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해운업계 '좌초 위기'..돌파구는

세계 경기가 회복 조짐을 보이고 있는 가운데 해운 경기는 여전히 부진의 늪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있다. 금융 위기에 따른 글로벌 무역 감소로 일본 3대 해운사가 일제히 적자전락이 예상되는 한편 독일 최대 해운사인 해팩 로이드(Hapag-Lloyd)는 경영난으로 긴급 자금수혈까지 받는 처지에 몰리는 등 업계의 위기는 당분간 지속될 것이라는 전망이다.27일(현지시간) 세계은행에 따르면 글로벌 무역의 97%를 차지하는 주요 65개국의 수출은 작년 9월만해도 전년 대비 20.2%가 증가할 정도로 호황을 누렸다. 하지만 금융 위기가 촉발된 직후인 11월에는 수출이 전년에 비해 17.3%나 감소한 데 이어 올 1월에는 그 2배에 가까운 32.6%나 침체됐다. 영국 경제전문지 이코노미스트는 세계 최대 수출항 가운데 하나인 우리나라 부산항의 컨테이너가 3만2000개나 비어있을 정도였다며 세계 무역 침체의 참담한 현실을 표현했다.또한 해운 물동량 수요를 가늠할 수 있는 지표인 건화물운임지수(BDI)는 작년 5월말 현재 1만1793의 사상 최고치에서 같은 해 12월초에는 사상 최저인 663으로 떨어져, 불과 6개월 사이에 극과 극을 오갔다.특히 해운 업계의 최대 고객인 자동차 업계가 금융 위기의 최대 희생자였던 만큼 그 타격은 과히 예상을 뛰어넘었다. 지금까지 흑자 전망을 유지해오던 닛폰유센과 가와사키 키센, 미쓰이 상선 등 일본의 3대 해운사가 이번 회계연도에 줄줄이 적자 신세를 면치 못하게 됐다. 이들은 당초의 흑자 전망을 접고 닛폰유센은 올해 회계연도에 50억엔(약 652억원), 가와사키 키센은 310억엔의 적자를 각각 기록할 것으로 전망치를 대폭 하향했다. 닛폰유센은 23년래, 가와사키 키센은 17년래 첫 적자여서 충격은 더하다. 미쓰이 상선은 적자는 겨우 면했지만 올 회계연도 순이익은 전년도 대비 76.4% 감소한 300억엔에 그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하지만 지난 1분기(4~6월) 이들 3사는 일제히 적자였다.한편 독일 최대 해운업체인 해팩 로이드는 2대주주인 여행업체 TUI와 함부르크 주(州) 정부로부터 총 3억유로(약 5300억원)의 자금을 현금으로 지원받았다. 해팩 로이드는 이것도 모자라 독일 국영개발은행인 KfW로부터 3억 유로의 자금을 지원받기 위해 타진 중이며, 추가로 7억 유로에 대해 독일 정부의 보증을 요청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금융 위기 여파로 아시아 제조업계의 수요가 급침체되면서 물동량이 2자릿대로 주저앉은 결과다.세계무역기구(WTO)는 올해 세계 무역 규모가 예전의 10분의1 가량으로 위축될 것으로 전망하면서도 지난 5월 무역 규모가 전년 동기의 3분의1 수준으로 회복됐다며 다소 긍정적인 입장도 배제하지 않고 있다. 하지만 런던 소재 드류 시핑 컨설턴츠의 마크 페이지 이사는 향후 몇 년간 해운 업계의 부진이 계속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는 "각국의 경기 회복 격차로 인해 수급갭은 2011~2012년에도 한층 더 벌어질 것"이라며 이같이 전망했다.배수경 기자 sue6870@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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