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가 여야 정치권의 뜨거운 감자로 떠오른 세종시 문제를 놓고 고심을 거듭하고 있다. 정운찬 국무총리 내정자의 세종시 수정 추진 발언으로 촉발된 논란에 민주당과 자유선진당 등 야당은 연일 청와대를 압박하고 있다. 충청 민심 또한 격앙돼 있다. 참여정부에서 확정된 세종시 추진 계획을 현 정부가 사실상 무력화하고 있는 것 아니냐는 의구심 때문이다. 청와대는 이와 관련, 공식적인 언급을 내놓지 않고 있다. 박선규 청와대 대변인이 "어떠한 수정안도 준비하고 있지 않다"고 밝힌 것이 유일한 청와대 반응이다. 청와대와 한나라당 등 여권은 표면적으로 세종시 원안 추진 의지를 고수하고 있지만 내부 기류는 고민이 적지 않다. 현재 원안대로 정부기관 중 9부2처2청을 옮길 경우 세종시가 자급자족 기능을 갖춘 행정중심복합도시로 발전할 수 있느냐는 우려다. 다시 말해 정부 부처 이전 만으로는 오는 2030년 인구 50만의 도시를 만들기는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것. 새로운 인구 유입이나 고용창출의 효과가 없을 경우 기러기 아빠를 양산하면서 공무원들만 모여 사는 일종의 유령도시로 전락할 수도 있다. 청와대는 이에 따라 대학도시 건설 또는 산업유치와 기업참여 확대 등 내부적으로 세종시의 자족기능을 높일 수 있는 다양한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우선 검토되는 것은 이명박 대통령의 대선 공약인 국제과학비즈니스도시를 세종시에 건설하는 것이다. 9부2처2청을 모두 이전하는 현 계획에서 한 걸음 물러나 교육과학기술부 등 1~2개 부처를 우선 옮긴다는 것. 세종시를 단순한 행정도시가 아닌 과학도시를 만들어 자족기능을 높이고 지역균형발전의 원동력으로 삼자는 것. 일각에서는 이와 관련, 서울대 일부 기능을 세종시로 이전하는 방안이 아이디어 차원에서 거론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정운찬 총리 내정자도 비슷한 견해를 내놓은 바 있다. 정 내정자는 서울대 총장 시절이던 지난 2002년 12월 "국가 정책상 행정수도가 이전된다면 국립대로서 행정수도에 제2캠퍼스를 설치하는 방안도 고려해볼 수 있을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김성곤 기자 skzero@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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