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신범수 기자]"우리 회사가 의사에게 리베이트를 준다"는 식의 내부제보가 유행이다. 공권력이 제약업체를 습격한다. 위법행위는 사실로 드러난다. 정부는 물증을 잡았으니 요사이 한창 열중하고 있는 '약값 깎기'의 명분을 얻는다.제약회사는 의사에게 약을 판다. 판매 전략이 필요하지만 마케팅 활동은 법적으로 원천 봉쇄돼 있다. 광고도 불가능하다. 제약사들은 경쟁업체보다 '훌륭한 접대'와 '더 많은 리베이트 주기'에 열중할 수밖에 없다.리베이트는 국민이 낸 건강보험료의 일부이므로 이를 없애는 데 이견이 없다. 하지만 해결 방법은 다르다. 제약업계는 '자정 노력'을, 정부는 '제약사의 돈 줄을 끊겠다'는 해법이다. 자정노력은 매번 실패하기 일쑤지만 수익성 악화는 리베이트를 없애고 산업도 죽인다.정부가 제약사 의견을 무시하고 고강도 대책을 밀어붙이자 예상대로 리베이트가 많이 사라지고 있다. 그렇다면 제약사 영업사원들은 무엇을 무기로 약을 팔고 있을까.의사들을 한 자리에 모아놓고 약에 대한 학술 정보를 교류하는 세미나가 부쩍 늘었다고 한다. 제약사들은 의사에게 호텔식 저녁과 수고비를 제공한다. 나름 합법적으로 보이지만 달리 보면 신종 리베이트라 할 여지도 없지 않다. 시장 경쟁은 수고비의 단가를 높일 테고, 신종 리베이트를 처벌하겠다는 복지부의 보도자료가 다음 순서다. 그나마 의사들 모아놓고 설명할 '학술 정보' 조차 없는 복제약 회사들은 '목숨을 걸고' 리베이트를 주다가, 내부직원의 도끼에 발등을 찍혀 퇴출위기로 몰린다.쥐도 도망갈 구멍을 주고 쫓는다고 했다. 제약산업도 엄연히 시장 논리가 존재하는 곳이다. 건강한 경쟁이 가능한 공간을 봉쇄한 채 성직자 수준의 윤리만 강요하는 것은 모두를 범법자로 만들겠다는 속셈과 다르지 않다.리베이트를 없애겠다는 정부의 의지와 그 방법에 일견 찬성한다. 하지만 '대한제약공사'를 만들고 복제약을 모조리 수입해다 쓸 요량이 아니라면, 시장 기능이 돌아가게 할 방법도 함께 제시해야 한다. 제약회사가 마음껏 영업하고 그 수익으로 신약개발에 재투자할 수 있는 선순환 구조를 만들어 주는 건 오로지 정부 몫이다. 애초 리베이트란 것이 제약사, 의료인 뿐 아니라 엉터리 제도를 만들어 이들을 꼬드긴 정부의 합작으로 탄생한 것이기 때문이다. 신범수 기자 answer@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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