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국 정몽구 회장에 의미있는 업무보고, 공식일정 곧 돌입
지난 30일 오후 김포공항. 정의선 현대차 기획ㆍ영업담당 부회장은 미국 일정을 마치고 돌아온 부친 정몽구 현대기아차그룹 회장을 마중 나간 자리에서 현대차에 업무에 관한 사항들을 보고했다. 양승석 현대차 글로벌영업본부장 사장이 회장과 함께하며 국내외 영업 상황 등에 대해 실시간 보고를 해온터였지만, 부회장 자격으로 제반 상황을 간략하게 전달하는 첫 브리핑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컸다. 정몽구 회장은 아들의 보고 내용에 만족스러운 반응을 보였다는 후문이다. 이날 정의선 부회장의 부친 대면은 남다른 의미를 부여할 수 있는 자리일 수 밖에 없었다. 그룹내 왠만한 중역들도 파악하지 못한 승진 인사를 단행한 직후 회사 제반 상황을 아들에게 맡기고 해외 생산기지를 둘러본 뒤였기 때문이다. 재계에서는 이번 정몽구 회장의 행보가 정 부회장의 그룹 리더로서의 싹을 테스트해 본 자리였을 가능성에도 무게를 두고 있다. 이런 가운데 정 부회장은 중장기적으로 지주회사 전환이 점쳐지는 현대모비스 부회장으로의 승진이 유력시되는 등 그룹 전반에 대한 입지를 크게 넓힐 것으로 보인다. 정 부회장도 부친의 이러한 의도를 염두에 두며 현대차 복귀 이후 일주일여동안 대외 행사 참석을 취소하고, 전 부서 실무책임자와 릴레이 마라톤 회의를 벌이며 업무 파악에 심혈을 기울였다. 실제로 정 부회장은 투싼ix 신차발표회를 비롯해 매년 빠지지 않았던 하계 신입사원 수련회에도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이에 대해 현대차 고위관계자는 "정 부회장이 부친을 닮아 평소 일찍 출근하지만, 지난주에는 외부일정을 모두 취소하고 하루같이 오전 6시 전후로 회사에 나왔다"며 "수시로 임원들을 불러냈던 만큼 부사장 이상 간부들 전원이 조기 출근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귀뜸했다. 정 부회장은 평소 일반 직원들과도 격의없이 지낼만큼 소탈하고 겸손한 성격으로 유명하다. 기아차 사장 당시에 재계 공식 행사에 기아차 모닝을 손수 운전하고 등장해 차기 경영자감으로서 좋은 평가를 얻기도 했다. 각종 신차 발표회장에서도 VIP를 맞는 행사장 입구가 아닌 행사장 안쪽에서 지인들과 인사를 나누는 정도였고, 심지어 VIP용 좌석에는 앉지도 않았다. 기아차 사장 당시에는 과거 직속 부서 직원들의 경조사를 일일이 챙기고, 가족과의 식사자리에도 주저없이 나서는 등 인간적인 면모도 남다르다는 평가다. 현대차 부회장으로의 승진 직후 보여주는 정중동 행보가 이와 무관치 않다는 지적이다. 그러나 정 부회장이 그룹내 큰 역할을 맡기 위한 행보를 공식화할 예정이다. 오는 9월 중순 독일에서 열리는 프랑크푸르트모터쇼를 통해 현대차 글로벌 실무 총책으로서 대외 행보를 시작할 것이라는 게 재계의 관측이다. 현대차 관계자는 "아직 확정된 바는 없지만, 영업담당 부회장 직을 맡고 있는 만큼 유럽에서 꼽히는 자동차 행사는 대외 인지도를 높일 수 있는 기회"라며 "그러나 현대차 체코공장 준공식 참석여부는 아직 확정된 바 없다"고 말했다.조태진 기자 tjjo@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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