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신문 문용성 기자]배우 고현정이 MBC 새 대하사극 ‘선덕여왕’(극본 김영현 박상연, 연출 박홍균 김근홍)으로 다시 한 번 대중의 이목을 집중시키고 있다.
지난 2003년 이혼 이후 고현정이 SBS 드라마 ‘봄날’(2005년)을 시작으로 본격적인 연예 활동을 펼친 지 어언 5년. 그는 각종 드라마와 영화에서 예상치 못한 행보를 보이며 시청자들과 관객들을 여러 번 놀라게 했다.
지난달 25일부터 방송된 MBC 새 대하사극 ‘선덕여왕’은 파격 변신의 결정체. 드라마 ‘여우야 뭐하니’와 ‘히트’를 거치면서 톱스타이자 배우로 우뚝 선 고현정이 타이틀롤인 선덕여왕이 아닌 시대의 요부 미실 역을 맡은 이유에 대한 궁금증은 방송과 동시에 자연스럽게 풀린 듯하다.
‘선덕여왕’ 주연배우 캐스팅 과정에서 고현정이 미실 역을 맡는다고 알려지자 방송가에서는 수군거리는 소리가 들렸다. 왜 주인공이 아닌 상대역을, 그것도 신라시대 팜므파탈의 전형인 미실을 택했을까 하는 것. 이것이 고현정을 달리 보게 되는 대목이다.
불과 2부 분량밖에 방송되지 않았음에도 시청자들은 벌써부터 그의 정제된 연기와 소름끼치도록 표독스런 캐릭터에 대해 뜨거운 반응을 보이고 있다. 어떤 작품이냐 하는 것보다 어떤 캐릭터냐가 더 중요했던 것. 고현정은 지금까지 해보지 못 했던 가장 어려운 캐릭터를 선택했고, 이에 따르는 모든 고통은 고스란히 자신의 몫이 됐다.
신라의 왕권을 주무르는 미모의 원화(여자 화랑)이자 새주(옥새를 관장하는 자)인 미실은 관능적이면서도 강인한 인상을 풍겨야 하고, 표정과 말에서 수시로 강약을 조절해야 하며, 모든 것을 통찰하고 있을 만큼 현명해야 한다. 때문에 여배우로서 소화하기 어려운 캐릭터이지만 성공적으로 소화했을 때는 연기력을 확실히 인정받을 수 있는 매력적이면서도 꺼려지는 역할임에 분명하다.
고현정은 주위의 걱정과 우려 속에서 열연을 펼쳤고, 방송 초반 일단은 합격점을 받았다. 이는 시청률로도 증명이 됐다. 첫 방송에서는 보기 드물게 전국시청률 16%(TNS미디어 기준)를 기록했고, 이어 2부는 16.6%로 상승세를 보였다. 경쟁 드라마인 SBS ‘자명고’와 KBS2 ‘남자이야기’가 이렇다 할 역전의 기미가 보이지 않기 때문에 ‘선덕여왕’의 상승세는 앞으로도 계속 이어질 전망이다.
연예계에 복귀한 뒤 고현정은 출연하는 작품마다 파격적인 변신을 꾀했다. 1995년 화제의 드라마 ‘모래시계’에서의 이미지는 어디에서도 찾아볼 수 없었다. ‘여우야 뭐하니’에서는 푼수기까지 보이는 노처녀로, ‘히트’에서는 남성에 버금가는 터프함을 지닌 강력계 형사로 출연했다.
홍상수 감독 영화 ‘해변의 연인’이나 ‘잘 알지도 못하면서’에서는 가꾸기보다 풀어진 모습을 보이는 등 있는 그대로의 고현정을 적나라하게 드러냈다. 또 간혹 출연하는 라디오나 예능 프로그램 인터뷰에서도 듣는 이의 귀를 의심할 정도로 거침없이 솔직한 입담을 과시했다.
신비주의를 깸과 동시에 새로운 시도를 통해 자신의 모든 것을 연기에 쏟아내고 있는 것. 스타로서 아름답게 꾸며진 것이 아니라 출연 작품마다 캐릭터에 몰입해 다소 고개를 갸웃거릴 정도로 망가지는 연기까지 펼친 그의 연기 투혼은 역할과 작품에 최선을 다하는 진정한 배우로 거듭났음을 입증했다.
2007년 ‘히트’ 이후 약 2년 만의 안방극장에 복귀해 센세이션을 일으키고 있는 고현정이 ‘선덕여왕’의 초반 분위기를 어떻게 이끌어갈지 귀추가 주목된다.
문용성 기자 lococo@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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