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리카 자원전쟁 현장을 가다=KMD·광물자원公 잠비아 광구 탐사

'천연자원 다오', '값산물건줄께'..검은대륙'자원밀애'

광물자원공사 광구탐사팀이 키푸시 광구지역에 도착해 광물탐사작업을 벌이고 있다.

국내중소기업 10년간 머물며 탐사권 5권 획득수도 루사카서 이틀간 차량이동 오지에 시추현장 지난 달 24일 남아프리카의 잠비아. 늦은 봄을 맞은 잠비아는 낮에는 기온이 섭씨 30도를 웃돌다가 밤이면 초겨울 수준으로 뚝 떨어져 몹시도 쌀쌀했다. 광물자원공사 오지탐사 팀과 아프리카 광구탐사업체 KMD 직원 등으로 구성된 탐사팀과 함께 잠비아 수도 루사카에서 700km 떨어진 목적지를 향해 자동차를 타고 갔다. 때는 건기여서 울퉁불퉁한 도로는 붉은 흙먼지가 흩날렸다. 창을 열지 못해 온몸은 땀으로 범벅이 됐다. 초생달이 있던 새벽에 출발했는데 달을 보고서야 솔베이지라는 작은 도시에 도착했다. 몸은 파김치가 돼 눕자 마자 잠이 들었다.이틀 날 장비를 챙긴 뒤 야지 전용 차량에 탐승한 탐사팀은 또 비포장도로를 4시간 넘게 달려서야 목적지인 키푸시 지역에 도착했다. 그러나 이것은 고생의 시작에 불과했다. 광구 시추현장까지는 사람 키보다 훨씬 큰 갈대숲을 5km 가까이 헤치고 나가야 했다. 길을 찾기 위해 나침반과 지도, GPS거리 측정기를 열심히 봤다. '부시맨'의 도움을 얻어서야 겨우 KMD가 확보한 광구의 시추현장에 도달할 수 있었다. 루사카를 떠난 지 꼬박 이틀만이었다. 아프리카는 세계 광물자원의 3분의 1이 매장돼 있어 자원빈국에게는 '기회의 대륙'이다. 특히 잠비아는 세계 4위의 구리 생산국이어서 중국과 호주 등이 일찌감치 광산개발에 나서 자원 전쟁의 최전선을 형성하고 있다. 때문에 한국 정부나 기업이 이곳에 진출해 성공을 거두기란 낙타가 바늘귀에 들어갈 만큼 어렵다고 한다. 그런데 10년 넘게 잠비아와 짐바브웨 양국을 오가며 광구개발 사업에 매달린 중소기업인 KMD는 이런 난관을 뚫고 광구탐사권을 획득하는 기적을 이뤄냈다.

호주의 글로벌 광구 컨설팅 업체의 잠비아 총 책임자가 KMD가 획득한 잠비아 내 광구 지역에 대한 광맥 현황을 설명하고 있다.

