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시전망] 좌고우면의 함정

이리저리 흔들리지 말아야 심리전에서 이길 수 있어

지난 주말 한 예능프로그램에서 눈에 띈 것이 있었다. 바로 묵찌빠의 비결이다. 자칭 '묵찌빠의 달인'인 한 스태프가 누구에게나 묵찌빠를 이기는 비법을 알고 있었던 것. 결과적으로는 묵찌빠의 달인이 게임에서 지는 굴욕을 당하긴 했지만 그가 내놓은 묵찌빠의 비밀은 꽤 그럴 듯 했다. 가장 기본이 되는 것이 바로 심리전에서 이기는 것이다. 상대방이 무엇을 내든지 상관없이 자신의 머릿속으로 '뭐가 나오면 이것을 낸다'라는 공식을 정해놓고 그대로 행하는 것이다. 상대방이 '묵' '보' 등을 외침에 따라 애초에 생각했던 것과는 다르게 상대편의 말에 따라가게 되면 결국 게임에서 지게 된다. 주식시장도 언뜻 보면 운이 좋으면 수익을 얻고 운이 나쁘면 손해를 보는 것 같지만, 사실 심리전에서만 잘 이겨낸다면 수익은 보장돼있다. 주식시장에서의 심리전 역시 묵찌빠와 같이 상대편의 말에 휘둘리지 않고 애초의 내 마음을 굳히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최근과 같은 시장에서는 더욱 그렇다. 전날 주식시장에서는 호재와 악재가 동시에 터져나왔지만, 투자자들은 일단 악재에 주목했다. 지난 새벽 뉴욕증시가 2.3%의 약세를 보인 것에 결정적인 역할을 한 것은 바로 세계은행(WB)의 경제성장률 하향 조정이다. 당초 마이너스(-)1.7%에서 (-)2.9%로 크게 낮췄으니 투자심리가 위축되는 것도 이해가 된다. 하지만 좀 더 들여다보면 그리 나쁜 상황은 아니다. 최근 증시에서 가장 큰 악재 중 하나는 바로 출구전략에 대한 우려감이었다. 출구전략이란 향후 인플레이션이 심각해지기 이전에 각국 정부와 중앙은행이 경기 부양책 규모를 축소하고 통화정책 방향을 바꿔야 한다는 것이다. 최근 열린 주요 8개국(G8) 재무장관 회담과 유럽연합(EU) 정상회담 등에서도 이에 대한 논의가 진행된 만큼 이것이 증시의 불안요인으로 작용해왔다. 하지만 WB는 "아직 출구전략을 전적으로 논의하기에는 이르다고 본다"고 밝혀 불안감을 해소시켜줬을 뿐 아니라 오히려 FOMC 회의에서 추가적인 경기부양안이 발표될 가능성도 조심스레 제기되고 있다. 특히 우리나라의 경우 더욱 호재로 받아들일만 하다. WB는 한국경제에 대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중 가장 빠른 회복을 보일 것이라며, 한국경제는 이미 회복국면에 접어들었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올해는 (-)3 ~(-)3.5%의 성장률을 기록한다 해도 내년에는 2%, 2011년에는 4~5%의 성장률을 기록할 수 있다는 긍정적인 평가를 내놓았다. OECD 역시 24일 발표 예정인 새로운 경제 전망에서 기존보다 악화된 전망을 내놓지는 않을 것이라고 밝혀, 상향조정에 대한 기대감도 안게 했다. 결국 WB가 세계 경제성장률을 하향조정했다는 악재는 분명했지만, 그 이면에 숨어있는 호재가 더 많았다는 점을 상기할 때 그리 상심할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국내증시의 경우 우리만의 호재도 분명했다. 전날 주식시장에서 코스피 지수는 손만 뻗으면 1400선에 닿을만큼 강한 상승세를 보였다. 외국인이 매수세를 유지했지만, 기관 역시 매수세로 돌아선 것이 한 몫했다. 기관의 경우 8거래일만에 매수세로 돌아선 것이었다. 기관의 돌연 매수세에 대해 여러가지 해석이 나오고 있지만, 윈도드레싱이라는 의견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6월말을 맞이해 기관들이 수익률을 조정하는 윈도드레싱에 나섰는지 여부는 차치하더라도, 월말효과에 대한 기대감이 더욱 커진 것은 사실이다. 외국인이 선물 시장에서 3000계약 가까이를 순매수했다는 점도 주목할 만 하다. 그간 지수를 방해했던 것이 프로그램 매물이었고, 이것을 유도해낸 직접적인 원인이 바로 외국인의 선물 매도에 있었던 점을 감안하면 외국인의 강한 선물매수는 프로그램 매물이 거의 끝이 나고 있다는 뜻으로도 해석할 수 있다. 외국인의 선물 매수로 인해 베이시스(현선물간 가격차)가 개선되고, 베이시스 개선은 프로그램 매수세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특히 프로그램 매매에서 비차익거래가 이틀 연속 매수우위를 기록했다는 점도 긍정적이다.
국내 주식시장에 한동안 자리를 비웠던 주도주가 다시 등장했다는 점도 간과할 수 없다. 전날 삼성전자는 2% 이상의 강세를 보이며 주식시장을 이끌었고, 여타 IT주 역시 눈에 띄는 강세를 보이며 시장을 주도해갔다. 주도주가 등장한 만큼 한 방향으로 강하게 움직일 수 있고, 이들 종목이 2분기 실적에 대한 기대감으로 강세를 보이고 있으니 실적 발표 이전까지 당분간 상승기조가 이어질 가능성도 높다. 앞에서 거론했듯이 곰곰이 따지고 보면 시장에는 호재도 많고 악재도 많다. 여전히 시장이 어지러운 만큼 길을 가다보면 악재가 여기저기서 튀어나오는 것은 당연하지만 그때마다 좌고우면한다면 예상보다 훨씬 늦게 목적지에 도착하게 된다. 나의 생각과 다른 타인의 목소리에 집착한다면 심리게임에서 지는 것이다. 김지은 기자 jekim@asiae.co.kr <ⓒ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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