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숨은 투자의 거장들⑤]'경제학자=실전무지' 뒤집은 큰 손

존 메이너드 케인스[아시아경제 이창환 기자]"경제학자들은 왜 아무도 금융위기를 예측하지 못했습니까?"지난해 영국의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이 런던정경대(LSE)를 방문해 경제학자들에게 던진 질문이다. 경제학자들은 이에 대해 엘리자베스 여왕에게 장문의 사과편지를 보냈다. 편지에는 그들이 위험한 부채를 관리할 수 있는 능력은 물론 금융시스템을 오류 없이 지켜낼 수 있는 능력도 보유했다 믿었지만 이는 오만이었다는 고백이 담겨 있었다. 명성에 걸맞지 못하게 위기를 예측하지 못한 데 대한 솔직한 사과를 한 것이다.
경영학자들이 경제학자들에게 당신들은 이론적으로만 뛰어난 상아탑 속의 사람들이라고 조롱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었다. 아무리 경제에 정통하다 하더라도 수없이 많은 변수와 사건이 존재하는 미래 경제를 예측하기가 쉽지 않다. 많은 경제학자들이 증권시장을 통해 실제 투자에 뛰어들었지만 크게 실패하고 명성에 스스로 먹칠을 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그러나 20세기 가장 뛰어난 경제학자로 칭송받는 케인스는 달랐다. 그는 대공황 당시 파격적인 경제정책을 들고 나와 경제위기를 극복하는데 일조한 것과 더불어 20세기 경제학자들 중 유일하게 투자에 성공한 사람으로도 유명하다.1883년 영국에서 태어난 케인스는 스물두 살인 1905년부터 증권에 조금씩 손을 댔다. 처음에는 외환거래를 통해 좋은 성적을 냈다. 그러나 1920년에는 가족과 친구들의 돈까지 모두 투자했다가 시장의 반전으로 전부 날리고 말았다. 하지만 여기서 실망하지 않고 2년 뒤 똑같은 포지션에 다시 투자해 성공을 거뒀다. 특히 대공황 때 투자에 크게 성공했는데 경기 악화로 헐값에 거래되는 주식에 투자해서 순자산을 65% 늘렸다. 세상을 떠나기 1년 전인 1945년에 그의 재산은 현재 가치로 따지면 2000만 달러가 넘었다. 그의 투자 성공 비결은 바로 역발상 투자와 집중 투자에 있었다. 잘 알려져 있진 않지만 우량한 몇 몇 주식에 포트폴리오를 집중했다.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계란을 한 바구니 담지 말라는 주식 격언과는 반대되는 포지션이기도 하다. 이 방식은 위험하기도 하지만 성공했을 시 큰 이익을 가져다 준다. 그가 몇 번의 크나큰 실패와 성공을 반복한 까닭이기도 했다. 이런 방식으로 1928년부터 1945년까지 영국의 킹스 칼리지의 장학기금을 운용하는 동안 연평균 13.2%의 수익률을 기록하기도 했다. 당시 전 세계 경제 성장률이 0에 가까웠고 중간에 대공황도 있었다는 점을 감안한다면 놀라운 투자 수익률이다.케인스는 1938년 그의 성공적인 투자원칙에 대해 다음과 같이 밝혔다. 첫째 적은 수의 투자대상에 투자한다. 둘째 세심하게 고른 투자대상에 집중 투자해 비가 오나 눈이 오나 묻어 둔다. 셋째 투자 포지션의 위험을 균형있게 분산한다. 이러한 그의 투자형태는 우리가 알고 있는 투자의 거장들과도 상당히 유사하다. 저평가 우량주식에 장기투자해 세계의 부호가 된 워렌버핏이나 일본 주식투자의 신(神)이라 불렸던 고레가와 긴조, 성장주 투자의 대가 켄 피셔 등 후세의 많은 투자가들도 비슷한 전략으로 큰 성공을 거뒀다. 그들이 케인스의 영향을 받았는지 확인 할 수 없지만 훌륭한 투자 원칙은 시대를 초월한다는 말이 틀린 말은 아닌 것 같다.이창환 기자 goldfish@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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