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피플&뉴앵글]맛없는 '칠면조'를 고집하는 이유

추수감사절 만찬의 대표음식인 '칠면조 요리'

오늘(26일)은 미국인들에겐 뜻 깊은 날이다. 성탄절과 함께 2대 명절로 꼽히는 '추수감사절(Thanksgiving Day)'이기 때문이다. 매년 11월 넷째 주 목요일인 추수감사절은 그 다음날인 금요일도 통례적으로 쉬어 주말을 낀 나흘간의 연휴로 이어진다. 미국인들은 이 연휴를 가족· 친지들과 함께 보낸다. 이날만큼은 뿔뿔이 흩어져 있는 가족들도 한 곳으로 집결한다. 설· 추석 때 선물꾸러미를 양 손에 한웅큼 쥐고 고향으로 내려가는 우리나라 명절 풍경과도 흡사하다. 추수감사절이 되면 가족· 친지들과 함께 식탁에 둘러앉아 푸짐하게 차려놓은 음식들을 나눠먹으면서 정겹게 이야기를 나눈다. 특히 추수감사절 당일 저녁상은 우리나라 잔칫상 부럽지 않을 만큼 성대하게 차리는데, 이날 저녁만 따로 '추수감사절 만찬'이라고 부를 정도다. '설날하면 떡국', '추석하면 송편'처럼 이 잔칫상을 대표하는 음식이 있는데, 그게 바로 칠면조 요리다. 미국인들은 추수감사절만 되면 닭의 3~ 4배 크기인 칠면조를 통째로 굽거나 삶아 먹는다. 칠면조 안에는 삼계탕 끓이듯이 '스터핑(Stuffing)'이라 부르는 속도 넣는다. 스터핑에는 빵조각, 야채 등이 들어간다.

<br /> 썰어놓은 칠면조 고기에 그레이비 소스와 매쉬 포테이토, ,크린베리 소스 등을 곁들인 모습

특별한 날에 먹는 특별한 칠면조 요리이지만, 딱히 맛이 좋은 건 아니다. 칠면조 고기는 닭고기와 비교해도 퍽퍽하고 질긴데다가 기름기까지 적어 정말 요리를 잘하지 않으면 맛이 없다. 대부분의 미국인들도 사실 칠면조보다는 닭을 선호한다. 그런데도 왜 미국인들은 추수감사절만 되면 이 맛없는 칠면조 고기를 고집하는 것일까? 바로 칠면조가 가진 '각별한 의미'때문이다. 추수감사절의 전통은 미국 건국 이전인 1600년대부터 시작됐다. 당시만 해도 미국은 형편없는 나라였다. 영국에서 건너온 정착민들은 먹을 게 없어 굶어 죽기 일쑤였다. 1년도 버티지 못하고 죽는 정착민들이 태반이었다. 이 시절 정착민들이 1년을 무사히 넘긴 것을 '신께 감사한다'는 의미에서 만든 게 '추수감사절'이다. 정착민들은 이날만큼은 없는 살림에도 칠면조를 요리해 다같이 나눠 먹었다. 당시만 해도 칠면조는 그들이 사냥해서 먹을 수 있는 거의 유일한 고기였던 데다, 큰 덩치로 인해 한 마리만 잡아도 여럿이서 풍족하게 먹을 수 있었기 때문이었다. 가난한 정착민들에게 있어 칠면조는 어느 것에도 비할 바 없는 최고의 음식이었던 것이다. 세월이 지나 이제 미국은 세계 최대의 강대국이 됐지만, 미국인들은 추수감사절만큼은 굶주리고 힘들었던 조상들의 생활을 돌아보고 감사하는 마음을 갖기 위해 여전히 칠면조 고기를 먹는다. 특히 이번 추수감사절에 먹는 칠면조 요리는 미국인들에게 있어 어느 해보다 각별한 의미로 다가올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금융 위기에 신종 플루까지 더해지면서 어느 해보다 힘든 한 해를 보낸 뒤 맞는 '추수감사절'이기 때문이다. 글= 강기석정리= 윤종성 기자 jsyoon@asiae.co.kr◇ 강기석 씨는 현재 미국 UC버클리대학교 4학년에 재학 중이다. 6년 전 미국으로 유학간 기석 씨는 고등학교 2,3학년을 미국에서 마치고 대학에 입학했다. 1년 간 중국 북경대로 교환학생을 다녀오기도 했다. 사진에 관심이 많아 학생 신문사에서 사진 기자로 일하고 있다. <ⓒ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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