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광석 가격협상을 둘러싼 글로벌 철강업체들과 중국 간의 긴장이 고조되고 있는 가운데 철광석 가격 결정에 관한 새로운 벤치마크(기준가격) 제도가 이르면 올해 연말부터 시행될 전망이다. 20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익명을 요구한 업계 관계자들의 말을 인용해 글로벌 철강업체들이 철광석 공급 가격에 관련된 새로운 기준을 세우고 있다고 보도했다. 현재 철광석 가격은 연간 단위로 결정되는 데 반해 업체들이 작성한 초안은 분기별로 철광석 공급 가격을 결정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철광석의 잦은 가격 변동성을 고려한 것이다. 새로운 가격제도가 시행될 경우 철광석 업체들은 분기별로 가격 협상을 진행하면서 시장의 수요와 공급 변화를 좀 더 충실하게 반영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현재 철광석 공급 가격 협상은 메이저 철강업체의 협상단 주도로 1년에 한 번 진행되며 나머지 철강업체들은 여기에서 나온 결론을 따르는 식으로 이루어진다. 협상 기한이 지나면 철광석 가격은 시장 가격에 의해 결정되는 것이 관례다. 협상 과정이 불투명하다는 지적이 끊임없이 제기돼 왔고, 최근 호주 광산업체 리오틴토의 직원이 뇌물제공과 국가기밀유출 혐의로 중국에 억류되면서 논란은 본격화됐다. 중국 측은 리오틴토 직원이 철광석 가격 협상 도중 중국 철강업자들에게 뇌물을 주고 국가 기밀 정보를 빼낸 혐의를 두고 있다. 반면 리오틴토를 비롯한 글로벌 철광석 업계는 이번 사태가 철광석 가격 협상을 유리하게 전개하기 위한 중국 측의 속셈이라는 주장이다. 리오틴토의 샘 월쉬 철광석 부문 대표는 “리오틴토는 스파이 혐의와 관련된 중국 언론의 보도가 완전히 근거 없는 것이라고 생각한다”며 “현재 상하이에 억류된 4명의 직원에 대해 크게 우려 한다”고 밝혔다. 철광석 가격 협상 제도의 변화는 1년 이상 논의돼 왔는데 최근 중국을 달랠 필요가 커진 리오틴토 측의 경영진이 이를 재촉하면서 논의가 급진전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알루미늄이나 구리 등 기타 금속들과는 달리 철광석은 런던 금속거래소에서 거래되지 않아 기준이 여전히 불투명하다는 지적도 잇따르고 있다. 또 호주, 인도, 브라질, 아프리카 등 중국 외에도 철광석을 대규모로 수입하는 국가들이 많아 의견일치가 쉽지 않을 전망이다. 한편, 금융위기 이전까지 글로벌 철강업체들의 가격 협상력은 매해 커졌지만 경기침체가 장기화되면서 이들 업체들은 가격 하락 압력에 시달리고 있다. 한국과 일본, 대만은 철강업체들과 33% 가격 인하에 합의했고, 중국 철강협회는 45% 가격 인하를 요구했으나 사실상 33% 인하에 합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강미현 기자 grobe@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국제경제부 강미현 기자 grobe@asiae.co.krⓒ 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
무단전재, 복사, 배포 등을 금지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