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산가족상봉 이모저모
[금강산=아시아경제 박현준 기자] 남북 이산가족은 추석을 맞아 이뤄진 상봉행사의 첫날인 26일, 반세기만의 만남의 기쁨으로 서로를 얼싸안고 감격의 눈물을 흘렸다. 이날 단체 상봉은 지난해 7월 우여곡절 끝에 완공됐으나 빈 건물로 남아있던 금강산 이산가족 면회소에서 처음으로 이뤄졌다.이날 행사에서는 또 유종하 대한적십자사 총재가 북측의 조선적십자회 장재언 위원장과 처음으로 만나 반갑게 인사를 나눴다. ◆북측 가족, 다소 긴장한 모습으로 행사장 도착= 북측 가족 200여명을 태운 평양 번호판 버스 4대가 금강산 이산가족 면회소에 도착한 시각은 이날 오후 2시35분이었다.남자들은 짙은 회색 또는 감청색 양복에 검은색 새 가죽 구두를 신고 여자들은 분홍, 하늘색, 옥색, 금박, 벨벳 등 다양한 재질과 색깔의 화려한 한복을 입고 버스에서 속속 내렸다.북측 의료진 4명도 함께 버스에서 내렸다. 이들은 대부분 다소 긴장한 듯 무표정한 얼굴로 잰 걸음으로 면회소 1층에 마련된 행사장 지정 좌석에 앉아 남측 가족들을 기다렸다. 행사장 테이블에는 풍천사과탄산단물 음료수 2병씩이 각각 놓여 있었다.◆남측 가족, '기대가득'= 오후 2시50분께 유종하 대한적십자사 총재가 면회소 1층 로비에 도착하자 기다리고 있던 장재언 북한 적십자회 위원장이 반갑게 악수로 맞이했다.유 총재는 “반갑습니다. 애 많이 쓰셨습니다”라고 인사했고 장 위원장은 웃음으로 답했다. 이들은 복도 양쪽으로 도열한 20명의 북한 봉사원들의 박수를 받으면서 곧장 엘리베이터를 타고 귀빈 접견실로 옮겼고 뒤이어 남측 이산가족 상봉단을 태운 현대아산 버스 8대가 도착했다.남측 가족들은 헤어진지 50년이 지난 가족들을 만난다는 설렘 탓인지 얼굴에 웃음과 기대가 가득한 얼굴로 종종걸음으로 행사장으로 들어섰다.북한 가요 ‘반갑습니다’가 흘러나오는 가운데 남측 가족들이 행사장에 나타나자 상봉장은 순식간에 울음바다로 뒤덮였다. 다시 만난 형제자매, 그리고 자식을 본 기쁨으로 서로 얼굴과 몸을 얼싸 안았고 상봉장 곳곳에는 아버지에게 큰절하는 아들, 얼싸안은 자매, 큰 형님에게 인사드리는 아우 등이 눈물의 상봉 장면을 이뤘다.◆ “며칠 전에야 아버지 살아계신 걸 알았다”= 평안남도 진남포가 고향인 김기성(82)씨는 인민군 징집을 피해 1.4후퇴 당시 북측에 두고 온 아들 정현(63)씨와 순애(61)씨, 며느리 김복순(61)씨와 감격의 상봉을 했다.헤어질 당시 아들과 딸의 나이는 네 살, 두 살.“미안하다. 피난갈 때 못 데려가서 미안하다. 그 말 밖에는 할 말이 없다”고 했던 김기성씨는 같이 늙어가는 아들을 보는 순간 목이 메었다. 아버지는 흥분했지만 초로의 아들은 눈시울만 젖었다. “할아버지, 할머니, 어머니는 오래전에 돌아가셨다”는 아들은 사진을 꺼내 북측 가족들을 하나하나 설명했다.북에서 받은 훈장 5개도 같이 가져 왔다. 딸 순애씨는 “아버지 없이 자란다고 일을 더 열심히 해서 장군님께서 오빠에게 훈장도 많이 주셨다”고 자랑했다.아버지가 “내가 너를 만나려고 20년 전에 신청했다가 800대 1의 경쟁률을 뚫고 이번에 왔다. 너도 나를 찾았느냐”고 묻자 아들은 “아버지가 전쟁 통에 살았는지 죽었는지도 몰라 찾을 생각도 안했다”며 “며칠 전에야 살아 계신지 알게 됐다”고 말했다.금강산=공동취재단박현준 기자 hjunpark@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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