. 그런데 그곳에 가니까 주민들과 개인적으로는 말을 못하게 하더라고요."노래자랑 중간 중간 사람들과 싸우고 눙치고 보듬는 기술로 웃음과 눈물을 전해주는 송해로서는 고향인 이북까지 가서 그곳 주민들과 말을 못하게 하니 정말 답답한 일이 아닐 수 없었다. "사회자는 말을 해야 사회자인데 말이죠. 평양 냉면이 맛있다는데 어디 제일 맛있냐 물어보려고 해도 '다 똑같다'면서 물어보지 말라고 하잖아요. 북한 방송원이 진행을 하고 나면 마지막에 '재밌었습니까. 또 만나자우요' 두 마디하고 끝내라고 하더라고요."답답한 마음에 4박5일 일정을 8박9일로 늘렸다. 매일 매일이 싸움이었다. 곡목선정에서부터 진행에 이르기까지 감시에 감시가 이어졌다."딱 붙어서 감시하는 사람이 있어요. 그 사람 몰래 내가 자꾸 자꾸 튀어나가서 말을 하고 그랬지. 그 사람이 '자꾸 왜그러냐'고 하길래, '아 재밌잖아요' 했더니 '픽' 웃고 말더라고. 그래서 그 감시원이랑도 친해져버렸지. 그 순간 내 의무나 사명감이 돌출돼서 그랬던 것 같아."
■잘린 나무를 위로하는 부처님같은 마음, 진정한 국민 MC오랜 진행기간동안 그만두고 싶은 적도 물론 있었다. "세상만사 내맘대로만 되는 것은 아니잖아요. 살면서 제일 힘든 일이 사람이 사람을 만나는 일이라고 하잖아요. 출연자들과 만나서 이것 저것 해보려고 하는데 안풀리고 객석이 움직여주지 않을 때는 정말 등에 땀이나죠. 그럴 때마다 '내 실력이 아직 부족하다'고 생각하죠."타성에 젖기보다는 끊임없이 자기반성을 하고 발전하려는 노력을 멈추지 않는다. 하지만 순리에 어긋날 정도로 인위적인 노력을 하는 성격도 아니다. 만사를 긍정적으로 보는 눈이 그의 숨은 힘이기도 하다. "부정적으로 생각하면 만사가 답이 없잖아요. 어느 자리에서 누가 저더러 '부처님은 어디 계시냐'고 물었어요. 그래서 저는 '저기 잘려나간 나뭇가지 위에 앉아 계신다'고 답했죠. 나무를 자른 사람을 벌하기 보다는 잘려나간 나무가 아플까봐 거기서 위로하고 계시다고."■반주로 소주 2병도 거뜬···타고난 건강과 끊임없는 노력"우리는 정년이 없잖아요. 부러우시죠? 무슨 일을 해도 첫째는 건강이죠. 건강을 챙기는 것은 내맘대로 안되잖아요. 제가 술을 정말 많이 먹습니다. 의도적으로 나쁜 일은 빨리 털어버리죠."애주가로 유명한 그는 스트레스는 빨리 잊고 또 다음을 기약한다. 노래자랑이 시작하기 전에 미리 마을로 내려가 그 곳의 국밥도 먹어보고 목욕탕에서 발가벗고 목욕을 하면서 민심을 살핀다."주로 2박3일 정도는 머물러요. 서울에서 청주를 간다고 해도 꼭 하루 전에는 내려가죠. 교통이 어떻게 될지 모르니까. 가서 장터에 나가서 국밥도 먹고 목욕도 하고 많은 얘기를 나눕니다. 반겨주시는 분들이 있으니까 더 힘이 나죠."국민들의 마음을 사로잡은 '롱런' MC의 비결은 역시나 넘치는 정과 노력이었다."빨간 티셔츠를 입고 매번 응원하러 오시는 부부 응원단이 있어요. 그분들은 우리가 울릉도를 가도 따라오시죠. 시청자 여러분들의 큰 사랑이 있어서 지금의 '전국노래자랑'과 송해가 있습니다. 너무도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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