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정규직' 사전대비, '해고대란'은 비켜갔다

지경부 산하 공기업들의 대응

6월 임시국회가 열린지 일주일이 지난 6일 국회 외교통상통일위원회 전체회의는 민주당 의원들이 불참한 가운데 한나라당 일부 의원들만 참석해 열리고 있다. 윤동주 기자 doso7@asiae.co.kr

비정규직법 개정 논란이 꼬일대로 꼬이면서 보훈병원을 비롯한 주택공사, 토지공사 등을 시작으로 한 공공기관의 비정규직 해고가 늘고 있다. 일용직과 기능직은 물론 소위 엘리트로 불리는 박사급 연구원들도 줄줄이 해고되며 공기업발(發) 고용불안이 가시화되고 있다. 이에 비해 2007년에 한차례 태풍을 스쳐간 지식경제부 산하 주요 공기업들은 정중동의 모습을 모이고 있다. 2007년 비정규직법 도입을 전후해 비정규직을 해고하거나 정규직 전환을 마친 '전과'가 있다. 이들은 "당시의 경험을 바탕으로 2년 이상 근무시 정규직 전환 혹은 계약해지 등을 사규로 정하거나 아예 3개월 단위로 계약을 갱신하면서 비정규직법에 자연스럽게 대응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현실적으로 정규직 전환이 불가(不可)하니 문제의 소지를 원천에 차단해버린 것이다.한국전력은 2007년에 정부 지시를 통해 2년 이상 근무하던 475명을 정규직으로 전환했다. 이후 비정규직과 관련된 자체 규정을 두어 최대한 1년 이상만 고용계약을 유지하고 있다. 6월말 현재 비정규직은 230여명 정도.전국의 사업소별로 1년 미만 기간을 통해 계약직을 채용하고 있다.1년 이상일 경우는 본사에서 체크하지만 불가피한 경우를 제외하면 계약을 승인하지 않는다. 따라서 현재 정규직 전환 대상자가 사실상 없는 상태다. 전력연구원의 박사급도 비정규직인데 이들은 법상 예외로 2년 이상 3년까지 계약할 수 있다. 다만 비정규직이라고 임금과 복지에서 큰 차별을 두지 않는다. 한국수력원자력은 2007년 법 시행에 맞춰 정규직으로 전환했고 현재 계약직 인력은 20명이 채 안된다. 회사측은 무기계약직으로 고용하고 있다.한국가스공사도 2007년에 비정규직 95명을 무기계약직으로 전환했다. 한국석유공사는 2007년 말에 40여명에 이어 연초에도 7명을 정규직으로 전환했다. 광물자원공사의 경우 현재 43명 정도의 비정규직인력이 있다. 정원을 늘리지 못해 3개월 단위 혹은 1년 미만으로 계약한다. 다만 2년 이상의 대규모 프로젝트에 필요한 인력은 정규직으로 전환할 방침이다. 지난해 5명 올해 2명이 대상자다. 정규직보다 많은 비정규직을 두고 있는 한전KDN의 경우 지난해 일부 인력을 해고하거나 계약형태를 바꾸었다. 정규직 전환은 거의 없다. 이 회사는 현재 정원은 1250여명이나 비정규직은 2000여명에 이른다. 업무에 따라 일용직부터 1개월,3개월, 1년 단위로 계약하고 2년 이상은 없다. 회사 관계자는 "정부가 정한 정원을 정규직으로 꽉 채운 상태에서 비정규직을 정규직으로 전환한다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에 가까운 일"이라고 말했다. 다른 공기업 관계자도 "비정규직을 무기계약직으로 전환하는 것도 지적을 받고 있으나 이 역시 인력관리측면에서는 정원에 포함돼 무기계약직 전환도 어렵다"고 말했다. 에너지관리공단의 경우 청소, 경비 등 인력파견업체의 용역업무를 제외하고는 비정규직은 거의 없다.이런 대응은 공기업의 정규직 전환비율을 낮추게 했다. 민주노동당 홍의덕 의원실에 따르면 2007년 중앙행정기관ㆍ지방자치단체ㆍ교육기관 등에서 정규직 전환 대상자 71861명 중 2832명(3.94%)을 제외한 6만9029명이 정규직이 됐다. 이명박 정부가 출범한 2008년 중에는 목표치 1만6950명 중 1만4961명이 정규직으로 전환됐다. 정규직 미전환율이 11.73%로, 전년보다 3배가량 늘어났다. 이 때문에 노동계와 시민사회단체가 공기업의 비정규직 전환을 거세게 요구하고, 해고를 비판하고 있으나 공기업 스스로의 변화를 기대하기는 어렵다. 한 공기업 관계자는 "비정규직을 정규직으로 전환하면 정원을 늘려야 하는데 기존 정원도 10% 이상 감축해온 마당에 전원 정규직화는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설명했다. 정규직 중심의 공기업 노조조차 속을 끓이고 있다.정부가 인력, 예산 등을 10%이상 절감을 주문하는 가운데 정원을 초과하면서까지 비정규직의 정규직화를 주장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한 노조의 한 간부는 "노조는 조합원인 노동자의 생존을 위해 투쟁해야 하지만 비정규직을 위해 투쟁을 앞장서려다가는 정규직 노조원들의 불만을 사기가 뻔하다"면서 "도리어 임금 삭감과 반납, 무리한 인력감축 등을 상대로 투쟁하라는 요구가 높다"고 전했다. 한 공기업 인사팀장은 "2년은 너무 짧다. 3년 이상은 돼야 한다"면서도 "사실은 이런 법 자체를 만들지 말았어야 하며 기간도 무기한으로 해야 된다"고 말했다. 이경호 기자 gungho@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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