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핏의 철도회사 '베팅'..왜?(상보)

미국 경제 회복세에 베팅, 고유가로 인한 철도산업 전망도 밝아

[아시아경제 강미현 기자] ‘투자의 귀재’ 워런 버핏이 이끄는 버크셔 해서웨이가 3일(현지시간) 철도기업 벌링턴 노던 싼타페(BNSF)에 투자하기로 결정했다. 이는 그 동안 버핏이 보여왔던 투자 스타일과는 여러 면에서 이례적인 것으로 여겨지고 있어 그 배경에 관심이 집중된다.◆ 사상최대 규모 투자 = 버크셔는 이날 BNSF의 지분 77.4%를 주당 100달러, 총 260억
달러에 인수한다고 밝혔다. 인수대금에는 현금과 버크셔의 주식 일부가 포함된다. 최근 수년간 BNSF의 주식을 꾸준히 매입해온 버크셔는 이로써 BNSF의 지분 대부분을 차지하게 됐다. 이번 거래에는 BNSF의 채무 100억 달러 인수도 포함되기 때문에 실질적으로 버크셔가 지불해야 금액은 종전 투자금을 비롯해 총 440억 달러에 달한다. 이는 버크셔가 지난 98년 제너럴 재보험사를 170억 달러에 매입했던 것을 넘어서는 것으로 창립 이래 사상 최대 인수합병(M&A)이다. 인수대금으로 현금이 아닌 버크셔의 주식을 지급한다는 점도 특징으로 여겨진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이번 투자결정이 버핏이 보여준 그 동안의 투자 유형과 다르다는 점에서 버핏이 직구가 아닌 커브 공(wicked curve ball)을 던졌다고 평가했다. 버핏은 그 동안 숨겨진 보석을 찾아서 투자하는 ‘가치투자’를 원칙으로 내세워 왔는데 BNSF는 여기에 걸맞지 않는 대형업체일 뿐 아니라 지난 3월 저점 이래 증시랠리와 꾸준히 보조를 맞춰온 종목이라는 것이다. 한편, 버크셔가 제시한 주당 100달러는 블룸버그가 집계한 BNSF의 내년 순익 전망치 주당5.51달러보다 18.2배 높은 것으로, 전날 종가에 31%의 프리미엄을 얹은 가격이다. BNSF는 지난해 매출 180억 달러, 순익 33억7000만 달러를 올린 기업으로 이번 거래로 버크셔의 최대 사업부(매출 기준) 자리를 차지할 전망이다. ◆ 미국 경제 미래에 '올인' = 버핏은 투자 배경을 묻는 질문에 간단하게 ‘미국 경제의 미래에 베팅한 것’이라는 대답을 내놓고 있다. 미국 경제가 향후 지속적인 회복세를 보일 것이라는 전망 하에 경제성장의 동맥에 해당하는 철도사업에 대한 투자를 결정한 것이다. 특히 연방법은 화학물질의 경우 오로지 철도를 통해서만 운송하도록 규정하고 있어 철도사업은 경쟁상대가 없는 업종으로 여겨진다. 버핏은 그 동안 버크셔의 부회장은 찰스 멍거와 함께 유럽을 방문, 투자의 기회를 모색했으나 적당한 대상을 찾지 못했다. 버핏은 주주들에게 보내는 편지에서 투자할 만한 유럽 기업이 없다고 털어놓기도 했었다. 겜코 인베스터스의 마리오 가벨리 최고경영자(CEO)는 “이는 단순한 투자”라며 “버핏은 몇 년 동안 기초산업에 지속적으로 투자해 왔다”고 말했다. 가드너 루쏘&가드너의 톰 루쏘 파트너는 “워렌 버핏다운 투자”라며 “경쟁입찰의 가능성이 낮을 때 그 장점을 취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결정은 철도사업을 바라보는 버핏의 시각을 보여주는 것이기도 하다. 그는 지난 2006년 텍사스 소재 철도기업 포트 워스에 투자를 결정하면서 “연료 가격이 오르면 기차가 트럭보다 경쟁력을 갖출 것”이라고 내다봤다. 전문가들은 자동차를 포함한 아시아 수입제품 규모가 늘어나면서 이를 미국 각지로 실어 나르기 위한 기차의 가동률도 높아질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한편, 버핏은 많은 돈이 오가는 대규모 거래를 배제하지 않는다는 점도 분명히 했다. 버핏은 이번 거래를 위해 160억 달러의 현금을 사용할 예정인데, 이 가운데 절반은 은행들로부터 조달한 것이다. 이번 거래를 하고 난 뒤에는 200억 달러 가량의 연결현금(consolidated cash)이 남는다고 버핏은 방송에서 밝혔다. 그는 “우리가 앞으로 대형 거래를 체결할 수 없다는 의미가 아니다”고 못박았다.버핏은 지난 2007년 주주들에게 보내는 서한에서도 “버크셔의 현금을 효율적으로 활용하기 위해서는 쥐를 쫓을 것이 아니라 코끼리를 잡아야 한다”며 “멍거 부회장과 나는 더 큰 게임에 주의를 집중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강미현 기자 grobe@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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