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도화되는 기관의 투자기법…'지수는 무의미'

지수대에 의한 매매 전략은 점차 퇴보…오를만한 종목은 언제든 산다

외국인과 기관의 코스닥 시장에 대한 시각을 알 수 없는 장이 지속되고 있다. 오전들어 순매수하는가 싶으면 오후들어 '팔자'로 돌아서기 일쑤다. 예전처럼 코스닥 지수가 일정 지수 밑으로 내려가면 저가 매수에 나서고 연고점 부근에 다다르면 팔고 하는 식의 단순 매매 전략에서 진화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특히 최근 들어 코스닥 시장에서 나름 선방하고 있는 기관의 매매기법이 날로 발전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26일 외국인과 기관의 '갈대식 매매'에 개인들은 당혹스런 모습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하지만 이는 겉으로 드러나는 숫자만으로 봤을 때 외국인이나 기관이 매수와 매도 사이에서 갈피를 못잡는 것 같을 뿐 속내는 다르다. 일부 외국인과 기관 사이에서 코스닥 종목에 대한 시각이 바뀌고 있기 때문에 벌어지는 현상이다. 즉 시총 규모가 작더라도 호재가 있다면 위험이 다소 높더라도 베팅하는 기관 투자자들이 늘고 있다는 설명이다. 이날 장에서도 표면적으로 봤을 때는 외국인과 기관의 매매 양상을 이해하기 힘들다. 개인의 순매수에 지수가 상승세를 보이다가 외국인의 매도세가 강화되면서 상승폭이 줄었다. 1시간여 만에 기관이 순매수에 나서며 지수는 다시 상승폭을 키워나가는 듯 했으나 이번엔 개인이 매수세를 축소하고 있다. 전날 외국인은 미국의 연방공개시장위원회가 출구 정책으로 돌아서지 않을 것임을 확인한 이후 코스닥 시장에서 68억원 순매수에 나서며 지수를 끌어올렸다. 불확실성이 해소된 만큼 지난 3~4월과 같이 외국인들이 본격적으로 코스닥 시장에 돌아올 것이라는 기대감이 높았다. 하지만 외국인은 하루만에 매도세로 돌아섰다. 속내를 이해하기 힘든 대목이다. 기관 역시 전날 장 막판 순매수로 돌아서며 일봉상 5일 이동평균선을 뚫고 올라가는데 일조했다. 하루가 지나고 미국 증시도 급등한 상황에서 기관은 다시 '팔자'를 외쳐 투자자들을 어리둥절케 하더니 1시간여 만에 다시 '사자'를 외쳤다. 그러고는 다시 순매도로 돌아섰다.

◇투자자별 매매 동향. 기관은 장 초반 매도 우위를 보이다 장중 한때 순매수로 돌아섰다가 금새 순매도로 가닥을 잡았다.

기관은 이처럼 코스닥 시장에서 연일 순매도를 기록하다가도 때때로 장중 순매수로 돌아서곤 한다. 시가총액 상위주에 대해서는 연일 팔고 있지만 시총 1000억원 안팎의 종목 가운데 유망종목은 열심히 사들이고 있다. 또 IT와 관련된 종목들 역시 약세장에서도 열심히 쓸어담고 있다. 기관 관심 종목 중에는 증권사 보고서가 발간되지 않았거나 발간되더라도 투자의견이 명시되지 않은 종목들도 있다. 리스크를 떠안은 채 투자를 감행하는 것 처럼 보이기도 하지만 결과적으로 주가는 상승 곡선을 그리고 있는 경우가 많다. 도 이달들어 기관이 순매수 하고 있는 상위 종목 가운데 하나다. 보고서는 몇차례 발간됐으나 시가총액이 1205억원에 불과해 투자의견은 제시되지 않았다. 하지만 기관은 이달들어 53억원 이상 매수에 나섰고 평균 매수가 기준 수익이 나고 있는 상태다. 모 펀드매니저는 "약세장에서 중소형주를 팔고 대형주로 대응하곤 했는데 최근 들어 일부 매니저들 사이에서 대형주를 팔고 중소형주로 수익을 높이려는 움직임이 많다"고 말했다. 이전에는 너무 가벼운 종목은 주가를 예측하기 어려워 기관이나 외국인은 거들떠 보지 않았다. 50% 수익을 내려다 10% 손해를 보는 것은 펀드 매니저에게는 경력 관리 차원에서 바람직하지 않다고 여겨졌기 때문이다. 안정적인 종목을 선택해 지수 대비 수익률이 높으면 인정받을 수 있기 때문. 하지만 이제는 돈이 되는 곳에 돈이 몰린다. 개인 펀드 투자 열풍이 식으면서 연기금을 비롯한 기관의 자금 또는 거액의 자산가들의 자금을 운용하지 못하고는 펀드매니저들이 살아남기 힘든 환경이 심화되고 있는 것. 이들은 개인 처럼 단순 증권사 또는 운용사의 이름만으로 자금을 맡기지 않고 운용하는 매니저의 능력에 지대한 관심을 보이곤한다. 시장 수익률과 비슷한 수익을 내는 펀드 매니저들에게 자금을 맡길리가 만무한 것. 때문에 펀드매니저들은 증권사 애널리스트가 발간하는 보고서에만 의존하지 않고 다양한 정보 채널을 이용한다. 직접 상장사 대표를 만나보기도 하고 수급의 흐름과 M&A 이슈, 대규모 계약 체결 가능성 등 주가가 움직일만한 모든 사항을 체크한다. 때문에 시총이 1000억원 미만의 종목에 대해서도 과감히 베팅할 수 있다. 이 때문에 기관 투자가 중에 일부는 삼천리자전거와 같이 도저히 밸류에이션으로 설명할 수 없는 종목도 사들일 수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결과적으로 이제 전체 지수는 기관 투자가들에게 있어 의미가 축소될 전망이다. 지수가 급락하더라도 오르는 종목은 있기 마련이고 지수가 급등해도 떨어지는 종목은 있다. 지수가 급락한다고 자신의 자산이 감소를 용인할 사람은 아무도 없다. 지수와 관계 없이 개별 종목장으로 갈 수 밖에 없는 이유다. 박형수 기자 parkhs@asiae.co.kr <ⓒ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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