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뷰앤비전] 자본시장법 1년 평가와 과제

2009년 기축년(己丑年)은 우리 자본시장 50여년 역사에 있어 대단히 의미 있는 한해였다. 즉, 자본시장의 법제를 혁신적으로 개편함으로써 마침내 자율과 창의성 그리고 건전한 경쟁에 기초한 새로운 패러다임으로 전환한 자본시장법의 시대를 맞이한 것이다. 이 법에 따라 유가증권, 펀드, 파생상품 등 자본시장의 다양한 투자수단이 금융투자상품으로 포괄되었다. 또한 금융투자회사는 업무범위가 크게 확대돼 창의력에 기초한 다양한 금융투자상품을 개발ㆍ판매함으로써 기업과 투자자의 수요에 부응하고 경쟁을 통해 서비스의 질을 높일 수 있게 됐다. 무엇보다 고객알기의무(Know-your- customer), 적합성 원칙, 설명의무 등 새로운 투자자보호 준칙을 도입하고 이러한 기준을 위반한 경우 금융투자회사의 손해배상책임을 강화한 것은 선진국 수준의 투자자보호제도를 갖추는데 있어 빼놓을 수 없는 핵심 요소들이다. 호사다마(好事多魔)라 했던가. 이러한 자본시장의 크고 작은 룰을 담은 자본시장법을 시행하고 정착시킴에 있어서는 넘어야할 고비 또한 적지 않았던 것이 사실이다. 리먼브러더스 사태 직후 글로벌 금융시장 경색으로 한때 자본시장법 시행을 연기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있었다. 바뀐 제도에 익숙하지 않았던 투자자와 금융회사는 불편과 불만을 표출하기도 했다. 투자권유?판매규제의 강화로 금융투자상품 가입절차가 복잡하고 많은 시간이 소요된다든지, 이해상충을 방지하기 위해 도입된 정보교류차단장치(Chinese Wall)가 과도하다는 불만 등이 그것이었다. 한편, 자본시장법의 성과가 당초의 기대에 미치지 못하고 있는데 대하여는 안타까운 마음이 든다. 증권회사간 인수?합병등을 통한 대형 선도투자은행의 출현은 가시화되지 않고, 창의적인 신상품 개발 또한 기대에 미치지 못하고 있다. M&A시장에서 대형 딜(Deal)의 매각주간사 업무는 여전히 외국계가 주로 담당하고 있으며, 증권회사의 수익 구조도 여전히 주식 위탁수수료에 의존하고 있는 형국이다.  하지만, 우리가 간과하지 말아야 할 중요한 사실은 우리 자본시장은 준비된 도약을 위해 한 걸음 한 걸음 앞으로 나아가고 있다는 것이다. 자본시장법의 시행은 개혁의 시작에 불과하다. 자본시장법의 제정과 시행이 우리 자본시장의 기초를 근본적으로 바꾸는 거시적 개혁의 단초였다면 이제는 자본시장의 각 부문별 기능이 제대로 작동하도록 유도하는 치밀하고 정교한 미시적 개혁이 필요한 때이다. 이미 감독당국은 자본시장 환경 변화에 따라 보완이 필요한 사항이나 제도 운영과정에서 나타난 미흡한 점 등을 지속적으로 개선하고 있다. 투자권유 업무처리 해설지침?정보교류차단장치 해설 등은 실무가이드라인으로 제공하고, 정보교류 차단장치 구축대상?교류금지정보?인력교류 기준 등은 우리 현실에 적합하게 다시 손질한 바 있다. 다른 한편으로는 펀드미스터리 쇼핑 제도를 통하여 법상 투자권유기준이 판매현장의 자율적 업무관행으로 정착되도록 하는 노력 또한 병행하고 있다. 투자은행 기능을 육성하고 자본시장을 통한 상시적 구조조정이 가능하도록 부실징후기업등에 투자하는 헤지펀드와 기업재무안정PEF, 기업인수목적회사(SPAC) 제도 등도 시행할 예정이다.  또한, 글로벌 금융위기 및 KIKO사태를 교훈으로 장외파생상품등 고위험 금융상품에 대한 일반투자자의 투기목적 거래와 투자자의 위험감수능력에 비추어 적정하지 않은 장외파생상품의 판매를 제한하였다. 파생상품에 대한 규제강화로 시장과 금융회사의 자율성을 해친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있지만, 금융회사의 위험관리 수준이 높아지고 내부통제시스템의 작동에 따른 건전성관리와 투자자보호 문화가 정착된다면 규제수준도 자연스럽게 정상화될 것으로 기대한다. 그리고 무엇보다 반가운 것은 자본시장의 핵심 플레이어인 우리 금융투자회사들이 어려운 여건에도 불구하고 새로운 업무영역을 개척하기 위해 금융투자업 인가와 업무범위 확대에 적극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다는 사실이다. 금융투자회사의 자기자본 규모 또한 아직 글로벌 금융회사에 비해 충분한 수준은 아니지만 꾸준히 증가하고 있는 것은 고무적인 일이다. 돌이켜 보면 지난 1년간 우리 자본시장이 경험한 국내외 경제?금융환경의 변화는 그 폭과 속도 면에서 전례를 찾아보기 어려운 것이었다. 직면한 상황이 어려운 만큼 금융투자회사, 투자자와 감독당국 모두 급변하는 금융환경에서 새로운 패러다임에 적응하기 위하여 부단히 노력하였다. 다가오는 2010년 경인년(庚寅年)에도 금융투자회사는 창의적이고 다양한 신상품과 수익모델의 개발, 전문인력의 육성 및 투자자 보호에 주력해야 하겠다. 아울러 투자자는 자신의 투자목적을 분명히 하고 금융상품을 선별하기 위해 그 특성과 위험을 제대로 이해하려는 노력을 게을리 하지 말아야 한다.  감독당국도 자본시장 발전의 두 수레바퀴와 같은 금융회사와 투자자의 역할이 조화될 수 있도록 제도를 운영하고, 자본시장이 투자자의 신뢰를 받는 선진시장으로 발전하도록 적극 노력할 것이다.  남상(濫觴)이라는 고사가 있다. 배를 띄울 정도의 큰 강물도 그 근원은 고작 술잔을 띄울 정도의 작은 물이라는 의미이다. 지난 1년 남짓 시장참가자들이 감내한 불편과 다소 부진한 성과에 대한 실망감은 궁극적으로 자본시장법의 진정한 성공이라는 큰 강으로 이끌 채찍이 되리라 확신한다.<ⓒ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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