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 매수세 약발 떨어졌나

전날 사상 8번째 대규모 매수했지만 지수는 보합권

네마녀의 날이었던 지난 11일 외국인은 유가증권시장에서 7000억원에 육박하는 수준을 순매수하며 사상 8번째로 많은 규모를 사들였지만, 지수는 보합권 수준에 머무는 등 외국인의 체면이 영 살지 않았다. 11일 외국인은 7000억원 규모를 순매수했다. 사상 8번째 대규모이며 지난 2007년 10월11일 사상 최대 규모인 1조6448억원 규모를 순매수한 이후 1년8개월만에 최대다. 하지만 지수는 0.3% 상승에 그쳤다. 개인과 기관이 각각 3600억원, 3900억원의 매도세를 보였기 때문이다. 물론 이날이 선물옵션 동시만기일이었던 만큼 외국인의 현물 매수세를 방해하는 요인들이 많았던 것은 사실이지만 지난 3월 이후 지수를 이끌어온 강한 매수 주체가 외국인이었던 만큼 외국인의 매수 여력이 떨어졌을 경우 지수 역시 상승탄력을 잃을 수 있는 상황이다. 개인과 기관이 대규모 매물을 쏟아냈으니 그것을 소화해낸 것만으로도 어디냐고 반박할 수도 있겠지만, 개인과 기관의 매물이 늘어나 외국인과 힘을 적대하는 양상이 지속되고 있으니 외국인의 힘이 약해졌다는 것이 틀린 말이 아니다. 증시 전문가들 역시 외국인의 매수세가 이어지고 있긴 하지만 개인 및 기관이 강하게 부담감을 느끼고 있는 만큼 지수 역시 뚜렷한 상승세를 보이기는 어렵다는 분석이다. 성진경 대신증권 투자전략팀장은 "외국인이 많이 사고 있지만 개인이나 기관이 이를 받쳐주지 못하면서 세력이 서로 맞서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며 "이에 따라 지수 역시 1400선을 놓고 박스권 흐름을 이어갈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했다. 외국인이 지금처럼 순매수세를 이어가기도 쉽지 않아 보인다. 글로벌 증시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외국인이지만 이미 뉴욕지수가 연고점에 근접하는 수준까지 회복했고, 아시아 주요 증시는 일제히 연고점을 새로 썼으니 밸류에이션 부담이 상당히 높아진 셈이다. 여기에서 추가적으로 경기회복 모멘텀이 등장해야 랠리를 이어갈 수 있지만 현 시점에서는 기대하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특히 국내증시의 내부적으로도 돌발변수가 불거질 가능성이 높은 만큼 언제든지 매도로 돌아설 수 있음을 감안해야 한다는 것이 성 팀장의 설명이다. 김승한 하이투자증권 애널리스트 역시 "최근 외국인들의 매수세를 보면 싼 것만 사는 방어적인 성격이 나타나고 있다"며 "적극적인 자세를 취하고 있지 않은 만큼 이전처럼 지수상승의 원동력으로 작용할 수 있을지 의구심이 드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현물시장에서는 매수 기조를 유지하고 있다 하더라도 선물 시장에서의 스탠스가 좋지 않은 점도 부담이라는 의견도 나왔다. 김세중 신영증권 투자전략 팀장은 "이날 선물시장의 롤오버는 역대 최대 수준이었다"며 "최근에는 현물과 선물을 동시에 봐야 하는 만큼 현물을 많이 샀다고 스탠스가 좋아진 것도 아니고 긍정적으로 작용할 수 있는 시점도 아니다"고 지적했다. 외국인이 매도 포지션을 들고 있던 상황에서 롤오버(이월)를 선택한 것은 추가적인 하락 가능성에 베팅하고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하지만 순매수세를 이어가고 있는 만큼 긍정적인 부분도 분명히 있다. 김승한 애널리스트는 "외국인이 매수세를 유지하고 있고 또 매수규모를 늘리고 있는 것 자체는 긍정적으로 해석할 수 있는 부분"이라며 "이머징 자산을 나쁘게 보지 않고 있다는 뜻이며, 그 중에서도 한국에 대한 매수 규모가 높은 만큼 한국 증시에 대해 매력적으로 판단하고 있다는 뜻"이라고 덧붙였다. 김지은 기자 jekim@asiae.co.kr <ⓒ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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