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서울인] 노인 간병하는 요양사 양혜자 씨

"둘째냐?" "아니에요, 할머니. 손님이세요" 침대에 누워 기자를 바라보던 정 모(88세)할머니는 실망한 눈빛으로 벽을 향해 돌아누웠다. 24일 찾아간 서울특별시 영등포구 대림1동의 서울성모원 노인요양공동생활가정에서는 직원 5명이 거동이 어려운 노인 9명을 돌보고 있었다. 정부가 1년째 시행하고 있는 노인장기요양보험을 통해 요양을 서비스를 하는 곳이다.
요양사 양혜자씨(여ㆍ54세)는 이곳 서울성모원에 출근하고 있다. 하루 24시간 근무, 2교대의 쉽지 않은 근무형태다. 하루종일 침대에서만 생활할 수밖에 없는 노인들의 수발을 들어야 한다. 양 씨는 "간혹 '똥ㆍ오줌을 어떻게 받나? 내 부모라도 못한다'고 말하는 사람도 있긴 하지만 봉사하는 마음으로 한다"고 말했다. "요새는 (편하게 노인분들께)'응아'하세요 그런다"며 깔깔 웃었다. 성모원에 있는 노인들은 정상 생활을 할 수가 없다. 밥을 떠먹이면 씹지 않고, 물을 주면 입에 머금고만 있다. 밥과 물이 입안에 들어있다는 것을 잊었기 때문이다. 그럴 때는 옆에서 '꿀꺽' '꿀꺽' 소리를 내며 얘기를 해야한다. 양 씨는 "그런데도 자식들이 오면 신기하게도 알아본다"고 말했다. 연고자가 없는 노인들도 3명 있다. 올해 100살인 배 모 할머니가 그런 경우다. 수녀들이 행정절차를 밟아 이곳에서 생활할 수 있도록 도움을 줬다. 배 할머니는 '나의 살던 고향은'하면서 시작하는 '고향의 봄 '을 좋아한다. 요양사들이 노래를 불러주면 "그 때가 좋았지"하고 맞장구친다. 양 씨는 힘든 일에 어떻게 적응했냐는 물음에 "10년전에 돌아가신 시어머니가 중풍으로 3년 누워 있었다"면서 "그 때 했던 게 바탕이 된 듯하다"고 말했다. 그는 가족들도 보살피기 힘든 노인들을 전문 요양사들이 돌보면서 짐을 덜 수 있는 "노인장기요양보험제도가 더 활성화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양 씨는 그러면서 조심스럽게 "노인들에 대한 등급판정이 개선됐으면 좋겠다"고 지적했다. 1급 5명, 2급 2명, 3급 1명이었던 이 곳 거주 노인들의 등급이 다음달 1일부터 1급 3명, 2급 3명, 3급 3명으로 변경되면서 지원이 줄었기 때문이다. 박현준 기자 hjunpark@asiae.co.kr <ⓒ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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