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니아] '여고괴담' 여대생이라도 상관없어

여고괴담 시리즈의 다섯번째 작품이 18일 개봉한다. 그러나 네티즌들의 사전 비평을 들어보면 "보지않고도 대충 알겠다"는 말들이 많다. '여고괴담 걸'을 뽑는 오디션부터 이슈화되고 개봉때마다 이번엔 어떤 소재를 다룰지 관심을 모았던 여고괴담. 왜 이런 쓴소리를 '미리' 듣게 됐을까?가장 큰 이유는 아무래도 여고생들의 이야기라는 특성을 잃어버리고 현실적인 공감을 하기 힘들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아이돌배우를 내세운 공포영화는 많다. 얼마전 한 티비프로그램에선 소녀시대를 내세워 공포영화를 찍는다는 프로젝트를 기획하기도 했다. 백명중 하나 있을까말까한 미모의 배우가 등장해서 비명을 지르고 귀신에게서 도망치는 모습은 여고생을 여대생으로 아니면 남중생으로 치환해도 별상관이 없다.여고괴담은 어느새 신인 여배우들의 데뷔에 가장 적합한 영화가 됐다. 젊고 아름다운 여배우가 닭똥같은 눈물을 흘리며 깜짝깜짝 놀라는 걸 보고 있으면 동정심과 더불어 사랑스러운 느낌이 든다. 대중 앞에 처음 나서는 신인배우들에게 그 이상 효율적인 어필 기회는 없을 것이다.그러나 아름다운 신인 여배우는 영화의 독이 될수있다. 관객이 영화속의 공포에 동참하는 것을 끝까지 방해하기 때문이다. 얼마전 만난 헬로키티의 수석디자이너는 "영화나 애니메이션에서 파생된 캐릭터의 단점은 그것들을 보고 있으면 영화내용이 떠오를 뿐 현실의 나에게 말을 걸어주는 것 같지 않기 때문"이라고 말했었다.공포영화에서도 비슷한 법칙이 적용된다.
공포영화가 두고두고 무서우려면 현실의 나에게도 일어날 것 같은 느낌을 줘야한다. 여자고등학생은 가장 성격이 민감해지고 비밀이 많아지는 시기이기 때문이다. 그들의 상상력은 대단해서 온갖 루머를 만들고 끔찍한 일들을 비밀스레 귓속말로 전한다.영화를 보는 두시간동안 관객은 비밀스럽고 소심한 '여고생'의 입장이 되어서 영화속 공포를 공감해야한다. 우리가 여고생이 겪는 공포에 흥미를 가지는 이유가 바로 그것이기 때문이다. 어디까지나 개인적인 의견이지만, 여고괴담은 1편 외에는 그런 느낌을 주지 못했다.사람들이 블레어 윗치나 목두기 비디오 같은 페이크 다큐멘터리에 열광했던 이유를 여고괴담의 차기작을 맡을 감독들은 심각하게 고민해야할 것이다.덧붙여 사회적 이슈에 대한 강박과 교훈적 내용도 순수한 공포를 망치는 요소다. 그동안 여고괴담이 다룬 주제는 학업문제, 집단 따돌림, 다이어트, 동성애 등 여고생들의 고민에 촛점을 맞췄다. 최신작 역시 몇년전부터 이슈가 되고 있는 동반자살이라는 소재를 다루고 있다.한국영화에서 빠질수 없는 클리셰가 되어버린 '교의적인 주제'는 순수한 공포를 해치는 요소이다. 알고보니 주인공 귀신에게 슬픈 사연이 있었다거나 "미안해" 라며 눈물이 그렁그렁해서 귀신에게 용서를 구하는 장면이 또 나온다면 공포영화팬의 입장으로 정말 용서치 않겠다.박충훈 기자 parkjovi@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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