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실적 호전 주가상승 힘 얻어 -FTSE편입 선진국프리미엄 확보 -환매 '산' 넘어 수급균형 이뤄야
[아시아경제 구경민 기자]전세계 증시에서 가장 빠른 회복세를 보이던 국내 증시가 주춤하고 있다. 지난해 글로벌 금융위기로 지수가 800선까지 떨어진 이후 1년도 채 안돼 1700선까지 두배 이상 강하게 오르던 기세는 1600선으로 후퇴하며 한풀 꺾였다. "이제 2000도 멀지 않았다"는 목소리보다 조정 얘기로 무게중심이 이동하는 분위기마저 감지될 정도다. 하지만 추가 모멘텀만 형성된다면 제2의 2000시대 돌파도 노려볼만 하다는 긍정론도 여전하다. 글로벌 위기속에서도 빛난 국내 대표기업들의 실적이 3분기를 정점으로 꺾일 것이란 전망이 조정을 불러왔지만 대표주들이 여전히 탄탄한 체력을 갖고 있어 추가 모멘텀만 받쳐준다면 충분히 다시 한번 '레벨업'될 수 있다는 자신감이다. 최근 지수가 주가 급등에 따른 피로감으로 1640선까지 후퇴를 했지만 오히려 재충전의 기회로 삼아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다. 국내 기업들의 실적이 호전되면서 글로벌 플레이어로서 평가를 받게 됐고 선진국 지수에 편입되면서 증시의 재평가를 일궈낸만큼 앞으로 세계적인 경기 회복에 따른 추가적인 이익 개선과 고용ㆍ소비 등의 지표가 살아난다면 2000시대는 그리 멀지않았다는 것. 하지만 2000을 위해선 넘어야 할 산도 높다. 가장 시급한 것은 외국인만 바라보는 천수답 시장을 극복하는 것. 국내기관은 끝나지 않는 펀드 환매에 힘을 쓰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2000 시대 재개막을 위해서는 다시 한번 개인들의 자금이 장기성 펀드로 들어오면서 국내 기관의 매수여력을 높여야 한다. ◆강해진 국내 증시=올해 국내 주식시장은 외국인의 힘에 의해 올라왔다. 지난해 4년동안 국내 주식 70조원 이상을 팔았던 외국인 은 지난해 글로벌 위기 이후 국내 주식을 20조원 넘게 사들였다. 한국이 글로벌 경제위기를 슬기롭게 이겨내면서 펀더멘털에 대한 신뢰를 얻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이러한 국내 기업들의 저력과 한국시장에 대한 긍정적인 전망 등에 힘입어 한국 증시는 올해 전세계 증시 가운데 '글로벌 금융위기 를'를 가장 빠르게 극복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올해 외국인 투자자들이 한국 경제의 빠른 회복과 국내 기업들의 높은 경쟁력으로 국내시장에 주목하고 있는 가운데 파이낸셜 타임스스톡익스체인지(FTSE) 선진국 지수 편입은 큰 호재로 작용했다. 증시 체질의 선진화로 한국 증시의 브랜드 위상이 한단계 레 벨업 돼 미국 영국 일본 등 선진시장 지수와 어깨를 나란히 할 수 있게 될 것이란 점 또한 긍정적인 요소였다. 앞으로 모간스탠리캐피탈 인터내셔널(MSCI) 선진국지수 편입 등도 가능할 것으로 예상돼 외국인 투자가들의 국내에 대한 관심은 더욱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이재훈 미래에셋증권 애널리스트는 "외국인의 매수 강도는 약화됐지만 외국인의 포트폴리오 재조정은 진행 중"이라며 "4월 이후 외 국인 순매수가 27조원임을 감안하면 FTSE 편입 관련 최대 20조원이 추가 투자될 것"으로 기대했다. 글로벌 경제 위기를 잘 극복해낸 국내 기업들의 호실적도 주식시장에 대한 확신을 세워졌다. 삼성전자, LG전자, 하이닉스, 현대차ㆍ기아차 등 IT, 자동차 기업은 글로벌 플레이어로 평가 받으면서 사상 최고치를 경신하는 등 주 가가 초강세를 보였다. 지난달에는 삼성전자 시가총액이 1102억원을 기록하면서 인텔의 시가총액인 1093억원을 넘어서기도 했다. ◆2000시대 도약을 위한 발판 마련=우호적인 재료에 지난 9월 주가가 1700선까지 올랐지만 단기급등에 따른 차익실현 매물과 추가 모멘텀이 발생되지 않자 다시 주가는 1640선까지 밀렸다. 하지만 실망하기엔 이르다. 3분기보다 4분기 실적이 좀더 둔화되고 출구전략, 환율 하락 등으로 내년 1분기까지 기업 실적이 정체 를 보이겠지만 세계 경기 회복과 우호적인 지표 발표들로 2분기 이후의 상승세는 유효할 것으로 전망되기 때문이다. 미국, 유럽을 중심으로 경기가 회복되면 소비와 고용이 살아나고 이로 인한 내수주는 물론 수출주까지 실적 개선을 이룰 것으로 분석된다. ◆펀드환매 산 넘어야=증시가 재상승 탄력을 받기 위해 넘어야 할 가장 큰 산은 펀드 환매. 증시 큰손 국민연금의 매도 행렬이 이어진 가운데 국내 투자자들의 펀드 환매가 늘면서 기관들의 힘이 약해질대로 약해져 증시에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 주식형펀드에 실망한 앵그리머니(angry moneyㆍ성난 돈) 자금이 지속적으로 빠져나가자 수급 측면에서 기관의 매도세가 이어지고 있어 국내 증시는 외국인 매수세에 등락이 휘둘리는 장세를 보이고 있다. 국내 기관이 힘을 키우고 수급 균형을 이루면서 국내 증시의 체질을 점진적으로 개선해 나가야 할 것이 국내 증시 상승의 가장 큰 과제인 셈이다. 이를 위해서는 개인들의 자금이 적립식 펀드 등을 통해 꾸준히 증시로 유입돼 증시의 안전판 역할을 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구경민 기자 kkm@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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