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시전망] 흔들리는 내부변수

지정학적 리스크에 투자심리 구멍..미 강세 영향에 기대

옛 말에 '곳간에서 인심난다'라는 말이 있다. 내 곳간에 곡식이 가득 채워져있어야 남에게 베풀 수 있다는 뜻으로, 가장 중요한 것이 내 살림이 넉넉한 것이고, 그 이후에야 주변을 돌아볼 여유가 생긴다는 의미로 사용된다. 반대로 내 살림이 어렵고 힘든데도 이웃집 분위기만 맞추다가는 큰 코 다치기 십상이다. 가족들은 밥도 제 끼 못챙겨먹는데 이웃집이 잔치를 연다고 해서 덩달아 잔치를 열다가는 가족들이 산 입에 거미줄치는 날이 올 수도 있는 법이다. 최근 국내증시가 꼭 이런 모습이다. 주변 환경은 나쁘지 않다. 오랫만에 개장한 뉴욕증시가 전날 무려 200포인트 가까이 올랐다. 소비자 신뢰지수가 예상치를 크게 뛰어넘었다는 것이 그 이유다. 심리지표이긴 하지만 그래도 모멘텀 없던 미 증시에 활력을 되찾게 했다는 것만으로도 의미를 부여할 만 하다. 국내증시의 경우 뉴욕증시의 영향을 크게 받는만큼, 이같은 뉴욕증시의 상승장은 긍정적인 부분이다. 나흘째 하락세를 이어가던 국내증시도 뉴욕증시의 긍정적인 영향이 어느정도는 기대된다. 문제는 국내증시의 곳간이 텅텅 비어있다는 점이다. 주변 미 증시에서 아무리 잔치를 열어봐도 내 곳간이 비어있으니 무턱대고 잔치에 동참할 수는 없는 법이다. 잔치 음식으로 한 끼를 떼울 수 있다 하더라도 그때 뿐이다. 뉴욕증시가 휴장하는 동안 국내증시는 내리 하락세를 지속했다. 북한의 핵 실험에 미사일 발사, 정부의 PSI 전면참여 선언, 또다시 미사일 발사 등 굵직굵직한 뉴스가 연일 터져나오면서 강한 투자심리로 가득 차 있던 국내 증시의 곳간은 조금씩 비어가는 모습이다. 중소형주의 약세 역시 이에 대한 방증이다. 대형주의 상승탄력이 둔화됐을 때 장을 끌고 간 것이 바로 중소형주. 하지만 투자심리가 약해질 때 가장 먼저 타격을 받는 것도 중소형주다. 전날 코스피 시장에서 의료정밀업종의 낙폭이 가장 컸던 것도 같은 논리다. 타 업종이 일제히 하락할 때 유일하게 상승하며 지수를 이끌었지만 이제는 많이 오른 만큼, 또 투자심리가 약해진 만큼 매를 먼저 맞은 셈이다. 외국인의 태도 변화도 무시할 수 없다. 전날 외국인은 선물 시장에서 무려 1만2700계약을 팔아치웠다. 올 들어 최대규모의 매도세다. 미결제 약정 역시 큰 폭으로 증가했다. 조정에 대비한 포지션 설정이라고 볼 수 있는 부분이다. 챠트 상으로 보더라도 우려되는 부분은 적지 않다. 먼저 5일 이동평균선이 10일 이평선을 뚫고 내려갔다는 점이다. 물론 4월말과 5월 중순에도 5일선이 10일선을 뚫고 내려갔고, 이때마다 재빠르게 다시 올라섰던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이 때는 10일 이평선이 상향곡선을 그리던 때였고, 지금은 5일선과 10일선 모두 하향곡선을 그리고 있다는 점을 고려해야 한다. 지난 2월 중순경 5일선이 우하향 10일선을 뚫고 내려갔을 때 코스피 지수는 990선까지 추락한 바 있다.

(자료: 굿모닝신한증권)

또 최근에는 코스피 지수가 20일 이평선을 지지로 상승추세를 이어갔다는 점도 기억해야 한다. 기술적으로 주가가 상승 중반부까지는 10일 이평선을 지지로 반등했지만, 5월 전후로 20일선을 무려 4차례나 하회했다. 힘이 부족해지고 있다는 뜻이다. 기술적 지표도 불안하고, 지정학적 리스크도 큰 데다 외국인의 태도마저 심상치 않은 현 시점에서 믿을 부분은 강한 투자심리밖에 없는 셈이다. 지난 25일처럼 개인의 강한 투자심리가 되살아나면 순식간에 90포인트를 만회할 가능성도 있다. 전날 미 증시에서 강한 심리가 확인된 가운데 이것이 국내증시의 투자심리에 얼마나 영향을 미칠지 관심이 모아진다. 김지은 기자 jekim@asiae.co.kr <ⓒ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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