 KMD는 잠비아 광산개발 컨설팅 기업인 '코피 마이닝'과 손을 잡고, 구리와 우라늄, 석회석, 철광 등이 묻혀 있을 것으로 보이는 코퍼 벨트 등 광맥이 흐르는 지역을 선정, 해당 지역에 대한 탐사 권을 요청해 확보하는 치밀한 전략을 펼쳐 개가를 올린 것이다.  KMD 광구 탐사권을 회득한 지역은 키푸쉬 등 소형규모 광구 2 곳과 친골라 등 대형광산 3군데다. 이 가운데 상업화 가능성이 높다고 평가된 키푸쉬(3.4㎢)와 친골라(989㎢) 광구에 대해 광물자원공사와 함께 정밀탐사가 지난 달에 진행됐다. 탐사인력은 현지 인력 10여명과 광물자원공사 오지탐사팀 2명, 그리고 KMD 직원 5명 등 20여명 남짓이었다. 공기업인 광물자원공사는 투자가능성을 타진하기 위해 참여했다. 코피마이닝의 보고서를 긍정적으로 평가한 뒤였다. 현지에서 만난 코피마이닝 소속 지질학자인 릭 나이쉬 잠비아 지부 총책임자는 "키푸시 광구 한 곳만 해도 잠정적으로 구리가 2000만t 매장돼 5000억원의 수익을 거둬들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탐사팀을 이끈 한경수 광물자원공사 팀장은 "대부분 광구라는 것이 도로 등 인프라가 구축돼 있지 않은 오지에 있기 때문에 광물탐사라는 것은 곧 자신의 체력과 정신력, 그리고 광물개발에 대한 의지가 없으면 힘들다"고 밝혔다. 어렵게 도착한 현장에서 탐사팀은 지질도에 나온 대로 구리광맥이 흐르지 여부, 해당 지역의 광물 표본수집 등의 탐사 작업이 진행됐다. 오전 11시에 시작된 탐사 작업은 점심도 건너뛰고 노을로 붉게 물들어질 때까지 계속 됐지만 현장의 지질을 확인하지는 못했다. 현지인들이 4~6m 깊이로 파놓았지만 시추 깊이가 너무 앝아 광맥 표본을 채취하기 위한 '노두'를 발견하기가 힘들었기 때문이다.  이틀 날에도 탐사작업은 지속됐으나 시추장비가 없어 더 이상의 결과를 얻기 힘들다는 판단을 내렸다.  한경수 팀장은 "광구 인근에 7000만t 규모의 콩고 키프쉬 광산이 있고, 구리광맥인 코퍼벨트 지역이 흐르고 있는 것으로 봐서는 대규모 구리광산이 있을 가능성이 적지 않다"며 추가로 인근지역에 2곳에 대한 탐사권을 잠비아 정부에 요청할 것을 조언했다.  KMD측은 탐사권을 확보하는 것과 별개로 시추장비를 사용해 20m 이상 파보는 정말시추탐사를 진행키로 결론을 내렸다.  탐사팀은 다음 날 친골라 지역으로 이동해 현장 탐사도 진행했다. 현장에서 얻은 암석 시료에서 황철석(철광), 황동석(구리), 아연 등의 작은 덩어리로 형성됐음을 확인했다. 그러나 광구 규모가 너무 넓은데다 오지여서 2~3일의 탐사기간은 결론을 내리기에는 너무 짧았다. 탐사팀 모두 아쉬움을 나타냈다. KMD 김문정 회장은 그래도 낙담하지 않았다. 그는 "자원개발이라는 것이 5년에서 10년 가까이 장시간이 걸리고 개발비용 적지 않게 드는 자본과 시간의 싸움"이라면서 "급하게 생각하지 않고, 우선 키푸시 광구 정밀탐사에 주력할 방침"이라며 환하게 웃었다. 김정준 KMD 본부장은 "지난해 광구 탐사권과 관련된 법령이 재정비되면서 그동안 착실히 준비해왔던 우리에게 기회가 찾아왔다"면서 "이 번 탐사권을 획득하면서 중국, 영국 등 외국계 기업이 잠비아 정부에 항의를 하는 등 시기도 많이 받았다"고 고충을 털어놨다. 그는 특히 아프리카, 그것도 잠비아 내에선 한국 광산개발업체로서는 '유일무이한' 성과라는 점에서 향후 우리기업의 자원개발 진출에 교두보를 확보했다는 의미를 부여했다. 실제로 지난해 국내 코스닥 등록기업이 잠비아 구리 우라늄 광산개발업체 KZ코퍼레이션에 10억 원을 출자해 구리와 우라늄 광산에 대한 탐사권을 매입했지만 현지인과의 소송 및 탐사 실패로 유야무야되기도 했다. 특히 광구 한 곳은 정밀탐사가 끝나 실제 생산에 들어가더라도 광산과 생산물을 운반할 항구까지 거리가 2000Km나 돼 운송비가 만만치 않아 상업적 생산이 힘들다는 지적도 있다. 잠비아 현지 사무소에는 소수의 현장인력만 자리를 지키고 있을 뿐이라고 한다.  김 본부장은 "광산개발엔 어려움이 따르고 현지사정에 능통하지 못하면 의외의 변수로 발목을 잡히기 마련"이라면서 "비록 중국 등에 비하면 걸음마 단계에 불과하지만 우리 기업들이 계속 도전한다면 결실은 꼭 거둘 수 있을 것"이라고 자신했다.잠비아=이규성 기자 bobos@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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