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램가격 하락 우려..단기적으로 보수적 접근 필요
[아시아경제 김지은 기자] 뱅크오브아메리카(BOA)-메릴린치가 반도체 제조업체들의 투자의견을 하향조정하면서 20일 삼성전자와 하이닉스 등 국내 반도체업체들도 나란히 약세로 돌아섰다. 국내증시가 부진한 흐름을 지속하던 와중에도 삼성전자 및 하이닉스 등 반도체주는 기존 주도주의 명성을 유지하며 견조한 주가 흐름을 유지해왔지만 반도체 업황 자체에 대한 우려가 확산되면서 이들 종목을 보유하고 있는 투자자들도 불안해하는 모습이다.메릴린치가 지적한 반도체 업황의 문제점은 공급과잉이다. 최근에 D램 가격이 강세를 보이면서 일부 반도체 업체들이 실적개선을 기대하며 공장 가동률을 높이는 등 생산에 박차를 가했던 반면 수요는 예상외로 살아나지 않고 있는 것. 실제로 대만 IT업체들의 10월 매출액만 보더라도 D램을 제외한 전 부문의 실적이 예상치에 미치지 못했다. 여기에 11월부터는 사실상 IT부품의 비수기 시즌이 시작되는 만큼 공급에 비해 수요가 살아나지 못하고 있어 재고 증가의 우려가 있다는 것이 메릴린치의 지적이다. 이승우 신영증권 애널리스트는 "올해 내내 D램 가격 상승이 계속됐지만, 수요 부진에 비해 공급이 크게 늘어나 수요와 공급의 매커니즘만 보더라도 D램 가격의 하락 전환에 무게가 실린다"며 "기대감은 이미 높아질대로 높아졌지만, 실상이 이를 쫓아오지 못하는 만큼 단기적으로는 보수적인 투자전략이 불가피하다"고 강조했다. 물론 삼성전자나 하이닉스 등 국내기업의 뛰어난 경쟁력 및 시장 장악력을 감안해야 한다는 반발의 목소리도 있다. 공급과잉에 대한 우려가 나오면서 전세계 반도체 업종의 구조조정은 이미 진행됐고, 국내 기업들은 그 위기 속에서 살아남은 기업들이라는 것. 전세계의 반도체 업계가 이미 국내업체 위주로 판도변화가 나타난 만큼 국내기업들은 큰 타격이 없을 것이라는 주장이다. 하지만 펀더멘털이 여전히 견조하다고 하더라도 이것이 주가 상승으로 연결될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엄태웅 부국증권 애널리스트는 "예전 IT에 집중되던 매수세가 최근에는 금융이나 화학 등 다양한 업종으로 분산되면서 키맞추기 장세가 나타나고 있다"며 "반도체를 포함한 IT주가 여전히 견조하고 시장의 주도주 역할을 지속하더라도 예전처럼 시장을 강하게 이끌지는 못할 것"이라고 말했다. 국내 IT주가 이미 전세계 시장을 장악할 정도로 경쟁력이 높은 만큼 급락할 가능성도 적지만, 과거와 같은 높은 수익률을 기대하기도 힘들다는 것. 그는 "공급과잉 및 재고증가에 대한 우려가 나타난 것도 소비부진, 결국 실업률에 대한 우려가 반영됐다고 본다"며 "이미 미국의 실업률이 두자릿대를 기록한 만큼 최고 정점을 찍었다고 본다면 실업률 완화 국면이 도래하고 소비가 회복되는 것을 기대할 수 있지만 이것을 확인하고 매수에 나설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이 애널리스트 역시 "주가가 실적을 반영하는 것은 맞지만 모멘텀도 상당히 중요하다"며 "이미 모멘텀을 모두 선반영해 주가가 오른 반면 당분간 이렇다할 모멘텀을 기대하기는 쉽지 않다"고 지적했다.삼성전자와 하이닉스 등 시장의 영향력이 큰 종목들이 약세를 보이면서 코스피 지수 역시 내림세를 기록중이다. 이날 오전 11시15분 현재 코스피 지수는 전일대비 3.23포인트(-0.20%) 내린 1617.31을 기록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전일대비 9000원(-1.19%) 내린 75만원에 거래되고 있으며, 하이닉스는 150원(-0.78%) 내린 1만9100원을 기록중이다. 김지은 기자 jekim@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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