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계증권사 'LG전자 흔들기' 왜?

잠잠했던 외국인의 한국기업 후려치기가 본격화되고 있는 걸까. 증시 상승을 틈타 국내 기업에 긍정적인 평가를 하기 바빴던 외국계 증권사이 돌연 LG전자 4분기 실적을 비관적으로 바라보는 분석을 잇따라 내놓고 있어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린다.  증권업계에 따르면 크레디리요네(CLSA)증권은 지난 8일 LG전자의 4분기 마진이 하락할 것이라며 투자의견을 '매수'에서 '시장수익률상회'로 하향 조정했다.  이에 앞서 노무라증권도 지난 7일 LG전자에 대해 하반기에 접어들면서 영업 실적 개선폭이 둔화될 전망이라며 4분기 영업이익 추정치를 기존 8770억원에서 5530억원으로 하향조정했다. TV 등 세트제품의 가격이 전반적으로 하락 추세를 보이고 있어 영업 마진이 감소하고 있다는 게 이유다. 이같은 소식에 LG전자 주가는 전날(9일) 금융위기 이후 최고의 낙폭인 7.96% 급락을 기록하면서 열흘만에 13만원선대로 주저 앉았다. 이날 오전 9시55분 역시 코스피지수 상승에도 불구하고 보합 수준을 보이고 있다.  특이한 점은 외국계증권사 입김이 고스란이 반영되 듯 지난달 25일 이후 이달 9일까지 12일 동안 4일을 제외하고는 외국인이 순매도세를 보이고 있다는 점이다. CLSA 보고서가 나온 전일에도 하룻동안 외국인이 팔아치운 물량은 10만주가 넘는다. 잇단 외국계증권사의 혹평이 최근 외국인 이탈의 근거가 된 셈이다.  지난해 외국인의 대규모 순매도 당시에도 외국계 증권사들은 저승사자 역할을 톡톡히 하며 외국인의 매도 공세에 배경 논리를 제공한 바 있다. 하지만 올 3월부터 외국인들이 '바이 코리아'에 나서자 외국계 증권사들도 잇따라 국내 증시와 기업에 대해 긍정적인 분석을 내놓으며 주식 매수의 든든한 배경으로 작용했다. 한편 국내 증권업계는 외국계 증권사들의 LG전자 4분기 실적 우려감은 지나친 것이라는 반응을 보였다.  민천홍 KTB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하반기 TV와 휴대폰의 마케팅 비용이 상승할 것이라는 우려 때문에 최근 LG전자의 주가가 조정을 받고 있지만, 이들 제품의 시장 지배력이 빠르게 커지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삼성전자와 현대차와 달리 LG전자는 외국인 보다 국내 기관의 비중이 높은데 기관의 차익실현으로 인한 매물을 외국인이 받아주지 못했다"라며 "외국계의 영향보다 수급적인 요인이 더 큰 것"으로 분석했다.  유종우 한국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마케팅 비용이 4분기 이익에 큰 영향을 줄 것으로 보이는데 이에 대한 투자가 생각보다 많이 이뤄진다는 것은 내년 점유율 상승에 대한 의지로 해석될 수 있다"며 "외국계 증권사에서 내놓은 4분기 실적 둔화 우려 보다는 내년 1분기 이후의 실적 개선세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고 말했다.구경민 기자 kkm@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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