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파구 학생들 할머니들에게 네일 아트 봉사!

[아시아경제 박종일 기자]중학생은 연 18시간, 고등학생은 연 20시간의 봉사시간을 의무적으로 이수해야 한다. 방학은 부족한 봉사시간을 채울 가장 좋은 시간. 이를 위해 동 자치회관마다 방학기간 동안 다양한 청소년 봉사활동을 마련, 진행하고 있다. 시간도 채우고, 보람도 느낄 수 있는 아름다운 봉사의 현장을 소개한다. ◆세대 간 아름다운 만남을 갖고 싶다면 강추!“미국 간 우리 딸 손길처럼 시원하네. 아주 잘 해. 손끝이 아주 야무져. 젤 잘 해”올해로 91세가 된 정대여 할머니(잠실본동)는 봉사를 나온 박찬(아주중2)군의 손길이 흐뭇하기만 하다. 손녀처럼 손발처럼 착착 안기는 윤정현(아주중1)양의 애교도 그저 귀엽기만 하다.

잠실본동 경로당 네일아트

오랜만에 잠실본동 근린공원 바로 옆 잠전경로당에서 웃음꽃이 피어난다. 잠실본동 자원봉사캠프(팀장 김현숙)에서 방학을 맞은 학생들과 함께 경로당을 찾았기 때문이다.“이것저것 다 귀찮아서 온다고 해도 안 반가워. 그런데 오늘은 학생들이 봉사를 온다고 하니께 오라고 그랬지. 오라고 하길 잘했네. 할머니들이 이렇게 좋아하는 걸 보니….”회장 엄몽희(78) 할머니의 설명이다. 경로당을 찾는 어르신들의 나이는 평균 80세 후반.70대는 너무 젊은 축에 속한다. 올해로 73세 은방애 할머니가 막내. 90이 넘은 할머니들도 4분이나 된다. 그렇다보니 소일거리로 화투를 하거나 하루 종일 누워 지낸다. 그런데 오늘은 20여명의 할머니들이 동그랗게 둘러앉아 봉사자들에게 손을 내밀고 앉아있다. 색상도 할머니들의 취향을 고려해 은은한 색깔들로 골랐다. 전문적인 네일아트 교육을 받은 것은 아니지만 경로당 어르신들이 좋아하는 봉사가 뭘까 고민하다가 김현숙 팀장이 아이디어를 냈다. 재료비도 3만원 남짓.그런데 예상외로 반응이 좋다. 처음엔 손사래를 치던 할머니들도 새끼손가락 하나 매니큐어를 발라주면 손가락을 다 발라달라며 양손을 내민다. 방학을 맞아 학생들도 합류했다.여학생들은 함께 매니큐어를 발라드리고, 남학생들은 주로 안마를 해드린다. 매주 목요일 오후 잠실본동에 있는 경로당 5곳을 돌면 한 달에 한 번꼴로 찾는 셈이다. 오늘은 자원봉사자 김옥분(64)씨의 제안으로 즉석 레크레이션도 벌어졌다. ‘고향의 봄’을 부르며 수건돌리기. 동작이 느린 최고령 선유순(94) 할머니가 첫 번째 술래가 됐다. 두 번째 술래는 선 할머니 다음으로 나이가 많은 배업비(92) 할머니가 됐다. 약간 치매끼도 있는데다가 귀도 잘 안 들리지만, 난생 처음 경로당에서 노래를 선보인 배 할머니는 구성진 ‘아리랑’을 들려줬다. 더구나 ‘기도왕’으로 꼽히는 배 할머니는 오늘도 예외 없이 모두를 위해 즉석 기도까지 해줬다. 지난주에 이어 친구들과 함께 봉사에 참여한 박혜지(아주중1) 양은 “고향 할머니 생각이 난다”며 눈시울을 붉혔다. 할머니들의 쭈글쭈글한 얼굴도, 걸쭉한 입담도 적응하기 어렵지만 아이들의 얼굴에도 웃음꽃이 피어있다. 할머니들의 노래에 박수를 쳐주고, 간간히 안마도 해드리고, 손을 잡아드리는 것이 고작이지만 즐거워하시는 할머니들을 보는 아이들의 마음도 즐겁기는 마찬가지다. 박양은 “할머니들이 좋아하시니까 나도 좋다. 다음주에도 꼭 오겠다”고 했다. 오늘은 더구나 맏며느리 같은 김옥분 씨의 재롱(?)에 할머니들이 제대로 흥이 났다. 비록 곧 경로당 입당 자격을 얻게 되는 김씨는 “그래도 한 살이라도 젊을 때 좋은 일 하고 싶다”며 봉사를 계속하고 있다. 김씨는 할머니들의 성화에 못 이겨 봉사자들도 즉석 막춤을 선보였다. 윤정현·김초원·박혜지(아주중1) 꼬마숙녀 3총사들의 ‘남행열차’도 이어졌다.“늙기만 했지 모두 낭랑 18세”라는 은방애(73) 할머니들의 말에 모두 고개를 끄덕인다. 그러나 금세 “나이는 뭣하러 물어? 아직 멀었어.”라는 최고령 선유순(94) 할머니들의 호통에 모두 입을 다문다. 자손을 잘 둬 아침·저녁으로 경로당까지 모셔오고, 모셔가는 효자를 둔 선 할머니는 여전히 카랑카랑한 음성으로 모두에게 일침을 놓았다. 아직도 우리가 함께 할 시간이 멀었다고…. ‘수고했다’며 한 주먹씩 오랜만에 본 ‘뉴가’ 사탕을 집어준 할머니들은 ‘다음에도 또 오라’며 아쉬운 이별을 한다. 아이들도 바로 옆에 앉은 할머니들 손에 받았던 사탕을 하나씩 쥐어주며 다음 만남을 약속했다. 갓 10대에 들어선 아이들부터 40대에서 70대까지의 봉사자들, 그리고 100세를 바라보는 어르신들까지 3세대가 함께한 하루는 ‘봉사’라는 따뜻한 나눔을 통해 모두에게 ‘선물’처럼 주어진 아름다운 시간이었다. ◆골라서 하는 재미가 있다! 자치회관 청소년 봉사활동한편 송파구는 겨울방학 중 자치회관 청소년 봉사활동으로 아름다운 동네가꾸기를 비롯 ▲경로당어르신과 함께 하는 윷놀이(방이1동) ▲독거노인 가정방문, 가사도우미, 말벗하기(방이2동) ▲장애체험(가락1동) ▲교통안전 캠페인(잠실4동) 등을 진행하고 있다. 봉사를 원하는 학생들은 해당 주민센터로 문의 후 방문하면 된다. 구는 동 주민센터마다 자원봉사캠프를 운영하고 있다. 박종일 기자 dream@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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