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과 하나가 한국 이통시장을 온통 뒤흔들고 있다. 그것도 한 입 베어문 사과가... 최근 한국시장에 아이폰을 상륙시킨 애플사 얘기다. 아이폰은 터치식 MP3인 아이팟에 인터넷 기능을 더한 똑똑한 휴대전화로, 말 그대로 스마트폰의 새로운 시대를 열었다. 지난 3년간 전세계 80여국에 출시돼 현재까지 3500만대 이상 판매된 아이폰의 한국시장 상륙은 그 자체가 빅뉴스였다. 한국형 무선인터넷 '위피' 탑재건과 위치정보사업자 허가 문제 등 이런저런 걸림돌을 딛고 성사시킨 애플발(發) '서울 상륙작전'이었기 때문이다. '아이폰이 뭐길래..'하는 호기심때문에 주말인 지난달 28일 KT 주최로 아이폰 개통 행사가 한창인 잠실 실내체육관을 찾았다. 지난 1주일간 KT에 아이폰을 사전 예약한 6만5000여명 가운데 1000명을 초청해 개통해주는 행사였다. 체육관 앞에서부터 대형 스크린을 통해 행사장의 열기가 전해졌고, 길게 늘어선 줄을 보며 아이폰에 대한 '갈증'을 실감할 수 있었다. 행사장에서 아이폰을 직접 시연해보니 화려한 그래픽과 깔끔한 디자인, 그리고 멀티터치형의 편리함 등에 절로 고개가 끄덕여졌다. 전화기라기 보다는 장난감같다는 느낌도 들었다. 배터리가 분리형이 아니어서 문제가 생기면 통째로 바꿔야 하거나 외장형 메모리카드를 꽂을 수 없는 점 등은 다소 불편해보였다.아이폰의 진면목은 앱스토어(App Store)라는 '소프트웨어 상점'에 응축돼있다. 앱스토어의 매력은 아마도 개발자가 앱스토어에 자기만의 콘텐츠를 올려 이용자가 그것을 내려받으면 돈을 벌수 있도록 하는 애플 특유의 개방형 상생전략에 있는 듯 하다. 아이폰의 한국상륙 이벤트는 일단 성공한 것으로 평가된다. 사흘뒤면 전국의 KT대리점에서 얼마든지 구매할 수 있는 아이폰을 사기 위해 장장 27시간을 줄서 기다린 한 대학생은 '쇼 아이폰 개통 한국 1호' 타이틀과 함께 졸지에 뉴스의 인물이 되기도 했다.약 한달 전인 지난 10월30일 중국시장에 처음 진출한 아이폰이 첫주 5000대의 저조한 판매 실적으로 고개를 떨군 것과는 사뭇 다른 분위기다. 중국인들이 첫 만남부터 아이폰을 외면한 데는 그럴만한 이유가 있다. 중국당국의 요구로 아이폰에 '와이파이' 기능이 빠져 무선인터넷을 이용할 수 없는데다, 대당 가격이 약 8000위안으로 100만원을 훌쩍 넘다보니 중국인들이 선뜻 지갑을 열기 어려웠던 탓이다. 한국시장에서는 아이폰이 여러가지 의미있는 변화를 몰고올 것으로 예상된다. 아이폰은 이미 국내 이통시장에 스마트폰 전쟁을 일으키는 불쏘시개 역할을 톡톡히 해내고 있다.그간 스마트폰 시장을 관망하면서 주저하던 삼성전자는 최근 수십종의 스마트폰 라인업 계획을 발표하고 나설 정도로 적극적 태도로 돌아섰다. KT는 아이폰 외에도 와이브로 서비스까지 탑재한 '쇼옴니아'를 내놓았고, 후발주자인 LG텔레콤도 '오즈옴니아' 출시 계획을 밝히는 등 스마트폰 대중화시대를 재촉하고 있다. 애플 CEO 스티브 잡스가 2007년 1월 맥월드 엑스포에서 아이폰을 처음 선보이면서 "그 어느 휴대폰보다 아이폰이 5년 이상 앞서 있다"고 강조하던 장면이 문득 떠오른다. 전광석화같은 IT생태계에서 이같은 엄청난 '시간 차'를 얼마나 빠른 기간 내에 따라잡을 수 있느냐 하는 것이 우리의 숙제인 셈이다. KT와 SK텔레콤간 자존심을 건 한판승부도 흥미로운 관전 포인트다. 국내 1위 이통사 SK텔레콤이 애플과의 줄다리기 끝에 결국 포기하고만 '아이폰 카드'를 이통사 2위 사업자인 KT가 넘겨받아 SK텔레콤을 상대로 도전장을 던진 형국이기 때문이다. SK텔레콤은 아이폰의 맞상대인 삼성 옴니아2의 가격을 대폭 인하하는 고육지책을 마다하지 않으면서 아이폰의 열기를 조기에 잠재운다는 복안이다. 아울러 SK텔레콤은 내년 초부터 구글의 안드로이드 운영체제를 탑재한 모토로라폰을 아이폰의 맞수로 내세우는 '이이제이(以夷制夷)'전략을 구사할 방침이다.한국시장에서 '아이폰의 미래'는 어떻게 귀결될까. 현재로서는 한국 이통시장에 새로운 변화를 몰고오면서 기세를 떨칠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하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아이폰 매니아들만의 잔치로 '찻잔속 태풍'에 그칠 것이라는 냉소적인 목소리도 들린다.'아이폰 신화'가 한국시장에서도 그대로 재연될지는 좀더 지켜봐야 한다. 휴대폰과 포털부문에서 명실공히 세계 1위인 노키아와 구글이 유독 한국시장에서 기를 펴지 못하고 있는 점을 감안하면 아이폰이 국내 이통시장에서 어떤 궤적을 그릴지 단언하기는 조금 이르다. 김동원 부국장 겸 정보과학부장 dwkim@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정보과학부 김동원 기자 dwkim@asiae.co.krⓒ 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
무단전재, 복사, 배포 등을 금지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