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발 금융 위기로 유명무실해졌던 브릭스(BRICs)의 '디커플링'이 재부상했다.
지난 해 9월 리먼 브러더스의 파산을 시작으로 불어 닥친 금융 위기로 모든 금융 시장이 초토화하면서 '디커플링'은 애널리스트들 사이에서 사라진지 오래다. 하지만 중국의 무서운 성장세를 배경으로 지난 2001년 '브릭스'라는 신조어를 만들어낸 골드만삭스의 짐 오닐 수석 이코노미스트를 포함한 애널리스트 사이에 탈동조화론이 고개를 든 것.
12일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오닐은 "디커플링은 상당히 진행되고 있다"면서 "투자자들은 신흥국의 경제 성장이 선진국을 능가할 것으로 판단해 자산을 신흥시장으로 옮겨가고 있다는 것이 그 방증"이라고 설명했다. 오닐은 특히 중국의 움직임에 주목했다. 그는 "중국이 수출 의존도를 낮추고 내수 진작에 주력하기 시작했다"며 "이를 통해 중국이 전 세계 불황 탈출 주도할 것"이라고 관측했다.
바클레이스 캐피털의 팀 본드 자산투자책임자도 오닐의 의견에 동의했다. 본드 역시 "중국은 확실히 독립적으로 성장할 능력이 충분하다"며 "세계화 시대에 완벽한 디커플링은 있을 수 없지만 신흥국들은 선진국과 동조하고 있지 않다"고 전했다.
세계 경제 성장을 주도해온 미국 못지 않게 심각한 타격을 입은 중국이 불황에서 벗어나기 위해 대규모 인프라 구축 위주의 경기부양책을 발표하면서 특히 원자재 시장에서 신흥시장에 대한 낙관론이 급부상하고 있다. 이는 자원부국인 신흥시장 가운데서 그만큼 중국의 영향력이 막대하다는 것을 의미한다.
도이체방크의 달링크 아리부르누 글로벌 신흥시장 책임자는 "신흥시장이 상품가 급등에 따른 불균형으로 이득을 챙긴다는 것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라며 "상품 관련 기업들은 수익의 50% 가까이를 신흥시장에서 얻고 있다"고 덧붙였다.
정보제공업체인 EPFR글로벌에 따르면 중국이 4조위안 규모의 경기부양책을 발표한 이후 신흥시장 주식형 펀드에는 105억 달러의 자금이 유입됐다. 반면 선진국 펀드에서는 467억달러의 자금이 빠져나갔다. 또한 작년 11월 10일 이후 FTSE의 전세계 신흥지수는 37.2%가 상승한 반면 선진지수는 5.5% 오르는데 그쳤고, 지난 3월 1일 이후 신흥시장은 시장수익률을 61%나 웃돌았지만 선진지수는 32.1%만 증가했다.
이와 함께 신흥시장 통화 역시 강세를 이어가고 있다. 지난해 11월 10일 이후 남아공의 랜드화 가치는 달러화에 대해 25.3% 치솟았고, 브라질 헤알화는 11.4% 급등했다. 인도네시아의 루피화는 10.2%나 뛰었다.
그러나 FT는 이처럼 잘나가는 신흥시장이 있는 반면에 관심이 높았던 브릭스 국가 중 러시아만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일부 이코노미스트들은 러시아가 원유 수출 의존도가 높았던 만큼 유가 하락으로 인해 올해 경제성장률이 6% 후퇴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이는 수출 의존도가 높은 신흥국 경제에 대한 우려를 시사하는 것이다. 대표적 수출국인 싱가포르의 국내총생산(GDP)에서 수출이 차지하는 비중은 234%, 홍콩은 169%다.
뱅크오브아메리카(BoA) 메릴린치의 수석 글로벌 증시 투자전략가인 마이클 하트넷은 "무역은 디커플링에 대해 가장 설득력 있는 증거"라면서 하지만 문제는 "미국 소비에 영향을 받는 이들 경제가 앞으로 무엇으로 성장해 나아갈 것인가하는 과제"라고 지적했다.
배수경 기자 sue6870@asiae.co.kr
<ⓒ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국제경제부 배수경 기자 sue6870@asiae.co.krⓒ 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
무단전재, 복사, 배포 등을 금지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