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대 자동차 메이커인 도요타의 창업주 고(故) 도요다 사키치(豊田佐吉)의 손자 도요다 아키오(豊田章男)가 23일 사장이자 최고경영책임자(CEO)에 취임했다. 도요타의 백년대계가 14년 만에 다시 창업주 일가의 손으로 넘어간 것이다.
이날 도요타는 주주총회 후 가진 이사회에서 아키오의 사장 취임과 함께 대대적인 조직 개편을 정식으로 결정했다.
24일 일본 언론에 따르면 아키오는 지난 1월 사장 내정 당시부터 누차 강조해온 '현장제일주의' 위주의 개편을 단행했다. 기존에 4개였던 해외 영업지역을 5개로 세분화하고 각 지역 담당을 부사장에게 일임했다. 이에 따라 초대 프리우스 개발 책임자였던 우치야마 다케시 부사장은 상품 기획과 기술 부문을 통괄하게 되고, 나머지 4명의 부사장은 중국, 호주·아시아, 중동·중남미·아프리카, 북미, 유럽 등을 맡게 된다. 또한 일본 국내 영업도 기존에는 '도요타' '렉서스' 등 브랜드 별로 담당을 두었지만 앞으로는 긴키, 간토 등 지역별로 나눠 전무·상무 등 임원진에게 전담시키기로 했다.
한편 전임 사장인 와타나베 가쓰아키(渡邊捷昭)는 부회장에, 조 후지오(張富士夫) 회장은 회사에 남아 아키오 신임 사장을 보필하도록 했다. 사실 와타나베에겐 이번 인사가 굴욕적일 수밖에 없다. 관계자에 따르면 아키오가 사장에 내정된 직후인 지난 2월, 아키오의 부친인 도요다 쇼이치로(豊田章一郞) 명예회장이 고위직 400명을 불러모은 공개석상에서 와타나베에 거센 질타를 가했다. 제너럴 모터스(GM)와 크라이슬러 흉내를 내다 대규모 적자를 내고, 고급 승용차와 트럭 중독에 걸려 고객들이 절약을 필요로 한다는 사실을 잊었다는 이유에서였다. 평소 온화하기로 자자한 쇼이치로 명예회장까지 나섰던 걸 보면 창업주가 지금까지 고생해서 일궈온 도요타를 위기로 몰고 간 데 대한 불만이 한꺼번에 터져나왔다는 설명이다.
23일 와타나베 사장은 "회사에 걱정을 끼쳐 죄송하다"며 진사한 것으로 알려졌다. 아키오 신임 사장은 25일 공식 기자회견을 갖고 앞으로의 포부를 밝힐 예정이다.
시장에선 아키오 신임 사장의 향후 행보에 지대한 관심이 쏠리고 있다. 애널리스트들은 도요타가 고급차 의존도를 낮추고 저렴한 자동차론으로 사업을 다각화해야 할 것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스위스캔토 자산운용의 펀드매니저 크리스찬 탁쿠시는 "도요타는 톱에 오르기 위해 과잉 설비 투자해 그 대가를 치르고 있다"며 "아키오 체제 이후에도 급격한 반전을 기대하긴 어려울 것"이라고 내다봤다. 반면 자동차 업계 애널리스트인 마리안 켈러는 "아키오는 전투적인 인물로 시장을 읽는 능력이 있다"며 "고객의 필요에 맞는 저렴한 차를 내놓는다면 고객도 따라와 줄 것"이라고 말했다.
배수경 기자 sue6870@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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