녹십자 vs 보령제약, 최후의 승자는?

녹십자가 주도하던 신종플루 백신시장에 보령제약이 가세하면서 상황이 흥미로워졌다. 최후의 승자는 변수 투성인 허가절차를 무사히 거치고 정부 납품 준비를 먼저 끝마친 회사가 될 전망이다. ◆보령제약, 막판 극적 역전? 녹십자와 보령제약은 워낙 백신시장에서 경쟁관계에 있던 회사들이다. 신종플루에 있어선 녹십자가 일찌감치 주목을 끌었으나, 최근 보령제약이 중국산 백신수입이란 카드를 내밀며 순식간에 '다크호스'로 등장했다.일단 개발 단계상으론 보령제약이 앞선다. 보령제약이 수입하는 중국 시노박(Sinovac)의 백신은 임상시험이 완료돼 이미 중국내 품목허가까지 받았다. 세계 최초로 보건당국의 허가를 받은 신종플루 백신이기도 하다.보령제약에 따르면 시노박은 10월초부터 한국에 백신을 공급할 수 있다고 한다. 수입백신의 한국내 임상시험은 하지 않아도 된다.반면 녹십자는 이제 막 임상시험을 시작한 단계다. 임상시험이 끝나고 자료취합, 식약청 허가절차 등을 예정대로 끝마치면 11월 중순 이후에야 접종이 가능하다.녹십자 백신이 나오기 전 신종플루가 크게 유행할 가능성이 높으므로, 정부가 백신 구입에 서두룰 수밖에 없으며 대안은 중국 백신이 유일하다는 게 보령제약의 계산이다. ◆녹십자 "10월 중순도 가능"녹십자에게도 변수는 있다. 현재 시행중인 임상시험 결과 1회 접종만으로 효과가 입증되면 공급 시기를 크게 앞당길 수 있다. 1회 접종 가능여부는 9월 말 쯤 결정된다. 우선 9월 14일 임상시험에 대한 첫 안전성 보고가 식약청에 접수된다. 그리고 2주 후쯤인 9월 말 1차 접종에 대한 면역원성 결과가 나온다. 이 때 1회 접종만으로도 충분하다는 판단이 서면 10월 중순 쯤 허가가 떨어지고 백신은 곧바로 시중에 풀릴 수 있다는 게 식약청의 설명이다.녹십자와 정부 입장에선 최상의 시나리오다. 물론 1회 접종이 결정되면 정부가 구매해야 할 물량이 줄어들어 녹십자에게 잔여 물량 처분이란 숙제가 생기지만, 워낙 수출 수요가 많고 민간 시장도 열려 있어 큰 문제는 아니라고 녹십자측은 설명하고 있다. ◆보령제약을 더 힘들게 하는 것들녹십자의 1회 접종만 아니라면 보령제약 시나리오가 매력적으로 보이지만, 상황이 긍정적이지만은 않다. 우선 중국 백신이 국내에 허가된 적이 없다는 게 가장 큰 문제다. 때문에 보령제약은 시노박의 계절 독감백신 자료부터 시작해, 신종플루 백신 임상시험 자료 전체를 제출해야 한다. 자료들은 시노박이 이미 완성한 상태지만, 한국 식약청이 요구하는 형태로 바꾸는 일이 만만치 않다. 식약청이 신속심사를 통해 우선 검토에 들어간다 해도, 자료가 워낙 방대해 시일이 꽤 걸릴 것이란 게 식약청 실무부서의 전언이다. 보령제약은 다음 주 내로 식약청에 신속심사를 신청할 계획이다. 자료제출 외에도 중국 현지 생산시설, 임상시험 기관 실사 등 작업도 필요하다. 식약청 관계자는 "심사에 걸리는 기간은 오로지 시노박이 제출하는 자료의 신뢰성에 달려 있다"며 "검토를 해봐야겠지만 중국의 서류수준이 얼마나 높아졌을지 의문이 드는 게 사실"이라고 말했다. 여기에 식약청의 자료보완 요청이라도 떨어지면 보통 한 두 달이 더 걸리며, 심사가 최종적으로 끝나 허가를 받는다 해도 한 달 이상 추가로 기다려야 하는 문제도 남아있다. 백신을 수입하기 전 수입자 자가검정에 통상 20일, 한국 정부가 시행하는 국가검정까지 받아야 한다. 반면 국내 생산시설이 있는 녹십자는 제품 출하 전 검정절차를 끝마칠 수 있어, 허가와 동시에 시판이 가능하다.◆식약청 "결국 바이러스가 변수"식약청의 전망이나 여러 정황상으론 녹십자 백신이 시중에 먼저 공급될 가능성이 현재로선 더 커 보인다. 이럴 경우 보령제약은 정부 조달이 아닌, 민간시장 진출을 꾀할 수밖에 없고 시장 성공 여부는 국민들의 유료접종률이란 예측 어려운 미래에 의존하게 된다. 하지만 신종플루가 걷잡을 수 없게 유행할 경우, 이런 전망은 큰 의미가 없어진다. 보건복지가족부가 최종 결정할 사항이지만 허가절차를 생략하고 우선 접종을 시행할 가능성은 언제나 존재하기 때문이다. 반면 신종플루가 통제 가능한 수준에 머물 경우, 유럽 백신업체들의 러브콜도 받고 있는 정부 입장에선 비축목표량인 2600여만 도즈를 확보하는 데 별 문제가 없어, 녹십자가 형성해 놓은 시장독점 상황이 크게 변할 가능성은 적어 보인다. 신범수 기자 answer@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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