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중국의 공격적인 해외기업 인수 행보가 지난 1980년대 일본의 무분별한 미국 자산 인수와 여러모로 흡사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이에 따라 당시 실패로 돌아갔던 일본의 해외자산 사들이기가 중국에서 다시 재연될지 관심을 끌고 있다.하지만 세부 내용을 뜯어보면 차이점이 적지 않고 무엇보다 환율변화 등 주변 여건이 달라 해외자산 인수가 실패로 돌아가더라도 중국이 일본처럼 충격에 빠질 가능성이 높지 않다는 분석이 우세하다.중국의 업종을 가리지 않는 해외기업 인수는 잡식성이자 문어발식 M&A로 통한다. 철광석ㆍ원유 등 원자재 기업에서부터 자동차ㆍ유통기업에 이어 패션브랜드마저 넘보고 있다.중국은 최근 안산(鞍山)철강이 호주 철강업체 진달비메탈 인수에 성공했으며, 가전양판점 쑤닝(蘇寧)도 일본 기업을 인수하는데 성공했다. 정유업체 시노펙(中石化)은 스위스의 원유탐사업체 아닥스를 인수했고 페트로차이나(中石油)도 싱가포르 페트롤리엄을 사들였다. 광둥성의 젠셩(健升)무역이라는 업체는 프랑스의 세계적인 패션브랜드 피에르가르뎅의 주요 사업부문을 인수하려 하고 있고 다른 의류업체들도 단체로 이탈리아에 머물며 매물을 찾고 있다.중국은 허머 및 볼보자동차 인수전에서도 가장 유리한 고지를 점했다. 오펠 자동차 인수도 포기하지 않고 막판 접촉을 시도하고 있다. 호주 철광석업체 리오틴토 인수에 실패했던 중국알루미늄공사(차이날코)는 영국의 앵글로 아메리칸으로부터 투자제의를 받았다.얼마전 이라크 최대 유전 사업권을 따낸 중국 석유천연가스집단공사(CNPC)는 아르헨티나 최대 에너지기업인 렙솔-YPF를 손아귀에 넣으려고 하고 있다. 중국투자공사(CIC) 등 국부펀드를 비롯한 기타 투자자들도 뭉칫돈을 싸들고 전세계 기업 인수에 눈독을 들이고 있다. 이달부터는 중국 자본의 대만 시장 진출도 허용됐다.이처럼 중국 기업들의 해외인수가 급증하자 부작용을 우려한 중국 당국은 M&A 계약 체결 이전 감독당국에 신고하도록 하는 등 감독 기능을 강화할 정도다. 중국 상무부는 중국의 M&A 가운데 70%가 실패한 것으로 나타났다며 무분별한 인수에 제동을 걸겠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1980년대 당시 일본기업들의 M&A 바람도 지금의 중국 못지 않게 대단했다. 당시 막대한 대미 무역흑자를 기록하던 일본은 여유자금을 들고 미국 자산 매입에 주력해 미국의 상징이라 불리던 엠파이어스테이트빌딩ㆍ록펠러그룹 부동산건물과 컬럼비아영화사ㆍ캘리포니아주 연방은행 등을 마구 사들였다. 미국의 골프장과 방송국마저 속속 일본인 손으로 넘어갔다. 1985~1990년 사이에 500억엔 이상의 대형 M&A가 21차례나 됐다. 미국인들은 이를 두고 '제2의 진주만 습격'이라고 불렀다. "일본이 곧 자유의 여신상마저 사들일 것"이라는 말마저 나오며 초조감을 감추지 못할 정도였다.일본기업의 미국 자산 인수가 틀어지기 시작한 것은 1985년 플라자합의에서부터다. 이후 달러당 265엔 하던 엔화는 3년만에 무려 120엔까지 폭등했고 일본이 인수한 미국 자산 가치가 폭락하는 결과를 낳았다. 설상가상 엔고로 수출경쟁력을 상실한 일본 경제의 거품이 꺼지자 일본 자산가들은 손실을 감수하고 미국 자산을 다시 매물로 내놓아야 했다. 1989년 일본기업 미쓰비시는 14억달러로 록팰러그룹 빌딩 14채를 인수했다가 7년뒤 반값에 팔았다.주인기 연세대 경영학과 교수는 "회계학적 관점에서 볼 때 일본의 실패 원인은 매수가격을 과다하게 매겼다는 점과 부실채권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했다는 점을 들 수 있다"고 평가한 바 있다.엔화 강세를 무기로 미국 부동산 가치를 제대로 평가하지 않은 채 너무 비싸게 사들인 일본이 당시 최대 부동산 거품 경기를 맞은 미국의 부실 폭탄을 넘겨받은 측면도 있다는 지적이다.중국은 일본과 달리 가격 거품이 빠진 기업을 인수한다는 점에서 고가매입 논란에서 자유로울 수 있지만 부실채권이라는 숨은 복병을 경계해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M&A 성공 여부는 인수 기업의 노력 여하에 달려있지만 기업 입장에선 인수 뒤 자산가치 하락을 가져오는 위안화 평가절상 조치와 같은 외부환경 변화에도 민감할 수 밖에 없다. 미국을 비롯한 국제통화기금(IMF)은 중국의 위안화가 저평가돼있다고 불만을 제기하고 있다.김동환 베이징특파원 donkim@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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