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일 세브란스병원에서 존엄사를 맞이한 김 모 할머니(77세)의 가족들이 "참담함과 분노를 느낀다"는 심경을 토로했다. 지난 16개월 소송과정 동안 느껴온 병원측에 대한 거센 반감도 숨기지 않았다.
가족측 대표인 맏사위 심 모 씨가 변호인을 통해 23일 오후 기자들에게 배포한 '장모님의 소천하심에 즈음하여"란 제목의 입장문은 "16개월 전 웃으며 병원을 들어오신 장모님이 시신으로 장례식장을 향한다는 것에 참담함과 분노를 느낀다"로 시작했다.
심 씨는 그러나 "극심한 고통에서 벗어나 영원한 안식처인 아버지의 집으로 가는 장모님은 오늘이 기쁘고 즐거운 날일 것"이라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세상에서 다시 뵙지 못한다는 슬픔은 말로 표현할 수 없을 정도로 크다"고 했다.
그는 또 거대한 조직의 횡포에 성심으로 동행해 준 변호인에게 감사하다는 뜻을 전하며 "의료행위도 상호간 계약에 의한 대가성 서비스라 한다면..(중략)..평등하고 합리성을 담보해야만 한다"고 밝혔다.
이어 "잘못된 관행에 의한 불의와 부당함이 적법인 양 휘두르는 일방적 횡포나 가진 자의 자만에 의한 부정한 힘의 남용이 이제는 사회에서 사라지길 간절히 바란다"고 했다.
김 할머니가 식물인간이 된 이유가 의료과실 때문이냐 아니냐를 두고 병원측과 의견차가 심했음을 드러낸 말로 들린다. 아울러 연명치료 중단을 원하는 가족들의 의사에 반해 대법원까지 소송을 끌고 간 병원측의 결정도 분노를 샀을 것으로 보인다.
가족측은 이 문제를 두고 병원을 상대로 업무상과실치상 혐의로 형사 고발한 상태다.
심 씨는 또 "앞으로 사회적으로 발전적이고 합리적인 의료서비스와 법적보완들이 강구돼, 이번 희생이 의미있게 됐으면 하는 마음 간절하다"고 덧붙였다.
한편 세브란스병원과 김 할머니 가족측은 김 할머니가 공식적으로 사망선고를 받은 후, 세브란스병원에서 공식 입장을 밝히는 기자회견을 열 예정이다.
신범수 기자 answer@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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