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박종일 기자]16일 오후 2시 광진구 중곡3의 조용한 주택가. 2.5톤(t) 트럭을 개조한 현장민원 차량이 한 골목 앞에 멈춰 서며 낭랑하고 고운 목소리의 안내방송이 흘러나온다. “안녕하십니까. 광진구 중곡3동 주민 여러분 ....... (중략) ..... 광진구는 '찾아가는 현장 민원 사무실'를 운영하고 있으니 생활현장에서 느끼는 불편사항 및 구 행정에 관한 애로사항 등을 지금 현장 민원 사무실로 나오셔서 말씀해 주시면 처리하여 드리겠습니다”잠시 후 막다른 골목 끝에서 한 할머니가 이리 오라며 연신 손짓을 한다.“보일러 연통이 빠져서 가스 냄새가 진동을 해 머리가 아파... 그런데 구청에서 연통도 연결해 줘요? 고쳐주는 사람 부르면 기본 5만원은 달라고 할텐데 혼자 근근히 사는 사람한테 그 돈이 얼마나 큰 데~. 아휴, 돈이 겁나서 사람 못 불러”
정송학 광진구청장이 찾아가는 현장민원실에서 직원들과 얘기를 나고 있다.
혹시나 하는 마음으로 구청 현장 민원팀에게 도움을 청한 이 할머니는 구청 직원이 흔쾌히 해드리겠다는 말을 듣자 고마움을 감추지 못했다. 현장민원팀 직원이 근처 철물가게에 가서 연통을 구입해 뚝딱 연결해드리자 할머니는 함박 웃음을 지으며 입을 다물지 못했다. 10여분 후 현장민원실 모바일 차량은 200여m 떨어진 인근의 다른 골목으로 자리를 옮겨 안내 방송을 내보냈다. 그러자 장을 보러 가던 할머니와 며느리가 현장민원실 차량을 보고는 반갑게 웃으며 손을 흔든다.중곡3동으로 이사온 지 얼마 안 된 이들은 지난 번 현장민원실에서 거주자 우선 주차에 대해 물어보자 차량 안으로 안내해 신청방법과 비용까지 상세히 알려준 일이 있어 현장민원실에 상당히 좋은 인상을 갖고 있었다. 이들은 고생한다며 장바구니에서 요구르트를 꺼내 이들에게 건네고는 자리를 떴다.광진구(구청장 정송학)가 지난해 9월 1일부터 시작한 '찾아가는 현장민원실'이 주민들의 생활현장속에서 직접 긁기 힘든 곳을 찾아내 시원하게 긁어주는‘효자손’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광진구의 현장민원실은 주 3회(월·수·금) 오후 2시부터 5시까지 정해진 동을 순회하며 주택가를 직접 찾아가 불편 사항을 접수하고 처리한다. 기존 대부분의 민원 해결방법은 주민들이 전화나 방문을 통해 불편을 신고하면 처리해주는 수동적인 방식인 반면 ‘찾아가는 현장민원사무실’은 주민들을 먼저 찾아가 의견을 듣고 처리해주는 적극적이고 능동적인 방식이다.찾아가는 현장민원실의 주고객은 구청을 직접 방문하기 힘든 장애우나 거동이 불편한 어르신 그리고 인터넷이나 전화 등을 이용해 민원을 제기하는 데에 익숙치 않은 연세 드신 어르신들이 대부분이다. 젊은 세대들이 불편사항이나 건의사항을 인터넷이나 전화를 통해 전달하고 해결한다면 연세가 있으신 분들에게는 ‘찾아가는 현장민원실’이 인터넷도 되고 전화기도 되는 셈이다. 2.5t 트럭을 개조한 모바일 차량에는 현장에서 즉시 처리할 수 있도록 삽 망치 커팅기 소독기 등 각종 장비는 물론 소형 냉장고와 전기주전자 등을 구비, 주민들에게 시원한 음료수나 따뜻한 차도 대접할 수 있다. 또 인터넷으로 민원신청을 할 수 있도록 노트북과 무선인터넷도 설치돼 있다. 없는 거 빼고 있을 건 두루 다 갖췄다는 의미에서 일명 ‘맥가이버’차량으로도 불린다.9월부터 11월까지 찾아가는 현장민원실의 실적을 살펴보면 203건의 불편사항을 접수해 198건을 말끔하게 해결, 처리율은 97.5%에 이른다.그 중 독감예방접종이나 거주자우선주차 등에 대해 물어보는 상담민원이 142건, 청소관련 민원이 16건, 주차 등 교통관련 민원이 13건을 차지했다.민원처리기간별 비율을 살펴보면 3시간 이내가 71%, 3시간 이상 하루 이내 14%, 3일 이내 13%, 최대 처리기간인 7일 이내에 처리한 비율은 2%로 나타나 당일 이내 처리한 비율이 85%에 달했다. 그만큼 처리가 신속하다는 얘기다.찾아가는 현장민원실은 운영하는 감사담당관 기동순찰팀의 이정현 팀장과 박상삼, 김병철 주임 등 3명이 한 조가 돼 현장을 다닌다. 이정현 기동순찰팀장은 “능동 주택가에 주인이 수년째 돌보지 않아 쓰레기가 쌓이고 악취가 진동해 동네의 흉물이 된 사유지가 있었는데 주인과 수차례에 걸쳐 대화를 한 끝에 어렵게 합의점을 찾아 깨끗이 정리했던 일이 가장 뿌듯하고 기억에 남는다”고 말했다.또 김병철 주임은“하지만 차마 웃지 못할 황당 민원도 가끔 있다”며 지하철역이 멀어서 외출하기 너무 힘드니 지하철역을 집 가까운 데로 옮겨달라고 떼를 쓰는 할아버지와 또 낮술을 한 잔 걸치고는 현장민원 직원들 고생하니 술 한 잔 사주겠다며 막무가내인 아저씨 얘기를 들려주며 웃는다.하지만 이런 분들도 차량 내부에 아늑하게 마련된 공간에서 차를 한 잔 마시며 직원들과 이런저런 얘기를 나누고 나면 나중에는 대부분 웃으며 되돌아간다고 전했다.현장민원실을 운영한 지 4개월여 된 지금. 처음에는 차량을 신기한 눈으로 바라보고 지나가던 주민들도 이제는 현장민원실이 도착하면 오며 가며 인사도 건네고 얘기를 나누고 가는 주민들도 생겼다. 찾아가는 현장민원실이 주민들의 일상속에 한결 밀착되고 친근해진 모습이었다. 정송학 구청장은 “찾아가는 현장민원실은 인터넷이나 전화 외에 주민들의 목소리를 청취하고 지역 사회에 반영하는 의사 전달과 소통의 또 다른 창구로 자리잡을 것”이라며“내년부터는 이 현장민원실을 더욱 확대해 매일 그리고 출근시간대에도 운영하는 방법을 검토중”이라고 말했다.박종일 기자 dream@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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