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을 거스르지 않는 유연함, 신한은행 딜링룸의 경쟁력'
[아시아경제 정선영 기자]그의 이름을 말했을 때 외환딜러들은 말했다. "딜링 홀릭이시죠! 딜을 진정 즐기시는 분입니다" 그래서일까. 신한은행 딜링룸에서 김병돈 팀장에게 딜링에 대해 묻자 대답보다 반짝이는 눈동자가 먼저 돌아온다.
[김병돈 신한은행 딜링룸 팀장]
◆<B>시장을 거스르지 않는 유연한 거래 스타일</B>김팀장은 외환시장에서 유연한 거래 스타일로 유명하다. 시장흐름에 따라 사고 팔기를 반복하면서 어마어마한 수익을 창출해내는 0.01초의 미학을 제대로 보여주는 딜러로 통한다. "현재가가 모든 걸 반영합니다. 가장 무서울 때는 큰 물량이 나왔을 때가 아니에요. 여러사람이 팔 때죠"여러 사람의 힘은 시장의 흐름으로 직결된다. 굳이 반대로 갈 필요가 없다는 것이 그의 기본적인 원칙이다. 김팀장은 "2억불짜리 실물량이면 그것만 클리어시켜주면 되지만 여러명이 1000만불씩 2억불이면 이는 각자가 관리가능한 범위기 때문에 결코 쉽지 않다"라며 여러 명의 뷰가 합쳐졌을 때의 흐름을 읽는 것이 중요함을 강조했다. 16년 딜링생활 동안 고비는 많았다. IMF이후 10년만에 벌어진 지난해 리먼 파산까지 숱한 변동성을 겪어온 그다. 특히 IMF는 그의 기억속에 크게 남았다. "당시는 관리변동환율제였는데 개장하자마자 환율이 상한가를 치는 경우도 허다했다"며 딜러들이 하루종일 할일이 없을 정도였다고 김팀장은 회상했다. 개장직후부터 달러 사자 주문이 물밀듯 밀려들던 지난 1997년 10월, 11월은 한국은행이 실수요에 한해 수입신용장(LC)번호를 확인한 후 4시반 이후 결제수요에 따라 달러 배급을 할 정도였다고 한다. 그는 "지금은 그때와 상황이 다른 만큼 리스크 관리에 의미를 두는 게 맞는 듯하다"며 "쏠림현상이 있을때는 역발상도 필요하다"고 언급했다. ◆<B>금융위기, 과도한 쏠림현상 아쉬워</B>김팀장은 금융위기를 겪어낸 지난 1년간의 외환시장을 어떻게 봤을까. 그는 "리먼 이후 가장 힘들었던 일은 1개월 옵션 변동성이 70%까지 갔을 때죠"라며 운을 뗐다. 그러나 그는 "IMF때와 비교해보면 이번 위기에서 우리나라는 글로벌리하게 퍼진 문제의 파편을 맞은 셈인데 환율이 1597원까지 갔어야 했나 하는 아쉬움이 크다"는 의외의 답변을 내놓는다. 수익을 내고 안내고를 떠나 우리나라 외환시장의 쏠림 현상에 대한 실망감이 적지 않았다는 것. "시장에 대한 두려움이 지나치게 반영된 걸로 볼 수 있습니다. 삼성전자, 현대차 등 든든한 제조업 기반을 가진 우리나라 원화가 이렇게 취약한 통화일 수는 없다"고 말하는 그의 얼굴에 아쉬운 표정이 역력하다. 그러나 위기속에서 출렁이던 환변동성은 딜링룸 수익에는 효자노릇을 톡톡히 했다. 시장이 혼란스럽던 지난해부터 은행마다 딜링룸에서 쏟아지는 수익은 사상최대를 구가할 정도였다. 김팀장은 "딜링룸으로서는 변동성이 클수록 수익창출의 기회도 많아지는 셈이었다"며 "딜러들이 딜을 하면서 각자 수익추구, 리스크 관리를 적절히 했다면 한바탕 잘 놀 수 있는 장이었다"고 지난 1년을 회상했다. ◆<B>시행착오와 수업료는 숙련된 딜러로 가는 길</B>시장에서 노련한 딜러로 명성을 다진 그도 아찔했던 순간은 있었다. 9·11사태. "밤 11시에 CNN을 보는데 영화처럼 비행기가 건물을 통과하더라고. 화면 밑에 자막으로 주요 통화가 나왔는데 달러·엔이 3빅에서 4빅까지 떨어졌어요. 그때 오버나이트 포지션이 3000만달러였는데 마음이 철렁했죠"라며 긴박했던 때를 떠올렸다. 첫거래 역시 만만치 않았다. 지난 1994년 신입 딜러였던 그. 