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전필수 기자]"미래 불확실성을 제거하고, 사업에만 전념하겠다."디지털영상보안장치(DVR) 전문 제조업체 아구스가 지난 4일 말 많고 탈 많은 통화옵션상품 키코(KIKO) 계약을 해지하면서 밝힌 이유다. 아구스는 이날 키코 계약 해지로 52억원의 거래손실을 확정했다. 이는 지난해 아구스 자기자본의 17.62%에 해당하는 금액이다.이 소식에 3일째 상승 분위기를 이어가던 아구스는 급락 반전, 6.25% 떨어진 1650원으로 장을 마감했다. 1일 1520원으로 마감됐던 아구스는 4일 장초반 1790원까지 상승 중이었다.지난 3월초 1570원까지 올랐던 환율이 1100원대로 떨어진 상황에서 아구스가 갑작스레 키코 손실을 확정한 이유는 무엇일까. 다른 코스닥 상장사처럼 원·달러 환율 900원대에 키코 계약을 체결한 아구스는 환율이 하락할수록 평가손실이 줄어드는 구조다. 실제 지난해 아구스가 기록한 키코 평가손실은 160억원을 넘었지만 이날 확정한 키코 손실은 52억원으로 1년새 평가손실이 110억원 가량 감소했다. 환율이 추가로 더 떨어진다면 키코로 인한 손실을 더 줄일 수 있다는 얘기다. 이에 대해 아구스 관계자는 "환율이 추가하락하면 손실폭을 더 줄일 수 있겠지만 반대의 경우도 생각지 않을 수 없었다"며 "이 정도 손실규모면 회사에서 충분히 감당할 수 있고, (마음 편히) 사업에만 전력하기 위해 결단을 내렸다"고 설명했다. 두바이 사태에서 알 수 있듯 세계경제는 여전히 불투명한 상황이다. 환율이 하락하면 소폭 이익을, 반대로 급등한다면 대규모 손실을 보는 구조인 키코를 밀고 나가기엔 지난해 당한 키코의 아픔이 너무 컸던 것.지난해 잘나가던 중소 수출기업들은 치솟은 환율 덕에 사상 최대 영업이익을 거두는 등 호황을 누렸다. 하지만 잘못 가입한 키코 때문에 회사 재무상태는 거덜이 났다. 태산엘시디 같은 기업은 키코 손실규모가 6000억원을 넘었다. 252억원이라는 사상최대의 영업이익을 기록했지만 키코 계약 하나에 회사는 상장폐지 위기까지 몰릴 수밖에 없었다. 지난해 영업이익 52억원을 기록했던 아구스가 51억원의 순손실을 기록했던 것도 순전히 키코 때문이었다. 환율 변동에 따른 위험도 줄이고, 가외로 추가수익까지 노리겠다는 계산으로 가입했던 키코는 폭탄이 돼 치명상을 입혔다. 수출주들이 키코의 아픔을 교훈삼아 본업에 더욱 매진해 더 나은 성과를 내기를 기대해 본다. 전필수 기자 philsu@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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