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피플&뉴앵글] '요구르트 왕국'의 비밀

불가리아에는 수십 종류의 요구르트가 판매되고 있다. 사진은 불가리아의 한 슈퍼에 다양한 요구르트가 진열돼 있는 모습

'요구르트의 나라', '요구르트 왕국'…. 불가리아 하면 으레 '요구르트'를 떠올린다. 불가리아의 요구르트는 풍부한 맛과 향기는 물론, 다른 나라의 것보다 풍부한 영양과 치료제로써도 명성이 자자하기 때문이다. 다이어트에도 탁월한 효과가 있는 것으로 알려지면서 여성들 사이에선 특히 인기다. 불가리아가 '장수의 나라'가 된 배경 역시 이 요구르트 때문이라는 게 정설이다. 이런 불가리아 요구르트의 차별성은 불가리커스(Lactobacillus bulgaricus, 불가리아 젖산간균) 와 서모필러스(Streptococcus thermophilus, 젖산구균)라는 불가리아 고유의 유산균 때문이다. 불가리아 요구르트를 탐낸 다른 나라들은 불가리아의 젖산간균과 젖산구균을 자신의 나라에서 생산하기 위해 각고의 노력을 기울였지만, 모두 수포로 돌아갔다. 이들 유산균은 불가리아의 연교차가 심하지 않은 대륙성 기후에서만 배양되기 때문이다. 다른 나라에서 정산간균과 젖산구균을 배양해 요구르트를 만들 순 있어도, 자체적으로 유산균을 만들 수는 없는 것이다. 불가리아 사람들이 요구르트를 두고 "신이 자신들에게 준 선물"이라고 자랑스럽게 얘기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유산균은 불가리아의 주요 수출 품목이기도 하다. 불가리아어로 요구르트는 'Кисело Мряко(키셀로 믈랴꼬)'다. 한국어로 풀이하면 '신 우유'라는 뜻. 옛날 불가리아 가정에서는 집에서 키운 소에서 짠 우유에 불가리아 유산균이 들어간 간수를 넣어 요구르트를 만들어 먹었기 때문에 붙여진 이름이다. 지금도 시골 작은 마을에선 집집마다 요구르트를 직접 만들어 먹는 풍습이 남아있다. 손님이 방문했을 때에도 차를 내놓기 보단, 집에서 손수 만든 요구르트를 맛보라고 권하는 일이 잦다.

불가리아의 덩어리 요구르트

불가리아 요구르트는 액체 보다는 고체에 훨씬 가깝고, 겉모습만 보면 우유보단 두부에 가깝다. 음료 개념 보단, 꿀· 시리얼· 과일 등을 함께 넣어 먹는 간단한 아침식사 또는 과자나 빵처럼 출출할 때 먹는 간식이다. 불가리아 요구르트는 농도(여기서 농도란 요구르트에 들어간 유산균의 양을 뜻한다)에 따라 맛도 다르다. 0.5%부터 1.5%, 3.0%, 4.0% 제품까지 다양한 제품이 판매되는데, 농도가 짙을수록 맛이 시큼하고, 걸쭉하다. 아무 생각 없이 무방비 상태에서 고(高)농도의 요구르트를 한 스푼 떠먹다 깜짝 놀라는 한국 사람들도 여럿 봤다. 그래서 불가리아 유학생들 사이에선 "먹는 요구르트의 농도만 봐도 그 사람의 유학생활 내공을 알 수 있다"는 우스갯소리도 있을 정도다. 대개 초보 유학생들이 저(低)농도의 요구르트를, 베테랑 유학생들이 고농도의 요구르트를 고르기 때문이다. '지난 4개월 동안 불가리아에서 내가 쌓은 내공은 얼마나 될까?' 갑자기 궁금해졌다. 생각난 김에 오늘 저녁엔 내가 사는 미즈톡의 동네 슈퍼마켓을 찾아 가장 걸쭉하고 시큼한 최고 농도의 요구르트에 도전해 볼 생각이다. 모르긴 몰라도 4개월 전 불가리아에서 처음 4% 요구르트를 맛봤을 때와는 사뭇 다른 느낌으로 다가올 것 같다. 글= 황선정정리= 윤종성 기자 jsyoon@asiae.co.kr◇ 한국외대 불가리아어과 3학년 재학 중인 황선정 씨는 현재 코트라 소피아(불가리아의 수도) KBC에서 인턴으로 일하고 있다. 고교 시절엔 한국 고교신문에서 학생기자로도 활동한 바 있는 선정 씨는 "TV보다 라디오가, 영화보다 뮤지컬이 좋다"고 말하는 22살의 명랑한 아가씨다.<ⓒ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윤종성 기자 jsyoon@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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