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대야시장 중심부에 위치한 핑지아(平價)루웨이 뒤쪽에 보이는 형형색색의 재료들과 점원들의 표정이 여유롭다.<br />
대만의 맛깔 나는 매력을 여과 없이 보여주는 야시장은 어둑어둑해 질 즈음이면 넘쳐나는 사람들로 항상 잔치 분위기다. 공관(公館)야시장이 그렇고, 이곳에서 도보로 약 10분 거리에 위치한 사대(師大)야시장이 그렇다. 특히 사대야시장은 대만대학교 인근에 소재한 공관야시장과도 인접해 있어 시너지효과도 톡톡히 누리고 있다. 사대야시장은 사범대학교 앞 사대로(師大路)를 중심으로 양옆으로 펼쳐져 있다. 좌측에는 대만 샤오츠(小吃, 길거리에 파는 간단한 먹거리), 태국, 이탈리아 음식점 등이, 우측으로는 한국, 인도, 아랍 웨스턴스타일 음식점 등이 늘어서 있는 것. 전 세계 먹거리가 사이좋게 자리 잡고 있는 모습을 볼 때면 '음식적 똘레랑스(프랑스어로 자기와 다른 종교· 종파· 신앙을 가진 사람의 입장과 권리를 용인하는 일)'를 떠올리게 된다. 사대야시장 최고의 먹거리는 단연 '루웨이'다. 야채와 버섯· 어묵· 면· 고기 등을 직접 골라 한약재와 간장 등으로 우려낸 뜨거운 국물에 데쳐 먹는 루웨이는 칙칙한 색깔과 정체를 알 수 없는 부위의 고기 때문에 첫 인상은 비호감이지만, 일단 한번 빠져 들면 그 매력에서 헤어나기 힘들다.
선지, 어묵, 말린 두부 등이 곁들여진 루웨이<br />
색깔별로 앉아 새 주인을 기다리고 있는 용펑셩의 만토우
대만에서 유학을 마치고 본국으로 돌아간 학생들 사이에선 대만의 향수를 일으키는 '주범'으로 꼽히기도 하다. 실제로 대만에서 공부하다 얼마 전 한국으로 돌아간 한 친구는 "딴 건 그리운 걸 잘 모르겠는데, 루웨이는 꼭 한번 먹고 싶다"며 칭얼대기도 했다. 루웨이를 잘하는 집으로는 '핑지아(平價)'와 '덩롱(燈籠)'이 유명하다. 루웨이와 함께 '양대 산맥'으로 꼽히는 사대야시장 음식으로는 '빠오즈(包子, 중국식 호빵)'가 있다. 육즙이 살아 있는 고기에 땅콩, 검은깨 등 다양한 속을 넣은 빠오즈를 파는 가게로는 '용펑셩(永?盛)'이 유명한데, 사대야시장을 찾은 사람들은 한번 씩은 꼭 들르는 명소다. 사대야시장은 비록 큰 규모는 아니지만, 골목골목 숨은그림찾기를 하면 볼 만한 옷가게· 소품가게들이 꽤 있다. '루웨이'와 '빠오즈'를 먹은 뒤 이런 가게에 들러 간단하게 쇼핑하는 재미 또한 쏠쏠하다. 이곳에서 쇼핑하다 발견한 나의 징크스 하나. 특별히 한국 옷가게를 골라 가는 것도 아닌데, 이것저것 살펴보다 마음에 드는 녀석을 하나 집으면 '메이드 인 코리아(Made in Korea)'다. 가격을 물어볼 때면 응당 돌아오는 반응은 "한국에서 수입해서 가격이 좀 비싸요", "사장님께서 직접 동대문에서 골라 오신 제품이에요"란다. 대만에서 생활한 지 벌써 5년이지만, 여전히 한국 것이 예쁘고 좋아 보이는 건 어쩔 수 없나 보다.글= 김모현 정리= 윤종성 기자 jsyoon@asiae.co.kr◇ 김모현 씨는 대만 정치대학교 방송학과에 재학 중이다. 외국인 최초로 FM '정대의소리' 지역 라디오 방송국에서 활동하면서 한국영화, 음악, 여행 관련 프로그램을 진행했다. 부산국제영화제, 대만금마영화제 등 영화제 관련 통· 번역을 역임했으며, 현재 대만 NHN에서 인턴으로 근무하고 있다.<ⓒ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온라인뉴스부 윤종성 기자 jsyoon@asiae.co.krⓒ 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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