아침에 선임딜러가 출근을 못한다는 소식을 들었다. 딜링하느라 소변을 너무 참다보니 신장결석으로 쓰러진 것이다. 선임딜러가 오후에 나올때까지 그와 주니어 동기 둘이 함께 1억불 숏을 냈다. 그러나 시장은 마음과는 반대방향으로 움직였다. "수업료를 톡톡히 냈죠. 오후에 선임이 출근해서 막 오퍼를 다 뜯어버리더니 1억불 숏을 1억5000만불 롱으로 바꿔놓는 것을 보고 제대로 배웠습니다"라고 그는 회상했다. 시행착오와 수업료는 숙련된 딜러로 가는 길이다. 외환 딜러가 가장 긴장할 때는 언제일까. 물론 돈을 벌어도, 잃어도 긴장을 놓을 수 없는 직업이지만 손실 한도가 간당간당할 때야말로 심리적 압박이 최고조에 달하는 때라고 할 수 있다. "지난 2002년도에 연간 손실한도가 15억원이었는데 1월부터 3월초까지 14억8000만원 로스가 난 적이 있어요. 연간 손실한도까지 2000만원이 남았었죠"라며 김부장은 말을 꺼냈다. 휴가 제의까지 받았지만 그는 휴가를 가면 감떨어진다는 생각으로 마음을 가다듬었다. 그리고 하루에 500만불씩 거래해서 500만원, 700만원씩 벌어나갔다. 그해 연말 그는 손실을 뒤집어 60억원 플러스로 돌려놨다. "딜러는 심리적으로 코너에 몰리면 안됩니다. 밑천이 딸리면 좋은 표를 갖고도 지게 돼 있어요. 시장을 정확히 보고서도 불안한 마음에 그냥 결정하게 되는데 이게 이미 지고 들어가는 셈이죠"라고 그는 덧붙였다. 김팀장은 올해 환율은 계단식으로 빠지는 쪽으로 내다보고 있다. 그는 "지난해 리먼쇼크 때 외국인이 유동성 확보차원에서 한국 시장을 주목한 것은 그만큼 매력있는 시장이라는 이야기"라며 "위기가 또 오지 않는 한 자본 경상수지 흑자, 외인 주식 순매수 지속 , MSCI, 채권 WGBI 자금 등 유입가능성 등으로 환율이 1100원대 초중반을 기록할 것으로 본다"고 내다봤다.◆ <B>딜링홀릭, 신한은행 딜링룸의 경쟁력</B>그렇다면 신한은행 딜링룸을 특별하게 만드는 비결은 무엇일까. 바로 3교대식 딜링이다."9시 개장직후 1번타자가 딜에 나서서 카운터파티와 실수요 등의 시장 정보를 파악하죠. 이어서 2번타자, 3번타자가 순서대로 돌면서 효과적인 딜링이 가능하도록 하고 있어요"라고 김팀장은 설명했다. 잘 짜여진 팀웍과 적절한 로테이션은 딜러들의 집중력을 높이고 이는 수익으로 직결된다. 김팀장은 인내심이나 판단력이 흐려질 수 있다는 생각에 술도 자주 안마신다. 오전 9시부터 오후3시까지 0.01초만에 주문이 왔다갔다 하는 상황에서 실패할 확률이 높다는 것. 정보가 지나치게 많으면 판단착오가 있을 수 있어 메신저조차 안한다. "가장 큰 원칙은 시장을 거스르지 말자죠. 술자리도 1차에 끝냅니다"라고 김팀장은 신한은행 딜링룸만의 스타일을 한마디로 설명했다. 그렇지만 비가 오면 왠지 숏을 내고 싶어지는 등 감수성도 간직하고 있다. 정말 신기한 것은 '딜링 매니아', '딜링 홀릭'로 불리우는 팀장을 둔 탓인지 후임딜러들도 비슷한 증세에 시달리고 있다는 것이다. 귀신보다 무섭다는 월요일을 기다리는 딜러들도 있다고 하니 딜링홀릭, 신한은행 딜링룸 만의 경쟁력인 듯하다.김병돈 팀장은 지난 1989년 구 조흥은행으로 입사한 후 1994년부터 딜러 생활을 시작했다. 올해로 16년째 외환딜러로서 신한은행 딜링룸을 이끌고 있다. 정선영 기자 sigumi@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정선영 기자 sigumi@asiae.co.kr<ⓒ아시아 대표 석간 '아시아경제' (www.newsva.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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